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비영리’ ‘복지’ 개념 강한 단체급식… 물가상승에 지쳤다
[기획] ‘비영리’ ‘복지’ 개념 강한 단체급식… 물가상승에 지쳤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1.29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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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단체급식 전망] ② 따라잡기 벅찬 물가상승, 급식비 대책은?
학교급식, 평균 10%가량 인상… 군급식, 상승분 많아 올해는 동결
교정급식, 소년원 급식비 대폭 인상… 병원급식, 2.4% 인상에 그쳐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끝날 듯 끝나지 않았던 코로나19로 축약할 수 있었던 2022년이 가고 어느덧 새해가 밝았다. 매년 그렇듯 2023년에도 단체급식산업을 둘러싼 수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한급식신문은 신년 기획 시리즈로 단체급식을 각 분야별로 분석해 전망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 편집자주 -

■ 연재순서
① 한계 봉착한 조리인력 ‘구인난’, 대책은?
❷ 따라잡기 벅찬 물가상승, 급식비 대책은? 
③ 식자재 ④ 기구 및 설비 ⑤ 종합 전망


급식비를 결정하는 요소는 크게 3가지다. 인건비와 운영비 그리고 식품비. 단체급식산업이 지금과 같은 형태를 갖춘 이래 ‘식품비가 많다’고 단언할 수 있는 급식소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단체급식의 특성에 기인한다. 식품위생법에서는 단체급식의 목적을 ‘비영리’로 규정하고 있으며, 여기에 오랫동안 피급식자에 대한 ‘복지’라는 개념이 합해졌다.

급식 이용자가 예상보다 많아 이윤이 남았다면 그 이윤은 다시 급식 운영에 재투자되고, 식품비가 남으면 이는 곧 더 좋은 식자재 구매에 쓰이는 것이 당연했다. 반대로 식품비가 부족하면 식자재 등급이나 반찬 가지 수를 줄여 운영했다. 상대적으로 인건비와 운영비 변동 폭이 크지 않아 이를 먼저 계상한 후 식품비를 운용해도 큰 무리가 없었다. 

단체급식산업이 ‘인건비 상승’과 ‘물가 폭등’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급식비를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진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영양팀이 급식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뉴스레터 ‘問安’(문안)
단체급식산업이 ‘인건비 상승’과 ‘물가 폭등’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급식비를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진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영양팀이 급식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뉴스레터 ‘問安’(문안)

하지만 최근 흐름은 이 같은 체계마저 위협한다. 인건비 비중은 지난 몇 년간 2배 이상 높아졌고, 지난해 폭등한 각종 물가는 식품비뿐만 아니라 운영비까지 상승시켰다. 학교급식을 비롯한 공공급식은 예산 추가투입으로 대응했지만, 일부라도 피급식자가 급식비를 부담하는 곳은 단가 상승을 이뤄내기 쉽지 않다. 공공급식도 역시 물가상승률을 따라잡긴 어렵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큰 편이다.

학교급식 단가 인상 크다지만…

무상급식인 학교급식비는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 교육청이 일정 비율로 부담하며, 급식 대상과 지역, 학교별로 차이가 존재한다. 같은 광역자치단체여도 기초자치단체 재정 여건에 따라 급식비가 다르고, 친환경농산물 차액 지원에 따라 급식비 포함 여부가 달라지기도 한다.

교육부(장관 이주호)가 집계한 2022년 1학기 기준 학교급식 식품비 단가는 ▲초 2952원 ▲중 3485원 ▲고 3687원이었다.(친환경, 우수 식재료, non-GMO, 현물지원 등 포함) 여기에 지난해 초부터 폭등한 물가로 각 교육청과 지자체는 2022년 2학기에 최소 5%에서 최대 20%까지 식품비 혹은 급식단가를 인상했다. 

인상 흐름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북교육청은 식품비를 평균 800원(22%) 인상했고, 다른 교육청들도 평균 5~10%가량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올해 평균 식품비는 3300~4000원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같은 급식단가 인상이 지속될지는 의문부호가 따른다. 교육청 무상급식비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지출돼 교부금 감소 시 영향을 받게 되고, 자치단체가 부담하는 급식비는 단체장 의지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세종시는 교육청과 자치단체가 부담 비율을 놓고 갈등을 겪다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해 3월부터 전체 급식 필요예산 중 70억 원이 부족한 상황을 맞기도 했다. 또 몇 년 전에는 당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무상급식비 부담을 거부하면서 파장이 일기도 했다. 결국 부족한 급식비는 학교로 돌아오기 때문에 영양(교)사가 부족한 급식비로 급식을 운영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 급식 관계자는 “세종시 사례처럼 급식비 부족 현상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어 급식비 부담 비율 혹은 주체를 법령으로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급식비 부담 주체별로 이해관계가 모두 달라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최근 오른 군급식비, 올해는 동결

