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HMR, 원활한 급식 운영 위한 대안될 수도
[기획] HMR, 원활한 급식 운영 위한 대안될 수도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2.18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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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단체급식 전망] ③ 트렌드 거스르기 어려운 식자재, ‘HMR’ 주목
식자재가 급식 품질 좌우하는데… 물가 폭등에 비용 절감 어려워진 급식소 ‘위태위태’
위탁급식업계에서 이미 대세된 HMR, 학교·유치원 등 공공급식 분야로 확대 가능할까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끝날 듯 끝나지 않았던 코로나19로 축약할 수 있었던 2022년이 가고 어느덧 새해가 밝았다. 매년 그렇듯 2023년에도 단체급식산업을 둘러싼 수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한급식신문은 신년 기획 시리즈로 단체급식을 각 분야별로 분석해 전망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 편집자주 -

■ 연재순서
① 한계 봉착한 조리인력 ‘구인난’, 대책은?
② 따라잡기 벅찬 물가상승률, 급식비 부족 대책은?
❸ 트렌드 거스르기 어려운 식자재, ‘HMR’ 주목 
④ 기구 및 설비 ⑤ 종합 전망

단체급식에 사용되는 식자재라 하면 막연히 ‘저품질’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일반 외식보다 저렴했기 때문으로 당연히 낮은 품질의 식자재를 썼을 것이라는 인식이 알게 모르게 자리 잡았다. 

이는 1970년대 급식산업의 태동기에서부터 이어져 온 뿌리 깊은 인식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1970~80년대 산업화 시대에는 어느 정도 사실이기도 했다. 당시 급식은 ‘균형 잡힌 영양 섭취와 건강 관리’보다 ‘에너지 제공’에 맞춰졌던 탓에 여러 사람에게 풍족한 식사를 저렴하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표현은 이제 더 이상 ‘답’이 아니다. 불가피하게 매우 저렴한 단가로 운영해야 하는 일부 급식을 제외하고 급식에서 사용하는 식자재는 더 이상 저렴하지 않다. 

날로 높아지는 식자재 품질

실제 학교급식에서는 친환경농산물 전문 매장에서 고가에 판매되는 유기농산물들을 수시로 볼 수 있으며 ‘저품질 급식’의 대명사처럼 불렸던 군급식은 이미 학교급식의 뒤를 따르고 있다. 여기에 유치원과 어린이집급식도 학교급식 이상으로 식자재 품질이 높아졌다. 

더 나아가 정부예산이 투입되는 공공급식 뿐만 아니라 이제는 민간기업 구내식당, 위탁급식업체의 식자재 품질 변화도 매우 눈에 띈다. 

이처럼 식자재의 품질이 높아지면서 단체급식을 비하하는 불편한 시선은 갈수록 줄고 있어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식자재야말로 ‘급식 운영의 본질’이며, ‘급식의 목적을 달성하는 필수요소’인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중요한 식자재가 최근 고물가·고임금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휘청대고 있다.

급등한 식자재, 위태로운 급식

익히 알려진 것처럼 최근 고물가·고인건비 추세는 단체급식 운영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운영이 어려워진 급식소가 비용 절감만으로는 감당이 어려워 문을 닫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세청이 공개하는 최근 통계인 ‘100대 생활업종 동향(2022년 9월 기준)’에 따르면, 전국의 구내식당 수가 1년 만에 1만9511개에서 1만8480개로 1000개 이상 감소했다. 감소율은 5.5%로 100대 생활업종 중 감소율이 세 번째로 높았다. 

급식단가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급식단가 상승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했다. 모바일 식권 서비스를 운영하는 푸드테크기업 ‘식신’이 분석한 통계에 따르면, 구내식당의 22년 4분기 식대 평균은 6858원으로 전년 동기(5317원) 대비 29%나 상승했다. 5000원 수준이었던 구내식당 단가를 7000원 가까이 올렸음에도 운영이 쉽지 않았다는 뜻이다. 

