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우유급식’, 변화의 물꼬 텄다 
학교 ‘우유급식’, 변화의 물꼬 텄다 
  • 박준재 기자
  • 승인 2023.03.15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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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우유급식 대체할 ‘우유바우처’, 학교 우유급식 판도 바꿔 
시대착오적 우유급식에 하락하는 급식률… 이젠 변화 불가피

[대한급식신문=박준재 기자] 동안 각종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았던 학교 우유급식이 마침내 변화의 기로에 섰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이하 농식품부)가 올해 ‘무상우유급식’ 대신 ‘우유바우처’ 사업을 시범 실시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우유급식 체계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성과를 분석한 뒤 학교 우유급식사업을 2025년까지 우유바우처사업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학교 우유급식은 크게 2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무상급식과 일반적으로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유상급식으로 나뉜다. 무상급식은 말 그대로 정부가 우유값을 대신 내주는 것으로, 농식품부가 출연하는 축산발전기금 60%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40%로 구성된다. 반면 유상급식은 학생들이 직접 돈을 내고 우유를 먹는 것이다. 

불편한 우유급식, 대안은 우유바우처

우유바우처는 무상우유급식 대상 학생들에게 무상우유가 아닌 사용금액이 충전된 ‘바우처’로 주는 것이다. 바우처의 한계 금액은 월 1만5000원. 2023년도 기준 무상우유급식 1개 단가가 480원임을 감안하면 20일 기준으로 매월 지원금이 1만 원 수준이어서 결과적으로 지원예산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그리고 학생들은 이 바우처를 가지고 편의점이나 농협 하나로마트 등에서 필요한 유제품(흰우유·가공유·발효유·치즈)을 구입할 수 있다.

이번 시도는 매우 적절한 시점에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 학교급식도, 간식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있었던 우유급식은 매년 급식률이 큰 폭으로 낮아져 2022년 기준 전체 학생 대비 28%밖에 되지 않았다. 아무리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등교일이 적었다고 해도 2018년 급식률 50.1%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심지어 중·고교생 급식률은 10% 미만이다. 

세종시의 한 영양교사는 “전면 등교는 아니어도 지난 2년간 꾸준히 등교수업이 이뤄졌는데, 우유급식률 하락이 코로나19 때문이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오히려 억지로 우유급식을 실시했던 학교들이 그만큼 많았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상급식 대상에게만 시행했을 때 생기는 부작용에도 큰 도움이 된다. 우유급식률이 큰 폭으로 감소하며 상당수 학교에서는 무상급식 대상자에게만 우유를 지급했는데, 이런 방식은 무상우유급식 대상자라는 사실을 학교 내에 알려 낙인효과를 발생시키기도 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학교 배식 대신 보관기간이 긴 멸균우유를 가정에 직접 배송하기도 했지만, 일부 학생들이 배송받은 멸균우유를 ‘당근마켓’ 등에 판매해 또 다른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과거의 산물 ‘우유급식’, 이젠 퇴장

우유바우처의 도입은 궁극적으로 ‘우유급식의 퇴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무상우유급식은 그동안 어떠한 형태로든 학교 내 우유급식을 지속시킨 요인이었기 때문. 

학교에서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만 우유를 제공하면 낙인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우유급식 수요조사 결과, 찬성 비율이 낮아도 학부모를 설득하는 등의 노력으로 우유급식을 유지하곤 했다. 하지만 우유바우처 추진으로 무상우유급식 자체가 학교 내에서 사라지면 무리해서 우유급식을 시도할 명분도 사라진다. 

지난 2021년 전북지역 영양(교)사들이 학교 우유급식 업무를 영양(교)사에게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며 전북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 2021년 전북지역 영양(교)사들이 학교 우유급식 업무를 영양(교)사에게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며 전북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영양(교)사 입장에서는 행정적 업무처리의 큰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된다. 우유급식은 학교급식 범위에 해당되지 않음에도 단지 ‘급식’이라는 명칭 때문에 상당수 학교가 영양(교)사를 업무담당자로 지정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우유급식 업무를 살펴보면 정작 영양(교)사가 업무를 맡아야 하는 이유는 불분명하다.

우유급식 업무는 농식품부와 낙농진흥회, 지방자치단체, 농협 등 7~8개 기관들이 관여되어 있으며, 복잡한 업무구조 때문에 실질적인 업무강도 또한 적지 않다. 여기에 영양(교)사는 학생들의 전입·전출 여부 등을 직접 파악할 수가 없어 행정실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데 이러한 업무구조 자체가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 많았다. 

학교 우유급식 폐지를 오랫동안 요구해온 한 영양교사는 “과거의 산물인 우유급식은 폐지돼야 마땅하고, 폐지가 어렵다면 학교 외부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마침내 관철됐다”며 “우유바우처 제도가 제대로 정착돼 우유급식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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