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곧 수당’, 학교·영양(교)사는 뒷전… 무리한 영업 시도
[대한급식신문=김기연·박준재 기자] 몇 년 전 학교급식과 영양사 사회를 뒤흔든 ‘학교급식 리베이트’ 사건의 주역인 ‘홍보영양사(식자재 업체 홍보영업사원)’들이 코로나19 방역지침 완화를 계기로 다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제2의 리베이트 사건’이 또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선 영양(교)사들은 최신 식품 트렌드와 식자재 정보 제공 등 일부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원칙적으로 학교급식 운영을 총괄하는 영양(교)사가 홍보영양사에게 끌려다녀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2일 경기 북부의 한 학교 영양사는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몇 년간 연락이 없던 홍보영양사가 갑자기 전화로 학교를 방문하겠다고 해 당황했다”며 “아직 ‘대면 홍보 금지’ 지침이 그대로인 것으로 아는 데 혹시 지침이 철회된 것인가”라고 물어왔다. 또 지난 16일에는 서울지역의 또 다른 영양교사가 “(홍보영양사가 학교를 방문하겠다고 해) 안 오시는 게 좋겠다고 몇 차례 말했는데 계속 오고, 결국 오게 되면 바쁘다고 해도 굳이 상품설명을 길게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은가”라며 “학교 측에 이야기할까도 생각해봤는데 일이 너무 커지는 같아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현행 교육부(장관 이주호) 지침에 따르면, 학교장의 허가 없이 홍보영양사가 학교 급식실을 방문하면 엄연한 ‘지침 위반’이며, ‘감사의 지적사항’이다. 하지만 대한급식신문이 전국 각지 학교를 확인한 결과, 이들의 학교 방문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활발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4월 국무조정실이 포착한 학교급식 대규모 리베이트 사건으로 인해 교육부는 당해 10월 리베이트 제공 주체였던 홍보영양사의 학교 방문을 원천 봉쇄하는 대면 홍보 금지 지침을 일선 교육청에 하달했다.
이 같은 지침에 따라 지난 몇 년간 자취를 감췄던 홍보영양사의 학교 방문이 최근 들어 다시 왕성해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홍보영양사 활동이 ‘장시간 중단’된 것은 교육 당국의 지침보다는 ‘코로나19’ 영향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감염을 막기 위해 학교가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했기 때문.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로나19 방역지침이 완화되면서 이들의 방문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홍보영양사의 왕성한 활동이 우려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단 홍보영양사는 말이 영양사이지 실제는 식자재 업체의 ‘영업사원’이다. 그리고 이들은 소속 업체에서 영업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는 형태로 근무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따라서 ‘실적은 곧 수당’인 홍보영양사들은 학교와 영양(교)사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한 영업전략을 시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가 대다수 현직 영양(교)사들을 ‘잠정적 범죄자’로 만든 2016년 학교급식 리베이트 사건이다. 여기에 홍보영양사가 소속 업체로부터 실적에 따라 받는 수당은 식자재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에 식자재 가격 인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제보에 따르면, 최근 홍보영양사들은 신규 혹은 저경력 영양(교)사들에게 자사 제품으로 식단을 구성해 그대로 식자재를 입찰하도록 요구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설득 전략으로는 영양(교)사에게 업무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는 것. 이런 방식을 통해 메인 식자재를 주찬으로 하고, 부찬 2~3개를 함께 끼워 입찰하면 사실상 수의계약이나 다름없다.
일부 영양(교)사들은 홍보영양사 활동에 긍정적 측면도 있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전북지역의 한 학교 영양사는 “새로운 요리를 급식에 넣고 싶지만, 식자재를 고르고 레시피를 만드는 등 조리법을 고민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며 “하지만 홍보영양사를 통하면 식자재와 레시피를 손쉽게 구할 수 있어 학생들과 조리 종사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대다수 영양(교)사들은 홍보영양사의 잦은 방문을 방치하고, 그들에게 식단까지 제공받는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영양(교)사의 존재 의미 자체를 망각한 행위라는 것이다.
서울시학교영양사회 관계자는 “영양(교)사가 왜 학교당 1명씩 배치되고, 그들에게 막중한 역할을 왜 부여하는지 꼭 되새겨봐야 한다”며 “홍보영양사의 식단을 사용하는 것은 결국 급식 운영을 그들에게 의존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잠깐의 편리함을 위해 우리 스스로 설 자리를 없애는 행위는 결코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