예측 가능성 탓에 저렴한 식자재

단체급식에 사용되는 식자재는 동일한 규격과 중량이어도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보다 저렴하다. 그 이유는 단체급식의 ‘예측 가능성’ 때문이다. 

단체급식은 먼저 일정 기간의 식단을 작성하고, 이에 따른 식자재를 발주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따라서 식자재 공급업체는 당일 어떤 종류의 식자재가 얼마나 필요한지 예측해 미리 준비할 수 있다. 애초 절감할 수 있는 항목이 아닌 인건비와 운영비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저렴하면서 맛있는 급식’은 식자재로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단체급식업계에 고물가·고임금·고운영비 추세가 이어지면서 HMR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서초동의 한 고급아파트 커뮤니티센터 급식소에서 운영자가 준비된 음식을 살펴보고 있다.
단체급식업계에 고물가·고임금·고운영비 추세가 이어지면서 HMR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서초동의 한 고급아파트 커뮤니티센터 급식소에서 운영자가 준비된 음식을 살펴보고 있다.

최근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단체급식업계가 식자재에 주목하는 이유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조리인력을 줄인다면 급식 서비스의 질 하락은 물론 남아있는 조리인력까지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가스와 전기는 식단 변경 없이 유의미한 감소를 이뤄내는 것이 어렵다.

최근 급식에서도 주목하는 것이 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 HMR)과 즉석조리식품(Ready to Heat, RTH)으로, 조리인력과 과정을 단순화해 운영비를 낮출 수 있다. 물론 식자재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지만, 급식의 예측 가능성을 활용한다면 상승 폭을 최대한 낮출 수 있다. 

관심 높아진 HMR·센트럴키친

현재 HMR과 RTH가 많이 쓰이는 곳은 역시 대형위탁급식업체다. 자체적인 식자재 브랜드를 갖고 대량의 식자재를 한꺼번에 공급할 수 있는 유통망을 갖추고 있어 HMR 활성화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아워홈과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 대형업체들은 그동안 급식보다는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HMR 제품개발을 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사정이 다르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기업 구내식당 등에서 완제품 사용 비중을 매우 높였는데도 비용 상승을 감당하기가 어렵다”며 “지난 몇 년간의 추세를 볼 때 급식 식자재는 궁극적으로 HMR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모든 업계 관계자들이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MR과 함께 ‘센트럴키친(Central Kitchen)’의 필요성도 재차 강조되고 있다. 센트럴키친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주목받던 시스템으로, 대형위탁급식업계가 경쟁적으로 추진했으나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고물가와 높은 수준의 위생관리 필요성 등으로 다소 주춤한 상태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센트럴키친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HMR 식품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현재 식품 제조시설이 아닌 새로운 HMR 전용 제조시설을 구축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여기에 소요되는 투자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공공급식도 HMR? 아직은…

여러 여건으로 인해 HMR이 주목받고 있지만, 모든 단체급식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학교급식과 영·유아급식, 교정급식 등 일부 공공급식에서는 걸림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급식은 학교급식법에 의해 목적과 운영방식 등이 명확하다.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가급적 가공품 사용을 지양하고, 원물 식자재를 직접 조리하는 것을 지침으로 삼고 있다. 즉 이미 조리된 식자재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것은 현재 학교급식 정서와 괴리가 있다. 

전북 완주군이 로컬푸드를 활용해 만든 HMR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북 완주군이 로컬푸드를 활용해 만든 HMR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영·유아 급식도 마찬가지. 영·유아들에게 신선한 과일과 유기농산물 대신 가공식품을 권장할 부모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교정급식은 재소자들이 직접 조리하기 때문에 인력 운영에 부담이 적고, 급식단가도 낮아 HMR을 사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론 기술이 더 이뤄진다면 해결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먼 이야기다. 

아직 예단하기 어려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는 공공급식에 대변혁이 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용 상승은 계속될 것이며,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외부요인은 언제든 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교육청 관계자는 “급식 운영이 지금처럼 혼란스러웠던 시기가 없었던 것 같다”며 “비용 절감이 화두가 된 지금 학교급식도 언젠가는 HMR를 써야만 하는 시대가 올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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