2023년 군급식 단가는 일단 동결이다. 2022년 기준 군급식 단가는 1일 1만3000원. 국방부(장관 이종섭)는 지난 몇 년간 군급식 개선작업을 전폭적으로 진행하면서 단가도 큰 폭으로 인상했다. 2018년 7855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년간 5000원이나 인상된 것이다. 이는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급식비가 올라간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군급식 단가는 인건비와 운영비가 포함되지 않은 순수 식자재 비용이기 때문에 식품비가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시선은 많지 않다. 다만 군급식 조리병 모집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고, 국방부 역시 급식 운영의 민간 위탁을 적극 검토하는 단계여서 추후 어떻게 변화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국방부는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2023년 대통령 업무계획 보고’에서 2025년까지 1만5000원으로 급식비를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방부 물자관리과 관계자는 “물가 폭등으로 인해 2022년 7월 군급식 단가를 2000원(1만1000원 -> 1만3000원) 올린 상황이라 당분간 물가상승 폭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2023년에는 별도의 급식비 인상 조치는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하지만 경쟁입찰제도 도입을 비롯한 군급식 체계혁신과 식자재 품질 개선작업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년원 아이들도 급식비 인상

지난해 11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언급한 소년원 급식비는 당초 계획대로 큰 폭으로 인상됐다. 올해 1월 1일 기준 소년원 급식비는 1일 8139원(1식당 2713원)으로, 2022년 기준 1일 6554원(1식당 2185원)보다 크게 인상됐다.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으로 향했어도 신체가 성장할 나이의 아이들에게 급식은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자 당시 법무부는 올해부터 소년원 급식비를 8139원(1식당 2713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올해 예산에 그대로 반영됐다. 

교도소·구치소 재소자 급식단가도 소폭 인상돼 올해 교정급식 단가는 1일 4994원(1식당 1664원)으로 2022년 4802원보다 4% 인상됐다. 재소자들 급식 조리는 재소자들이 직접 하기 때문에 군급식처럼 순수 식자재 비용으로만 쓰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쌀값이 크게 하락하면서 재소자 급식 운영에는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양한 반찬을 사용하기 어려운 재소자 급식에서는 쌀값이 급식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

법무부 관계자는 “소년원 급식비 인상 요구는 과거부터 제기돼 왔지만 ‘범법자’에게 과도한 혜택을 준다는 비판 때문에 가격 인상이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비록 소년원에 수용되어 있지만, 성장기에 접어든 아이들에게 보다 좋은 급식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병원 환자식대 인상, 달랑 2.4% 

병원급식은 4개 공공급식 분야 중 인상 폭이 가장 작았다.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는 2023년도 입원환자 식대를 평균 2.4% 인상했다. 

먼저 일반식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이 1식당 5090원으로, 2022년 기준 4970원보다 120원 인상됐다. 종합병원은 4750원에서 4870원으로, 병원·요양병원·한방병원 등은 4520원에서 4630원으로 올랐다. 당뇨식을 비롯한 치료식 식대는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6470원에서 6630원이 됐으며, 의료기관이 영양사와 조리사를 직접 고용할 경우 주어지는 직영가산금은 200원에서 210원으로 상승했다. 

병원급식은 특성상 일반적인 단체급식과 운영 양상이 사뭇 다르다. 질병이 있는 환자인 탓에 식단 및 식자재 관리가 훨씬 엄격하고, 1개 메뉴를 대량 생산하는 체계가 아닌 여러 종류의 식단을 조금씩 조리해야 한다. 

또한 급식소 등 일정 장소에서 취식하는 것이 아닌 환자 병실로 식사를 일일이 배식하면서 상태를 살펴야 하는 ‘라운딩’ 업무도 영양사들에게 주어진다. 일반 급식비와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당연히 조리 종사자 수도 일반 단체급식에 비해 훨씬 많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올해 2.4%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에 턱없이 부족해 급식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또 다른 측면에서는 종합병원에 비해 요양병원 혹은 일반 의원에서 제공하는 급식의 질이 매우 낮다는 문제 제기가 많아 급식비 인상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 병원에 근무하는 한 임상영양사는 “병원급식에서 중요한 점은 영양 관리”라며 “현행 직영가산금 조정뿐만 아니라 영양 상담료와 치료식 영양관리료 또한 인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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