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실시로 늘어난 위생교육, ‘비용 뻥튀기’ 여전
매년 실시로 늘어난 위생교육, ‘비용 뻥튀기’ 여전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3.01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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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2022년 영양사 위생교육 결과보고서’ 분석
인건비·온라인교육비·제작비 등 ‘두리뭉실’한 교육 운영비 지출 
교육 운영비 곳곳에 ‘예산 부풀린 흔적’… 영양사협회, 원론적 답변만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식품위생법에 따라 단체급식소 에서 근무하는 모든 영양(교)사가 받아야 하는 법정교육 ‘영양사 식품위생교육(이하 위생교육)’이 올해부터 기존 2년에서 매년 6시간씩 받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런 가운데 현장에서는 그간 지적됐던 교육 운영 등이 개선되지 않은 채 교육 횟수만 늘리는 것은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개선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교육비’가 꼽힌다. 영양(교)사 개인이 현재 지불하는 교육비는 3만5000원이다. 교육비는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 이하 식약처)가 고시하는 ‘식품 관련 영업자 등에 대한 식품위생교육규정’ 제10조(수강료)에 따라 실비수준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편성 근거를 부풀려 교육비를 높게 받는다는 의혹과 비판이 줄곧 이어져 왔다. 

대한급식신문은 식약처로부터 위생교육을 위탁받아 운영한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김혜진, 이하 영협)의 ‘2022 영양사 위생교육 결과보고서(이하 결과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했다. 

예산 1/3이 인건비, 여전히 높아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영협은 2022년 교육비로 13억7751만 원의 수입을 올려 이를 모두 지출했다. 교육 대상은 3만8127명으로 당해연도 교육비 수입은 13억3444만 원이고, 남은 4306만 원은 전기 이월금이다. 

영협은 13억7000만 원 중 4억4950만 원을 ‘인건비’로 사용했다. 결과보고서에는 구체적인 내역 없이 단순히 인건비라고만 표기해 자세한 사용처는 알 수 없으나 영협이 기존에 식약처에 보고한 결과보고서를 보면 ‘직원 급료’일 가능성이 크다. 인건비 지출은 2018년 4억1352만 원에서 2020년 4억8152만 원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4억4950만 원으로 다소 줄어들었다.

이처럼 전체 교육비에서 인건비 비중이 너무 높은 점은 그간 숱한 비판의 대상이었다. 정작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써야 할 예산이 인건비에 치중돼 교육 수준이 낮아지고, 이는 다시 교육 만족도 하락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문제점은 또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기존 오프라인교육이 전면 온라인교육으로 전환되면서 인건비가 크게 줄어들었음에도 결과보고서에 인건비는 오히려 늘어난 것. 영협은 2020년 이전 집합교육을 진행하면서 각 지역 영양사회와 함께 커리큘럼을 짰다. 그러면서 교육장을 임차하고, 현장을 진행할 기간제 직원과 당일 아르바이트생 고용 등으로 인건비를 사용했다. 

따라서 전면 온라인교육으로 전환된 시점에는 인건비가 크게 줄어야 정상인데, 영협은 오히려 지출을 늘린 것이어서 의혹을 자아낸다. 영협 임원을 지냈다는 한 영양사는 “각 지역 영양사회 근무하는 직원의 급여를 교육비로 충당하는 것이 관례였다”며 “가뜩이나 교육 만족도가 낮은데 교육을 빌미로 영양(교)사의 주머니를 털어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영협 측은 “(교육비 전체 지출항목과 내용에 대한 질문에) 교육비 지출내역은 ▲온라인교육시스템 운영 및 고도화 ▲온라인교육 콘텐츠 및 교재 제작 ▲강사비 ▲발송비 ▲통신비 ▲회의비 ▲인건비 등”이라고만 답변했다.

턱없는 온라인교육비·제작비

의혹은 인건비뿐만이 아니다. 영협은 ‘온라인교육비’로 2억8246만 원을 지출했다. 온라인교육비는 2018년 1억7878만 원, 2020년 2억727만 원으로 매번 늘었던 예산이다. 이는 집합교육과 함께 운영된 온라인교육을 위해 온라인교육시스템 업그레이드·유지보수비와 교육시스템 운영비로 보여진다. 

