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제’ 영양 장학사, ‘차별’이자 ‘부당’ 인사 
‘임기제’ 영양 장학사, ‘차별’이자 ‘부당’ 인사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2.27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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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보직·승진 모두 불가, 영양 장학사에겐 ‘퇴진’만 있을 뿐
후임 장학사 못 구하는 지역 속출… “근본적인 대책 마련 절실”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지난 8일 강원도교육청(교육감 신경호, 이하 강원교육청) 정문에서는 평소에 보기 드문 집회가 열렸다. 강원교육청이 3월 1일 자 인사발령에서 보건 전공 장학사를 일반 교사로 발령하자 이를 철회하라는 보건교사들의 단체행동이었다. 이들은 ‘보건 전문직에 대한 차별이자 부당인사’라며 인사 담당자에 대한 문책을 요구하고, 교육감실을 점거하기도 했다. 결국 발령 발표 10여 일 만에 해당 장학사에 대한 발령은 철회됐다. 

이 같은 사례를 보면서 일선 영양교사들 사이에서는 영양 전공 장학사(이하 영양 장학사)의 행보와 극명하게 대비된다는 한탄이 쏟아지고 있다. 영양 장학사의 경우 일반 교사로 내려가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런 부당한 인사 문제가 부각되면서 해결에 나서야 할 교육감이 너무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점점 커지고 있다. 

대한급식신문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배치된 영양 장학사는 모두 18명이다. 이 중 오는 3월부터 장학사 직위를 내려놓고 다시 일반 교사로 돌아가야 하는 장학사는 4명. 올해 9월에도 2명의 장학사가 다시 해당 직위를 내려놓을 예정이다.

순환보직도, 승진도 불가능

영양 장학사가 일반 교사로 돌아갈 수밖에 이유는 우선 태생적 한계에 있다. 일반 교과 장학사의 경우 한 자리에서 3년 이상 근무하면 ‘순환보직’ 원칙에 따라 타 부서로 이동한다. 따라서 교육지원청으로 발령받거나 교육청 내 타 부서로 이동한다. 하지만 비교과 전공인 영양 장학사는 정원이 명문화되어 있지 않아 순환보직이 불가능하다. 

영양 전공 장학사 근무현황
영양 전공 장학사 근무현황

여기에 ‘임기제 장학사’라는 한계도 있다. 임기제 장학사는 임기를 정해놓고 임용하는 장학사를 말한다. 현재 임용된 18명의 영양 장학사 중 2명을 제외하면 모두 임기제 장학사다. 이들의 보장된 임기는 평균 3년에서 5년이며, 대부분은 3년 정도 근무하거나 경우에 따라 1년 혹은 2년까지 연장하기도 한다. 

2020년 영양 장학사의 필요성을 느낀 17개 시·도교육청이 임기제 영양 장학사를 임용했던 터라 이들의 임기 만료 또한 비슷하다. 따라서 올해뿐 아니라 내년 2월 임기가 만료되는 영양 장학사가 3명이나 된다. 

승진이 불가능한 것도 영양 장학사의 한계다. 초·중등교육법에서 규정한 ‘장학관’ 승진 대상에 영양교사는 제외되어 있어 임기가 만료된 장학사는 다시 일선 교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경험·전문성, 일순간 허공으로

영양 장학사의 필요성은 이제 모든 교육청이 인정하고 있다. 각종 교내 민원과 다양한 현안에 대해 자문하며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또 학교급식 정책을 입안·기획하는데, 특히 교육감의 학교급식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경험과 전문 지식을 갖춘 영양 장학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진일보한 급식정책 기획과 실천력, 문제 해결력을 갖춘 영양 장학사가 나오기 위해서는 꾸준한 현장 경험과 깊이 있는 전문성 확보가 기본이다. 하지만 영양 장학사의 직위 유지가 불투명한 현재의 제도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다. 

3월 1일부터 장학사 직위를 내려놓고 다시 일선 영양교사로 ‘퇴진’하는 영양 장학사가 4명에 달한다. 사진은 20년 이상 근무경력을 가진 영양교사가 일선 학교를 찾아 조리 종사자들에게 교육을 하는 모습. (사진 제공 : 충북교육청)
3월 1일부터 장학사 직위를 내려놓고 다시 일선 영양교사로 ‘퇴진’하는 영양 장학사가 4명에 달한다. 사진은 20년 이상 근무경력을 가진 영양교사가 일선 학교를 찾아 조리 종사자들에게 교육을 하는 모습. (사진 제공 : 충북교육청)

한 영양 장학사는 “학교마다 상이한 급식환경과 예산 규모, 식수인원, 식자재 공급, 조리설비에 조리 종사자 성향과 업무능력까지 급식 운영에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며 “교육청 영양 장학사로 일하면 더 넓은 시야와 경험을 가질 수 있고, 이는 분명 교육감의 급식 철학을 실현하는데 밑바탕이 된다”고 강조했다. 

직위 보장 안 돼 이젠 ‘기피 대상’

가장 큰 문제는 영양교사들 사이에서 더 이상 영양 장학사가 선호 보직이 아니라는 점이다. 영양 장학사 1명이 관리하고 컨설팅하는 학교가 적게는 수백여 개에서 많게는 2000여 개에서 달한다. 그리고 이들의 민원과 상담 요구는 매우 다양하고 까다롭다. 

여기에 교육청 자체에서 발생하는 모든 급식 관련 업무와 민원, 기획 업무도 주어진다. 이처럼 과중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시간이 지나면 승진 대신 ‘퇴진’할 수밖에 없는 영양 장학사의 실상에 대해 많은 영양교사들이 실망하고 외면하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영양 장학사는 “오랫동안 후임 영양 장학사를 구하지 못하는 지역이 늘고 있고, 교육 전문직 시험 공고를 내도 응시하는 영양교사 숫자가 갈수록 줄고 있다”며 “바로 이런 현실 때문이 아니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영양 장학사는 “재능과 전문성을 갖춘 영양교사들이 영양 장학사로 많이 들어와야 전체 학교급식이 발전할 수 있는 것”이라며 “지금은 후배들에게 영양 장학사 시험을 권하기 미안할 정도라 근본적이면서 현실적인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기제 장학사 제도를 문제로 인식하고 교육청 등 관계자들과 정담회를 가졌던 황대호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7일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임기제 장학사로 교육 전문직이 된 영양교사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임기제 장학사 제도는 차별이자 불합리한 제도이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제도개선 TF를 구성해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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