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변경된 꾸러미사업 기준 ‘석연찮네’
경기도의 변경된 꾸러미사업 기준 ‘석연찮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3.1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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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2년간 유지했던 ‘행정처분 시 자격 제한’ 기준 삭제 
공공 이익 위한 친환경농산물꾸러미 사업, 공공 분야가 맡아야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경기도(도지사 김동연)가 자체 예산으로 추진하는 임산부 친환경농산물꾸러미 사업의 공급업체로 ‘농협 경제지주(이하 농협)’를 선정해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가 공급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지난해와 사뭇 다른 자격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본지 354호(2023년 2월 27일자) 참조> 일각에서는 경기도가 농협의 참여를 보장하고, 평가에 유리하도록 자격 기준을 개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온다. 

대한급식신문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경기도는 ‘2023년 경기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 공급업체 선정공고’에서 그동안 자격 기준으로 명시했던 ‘최근 2년간 식품위생법 관련 행정처분 등을 받지 않은 업체’라는 조건을 없앴다. 

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의해 2018년부터 2022년 8월까지 5년간 무려 41건의 원산지표시 위반행위가 적발된 바 있다. 또 대표적인 농협 유통매장 중 하나인 양재 하나로마트는 1년여 남짓한 기간 동안 서초구청으로부터 무려 3차례나 똑같은 불법행위를 저질러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 같은 문제는 국회로도 이어져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여·야를 막론하고 여러 의원들로부터 부실 관리에 대해 지적받기도 했다.

농협은 이번 경기도 모집공고에 지역본부나 지역농협이 아닌 농협으로 신청한 만큼, 이 같은 행정처분이나 적발건수는 모두 농협의 자격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 2021년 경기도 하남시에서 임산부에게 제공한 친환경농산물꾸러미 모습.
지난 2021년 경기도 하남시에서 임산부에게 제공한 친환경농산물꾸러미 모습.

이 외에도 기존에는 없었던 ‘전담인력 확보’를 2023년 모집공고에 평가항목으로 포함한 점도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지난 2년간 진행된 공고에서는 전체 배점 100점 중 ‘시설·장비현황’ 항목에 25점을 배점했다. 그런데 돌연 2023년도 공고에서는 시설·장비현황을 20점으로 줄이고, 그 대신 ‘전담인력 확보’ 항목을 신설해 5점을 배점했다. 

전국 단위 농산물 유통을 상시적으로 수행하는 농협이 다른 어느 기관·단체보다 새로운 배점 항목에서 월등히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

공급업체를 평가하는 심의위원 구성도 석연치 않은 점으로 지목된다. 경기도는 지난해인 2022년까지 친환경농산물 유통, 생산자·소비자단체 등 관련 전문가 10명 이내로 심의위원을 구성하도록 했으나 2023년도 공고에는 ’생산자‘를 제외하고, 심의위원도 7명 이내로 축소했다. 

이에 경기도 친환경단체 관계자는 “그간 농협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해온 생산자단체라는 이유로 의도적으로 심의위원에서 배제한 것이 아닌가 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이번 사업은 반드시 ’공공의 영역‘에서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이 96억 원이지만, 친환경농산물 원물 가격과 유통비용이 예산의 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큰 이윤이 발생하는 사업은 아니다. 

따라서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에서 이 사업을 맡게 되면, 공급되는 농산물의 품질과 배송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매우 크다. 이런 이유에서 공공성을 가진 기관으로 볼 수 없는 농협보다는 이윤 추구가 목적이 아닌 공공기관 혹은 단체에서 맡아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경기도 친환경단체 관계자는 “농협이 이 사업을 맡으면 안 된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며 “결과적으로 이 같은 공모내용 일부 수정은 의도적으로 농협을 선정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의혹을 떨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경기도 친환경농업과 관계자는 “경기도는 공정한 절차에 의해 공급업체를 선정했다는 입장”이라며 “농협에 의도적으로 혜택을 주기 위해 공모 조건을 변경했다는 의혹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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