하지만 대한급식신문이 확인한 결과, 이 온라인교육비는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이다. e-러닝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온라인교육을 위한 교육플랫폼 비용은 기존에 구축된 교육시스템을 차용할 경우 월 100~200만 원에 불과하다. 연간으로 따져도 2000만 원이 되지 않으며, 트래픽 추가 요금 등 부대비용을 포함해도 5000만 원을 넘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외적으로 교육 대상이 수만 명 이상일 경우 별도 서버와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애초에 큰 비용이 투자되기 때문에 시스템 구축 이후부터는 매년 소정의 유지보수비만 구축업체에 지불하면 된다. 따라서 영협처럼 연간 2~3억 원씩 지출할 이유가 없다는 것. e-러닝 업계 관계자는 “사양과 교육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초 교육시스템 구축 시 2억 원에서 2억5000만 원가량 소요되고, 그 이후는 매년 구축 비용의 10% 정도가 유지보수비로 들어간다”고 귀띔했다.

영협이 현재 교육시스템을 구축한 시기는 2018년 이전으로 이러한 내용을 종합하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 이상 온라인시스템 운영에 연간 2000~3000만 원 정도의 예산이면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 

2억2220만 원의 ‘제작비’ 역시 의문이다. 전면 온라인교육 전환으로 교육콘텐츠 제작비가 오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나치다는 것이다. 영협이 2022년도 교육에서 제작한 동영강 강의는 총 12개. 즉 강의 1편당 약 1800만 원이 소요됐다는 얘기다. 

영협이 제공하는 동영상 강의는 화면 보정과 자막 삽입, 장면 전환 등 비교적 간단한 영상 편집 기술로, 광고나 영화에서 사용되는 화려한 CG기술이 필요하지는 않다. 영협의 동영강 강의를 접한 한 영상 편집 전문가는 “아무리 높게 잡아도 편당 250만 원에서 500만 원가량이면 제작이 가능하리라 본다”며 “여기에 제작할 영상이 많으면 단가는 더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제작비를 제외한 강사료, 온라인자료집 제작비 등이 최소한 1300만 원이라는 뜻인데, 영협이 제시한 예산은 ‘터무니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영협 측은 “온라인교육시스템의 안정적·효율적 운영을 위한 유지보수 및 고도화, 질 높은 교육 콘텐츠 개발, 연중 상시 학습 상담 지원 등에 쓰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근거 없는 교육비, ‘갈취 행위’?

영협이 편성하는 교육비 예산이 중요한 이유는 교육에 소요되는 비용 등의 산정 근거가 모여 최종 교육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즉 코로나19로 인해 위생교육이 전면 온라인교육으로 전환되면서 영협이 교육 운영에 지출하는 비용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개개인 영양(교)사가 지급하는 교육비 또한 줄어야 하는 것이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3만5000원이라는 교육비가 줄지 않는 것은 영협이 산출하는 부풀린 교육비 산정이 원인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8년 진행된 영양사위생교육 집합교육 모습.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8년 진행된 영양사위생교육 집합교육 모습.

전체 교육 운영에 소요될 총 비용을 산출해 개별 영양(교)사가 영협에 지급하는 교육비 3만5000원을 산정하는 것이 아닌, 반대로 영양(교)사 개개인에게 받게 될 교육비 총액에 맞춰 교육예산을 편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교육비 산정은 무조건 교육받아야 하는 영양(교)사의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심지어 학교 등 공공급식 분야에 근무하는 영양(교)사들은 법정교육에 해당되는 위생교육비를 세금으로 지원해주기 때문에 결국 ‘혈세 낭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지역의 한 영양사는 “영협은 위생교육의 시행 취지와 목적을 망각하고 있다”며 “교육비가 줄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근거 없는 예산 편성으로 교육비를 높여 받는 행위는 영양(교)사들을 갈취하는 행위와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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