[기획] 단체급식에 ‘조리인력’이 사라지고 있다
[기획] 단체급식에 ‘조리인력’이 사라지고 있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1.11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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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단체급식 전망] ① 한계 봉착한 조리인력 ‘구인난’, 대책은?
민간뿐만 아닌 공공급식도 ‘심각’… 특단의 대책 필요
“더는 못 늘리는 인건비, 기술 등 주방 개혁에 나서야”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끝날 듯 끝나지 않았던 코로나19로 축약할 수 있었던 2022년이 가고 어느덧 새해가 밝았다. 매년 그렇듯 2023년에도 단체급식산업을 둘러싼 수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한급식신문은 신년 기획 시리즈로 단체급식을 각 분야별로 분석해 전망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연재순서
❶한계 봉착한 조리인력 ‘구인난’, 대책은?

② 급식비 
③ 식자재 
④ 기구 및 설비 
⑤ 종합 전망


단체급식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흔들림의 원인은 ‘인력난’이다. 인력난은 민간급식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적이어서 구인이 용이했던 ‘공공급식’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주방에서 일할 사람이 없다’고 호소해온 단체급식산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적인 산업 중 하나다. 이런 탓에 결국 급식운영이 곤란할 지경에 이르자 급식 현장에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천하보직’ 조리병도 ‘기피보직’

‘조리인력 구인난’ 호소는 중소형 위탁급식업체를 중심으로 나온 지는 꽤 오래됐다. 하지만 2022년에는 이 같은 호소가 다른 모든 급식 분야에서도 점차 커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군급식 조리병의 업무강도를 낮춰주기 위해 도입한 자동화 조리기구(사진 제공 : 국방부)
군급식 조리병의 업무강도를 낮춰주기 위해 도입한 자동화 조리기구(사진 제공 : 국방부)

공공급식 분야 중 먼저 문제가 된 곳은 군급식이었다. 2010년 이전만 해도 조리병은 선호 보직이었다. 훈련 제외는 물론 일반 장병과는 다른 군생활을 하면서 자유시간도 상대적으로 많아 보였기 때문. 또 더 잘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장점보단 단점이 더 많은 보직이 됐다. 결국 장병들의 조리병 기피는 군급식 부실로 이어졌고, 코로나19 격리 장병의 처참한 급식 실태가 SNS를 타고 알려지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처럼 군급식은 문제가 드러나도 개선이 쉽지 않다. 군 특성상 특정 보직에 특혜를 주기가 어렵고, 조리병 중심 급식체계를 쉽게 바꿀 수도 없는 노릇. 이에 국방부는 조리병 업무강도를 줄이기 위해 낙후된 조리시설을 현대화하고 있으나 투입할 수 있는 예산에 한계도 있다.

구인난 예외 아닌 ‘학교와 병원’

학교급식도 구인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중도 퇴직은 늘고, 신규 충원은 줄어드는 이중고가 이어지는 것.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입사한 조리실무사가 1년 내 중도 퇴직하는 비율은 18~25%에 달한다. 

신규 충원에도 문제가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서울시교육청의 조리실무사 공개채용 시 강남·서초지역은 110명을 채용하려 했으나 실제 채용은 한참 미달한 30명에 불과했다. 이번 사례는 잠재적 인력이 충분한 대도시 한복판에서 빚어진 현상이라 심각성을 더하기에 충분했다. 

학교급식과 더불어 처우가 외식업체보다 좋아 나름 선호도가 높았던 병원급식도 인력난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수도권 대형병원의 A영양팀장은 “병상 규모를 감안하면 조리인력이 최소 15명은 필요한데 인력이 꾸준히 빠져나가고 충원이 되지 않으면서 지난해 초부터 10명 미만 인력으로 급식을 운영하고 있다”며 “대체인력과 기간제 직원을 총동원해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급여 높여도 ‘구인’ 신통치 않아 

일단 이 같은 인력난의 가장 큰 원인은 힘든 일을 기피하려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마디로 신규 충원이 쉽지 않다는 것. 결국 조리인력 노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는데 이를 대체할 새로운 젊은 인력이 충원되지 않는 것이다. 배경 역시 ‘고된 업무에 비해 낮은 처우’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군급식의 조리병 역시 이 같은 인식으로 기피보직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기본적으로 ‘훈련 열외’라는 장점이 ‘새벽 기상과 높은 업무강도’라는 단점과 상쇄하면서 지원률이 급감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사회적인 이슈가 된 ‘조리흄’ 문제가 더해졌다. 조리흄은 식자재를 기름에 굽거나 튀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1급 발암물질이다. 이런 문제가 기인해 학교급식 조리 종사자들의 폐암 확진이 잇따랐고, 또 ‘산업재해’로도 인정되면서 조리흄의 위험성이 주방 근무 기피에 또 다른 원인이 됐다.

급식 현장에서는 급여를 높여서라도 채용하려 하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다. 1일 아르바이트 ‘시급 1만5000원’이 흔해졌고 이를 위해 다시 식자재 비용을 줄이는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센트럴키친에서 조리한 생선을 살펴보는 모습(사진 제공 : CJ프레시웨이)
센트럴키친에서 조리한 생선을 살펴보는 모습(사진 제공 : CJ프레시웨이)

센트럴키친 도입, 본격화되나

인력난 해소를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을 시행해본 단체급식 관계자들은 이제 단순히 ‘급여 인상’ 수준의 대책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일반 산업체뿐만 아니라 학교급식도 급식운영비 중 인건비 비율이 50%를 넘긴 상태에서 더 이상 인건비 지출이 커지면 급식의 질이 심각하게 위협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노동집약적 산업체계를 변화시킬 기술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대표적인 것이 중앙집중식 조리시설인 이른바 ‘센트럴키친(Central Kitchen)’이다. 대규모 설비시설에서 식자재를 완조리 혹은 반조리해 제공하면 일선 급식소는 최소한의 조리만으로 급식을 운영하는 것이다. 

센트럴키친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주목받던 시스템으로 대형 위탁급식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추진했으나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고물가와 더 높은 수준의 위생관리 기술 필요성 등으로 다소 주춤한 상태. 그러나 현재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유일한 시스템이라 인력난을 겪는 급식 분야를 중심으로 도입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주방 개혁·외국인 취업 검토해야

주방시스템 개혁도 필요하다. ‘주방은 위험하다’는 인식을 심어준 조리흄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기술 등이 반영된 조리기구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례로 부침기 자체에 부착된 후드가 조리 시 발생하는 조리흄 등 유해가스를 흡입하는 ㈜선경인케이의 ‘후드형 부침기’를 비롯한 기술개발이 완료돼 현장 검증을 마친 설비의 도입이 필요하다.

다만 이 같은 기술 등은 당장 반영이 어렵기 때문에 이제 급식에도 ‘외국인 근로자’ 고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침 국무조정실과 고용노동부가 올해 1월 1일부터 ‘방문취업(이하 H-2) 비자’의 단체급식소 취업을 허용하면서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지난 몇 년간 큰 폭으로 줄어든 H-2 비자 보유자를 늘리는 정책과 함께 다른 종류 비자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급식업계 관계자는 “H-2 비자뿐만 아니라 ‘F-4(재외동포) 비자’의 취업과 ‘비전문취업(E-9) 비자’의 인원 제한 등을 개선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외국인 근로자의 단체급식소 취업 시 한식 문화와 위생 수준 등을 보완하는 교육도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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