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코로나19 딛고 기지개 켜는 ‘단체급식’
[기획] 코로나19 딛고 기지개 켜는 ‘단체급식’
  • 김기연·박준재 기자
  • 승인 2023.03.16 0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2023 단체급식 전망] ⑤ 단체급식, 분야별 주요 이슈는?
‘폐암’ 파장 결론 내릴 학교급식… ‘유보통합’ 준비하는 영·유아급식
‘선택급식’으로 전환되는 군급식… ‘본격화’되는 노인 등 사회복지급식

[대한급식신문=김기연·박준재 기자] 끝날 듯 끝나지 않았던 코로나19로 축약할 수 있었던 2022년이 가고 어느덧 새해가 밝았다. 매년 그렇듯 2023년에도 단체급식산업을 둘러싼 수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한급식신문은 신년 기획 시리즈로 단체급식을 각 분야별로 분석해 전망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 편집자주 -

■ 연재순서
① 한계 봉착한 조리인력 ‘구인난’, 대책은?
② 따라잡기 벅찬 물가상승률, 급식비 부족 대책은?
③ 트렌드 거스르기 어려운 식자재, ‘HMR’ 주목
④ 단체급식소 조리과정 자동화, 어디까지 왔나
❺단체급식, 분야별 주요 이슈는?


단체급식 산업은 이제 더 이상 ‘비주류’ 산업이 아니다. 외식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가·저품질 음식’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던 시기가 지난 지 오래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단체급식에서 제공되는 식사의 질과 메뉴의 다양성, 외식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을 확인한 대다수 국민들은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구내식당 이용을 부담스러워하지 않았다. 

산업적 측면의 발전도 눈부시다. 교육 분야에서 연간 학교급식에 투입되는 예산은 6조 원을 넘어섰으며, 학교급식과 군급식, 영·유아급식, 교정급식 등 ‘공공급식’의 산업 규모를 합하면 10조 원에 달한다. 공공급식이 아닌 민간분야의 급식 산업 규모도 더불어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주목받고 있는 단체급식. 올해 각 분야별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 학교급식 

복수의 학교급식 관계자들은 올해 ‘폐암’이 주요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용노동부가 2021년 ‘조리흄’으로 인한 학교급식 조리 종사자의 폐암 발병을 산업재해로 공식 인정한 뒤 진행된 17개 시·도교육청 조리 종사자 대상 폐CT 검진 결과와 그에 따른 종합대책이 오는 16일 발표된다. 대책에 앞서 확인된 검진 결과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검진받은 4만2000여 명의 조리 종사자 중 32.4%가 ‘폐에 이상이 있다’는 소견을 받았고, ‘폐암 매우 의심’ 단계 소견자만 338명에 달했다. 

폐암이 중요한 이유는 현재 학교급식이 당면한 ▲조리인력 부족 ▲급식실 종사자 처우 수준 및 근무환경 개선 ▲노동강도 개선을 위한 시설개선 등의 문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폐암 이슈는 갈수록 조리실 근무를 기피하는 사회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으며, 조리인력 부족 현상마저 부채질하고 있다. 결국 조리인력 부족은 급식 운영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교육 당국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으며, 대대적 예산 투입도 예정돼 있다. 시설개선 예산에는 환기설비는 물론 조리기구, 조리실 리모델링 등이 포함됐다.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늘어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덕분에 재정이 예년에 비해 여유롭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경기도의 한 영양교사는 “조리흄 저감을 위해 교육청 주도로 조리실 내 후드·덕트 설비 교체와 조리실 설계 변경 등이 대대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교육 당국은 장기적인 계획과 강력한 추진 의지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한편에서는 이 같은 개선대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인가’라는 점에서 찬반 의견이 갈린다. 조리인력이 빠져나가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노동강도에 비해 급여 수준이 낮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학교급식은 일반 급식에 비해 처우가 좋은 편이라며, 현재 상태에서 대폭 인상은 불가능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영·유아급식 

어린이집·유치원급식의 올해 화두는 ‘유보통합’으로 보는 의견이 절대다수다. 2021년부터 적용된 학교급식법으로 인해 유치원급식이 큰 변화를 맞은 것처럼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통합되면 어린이집도 ‘학교급식법’에 적용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발표한 ‘유보통합 추진방안’을 보면, 2024년까지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관리체계를 통합하고, 2025년부터는 각 교육청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함께 관리하게 된다. 그리고 교육부는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이른바 ‘선도교육청’을 선정, 교육청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같이 관리하는 체계를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기나긴 코로나19 팬데믹의 끝이 보이는 올해, 단체급식업계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왼쪽)신안군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가 2021년 실시한 ‘나는야 꼬마 영양사’ 프로그램 모습.
기나긴 코로나19 팬데믹의 끝이 보이는 올해, 단체급식업계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왼쪽)신안군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가 2021년 실시한 ‘나는야 꼬마 영양사’ 프로그램 모습.

이 때문에 유치원급식과 더불어 어린이집급식도 급격한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부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급식비 격차를 없애기로 했다. 2022년 기준 어린이집 급식비 지원단가는 2500원이었던 반면, 유치원은 2800원~3435원에 달한다. 또한 급식비를 누리과정 지원금 속에 포함해 받은 어린이집과 달리 별도로 받았던 유치원의 지원체계가 일원화된다. 그리고 무상급식에 대한 추진도 논의될 전망이다.

다만 이 같은 변화가 모든 급식 주체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지는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사실상 ‘개인사업’ 형태로 운영해온 어린이집이 예산지원 확대와 무상급식에 따른 변화를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 군급식

국방부가 내세운 올해 군급식의 화두는 ‘선택급식’다. 식단 구상 단계부터 영양량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장병들의 선호도를 최대한 반영하는, ‘선택형급식 체계’ 구축이다. 

지난 몇 년간 꾸준히 군급식 체계 개선을 진행해온 국방부는 이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해 기존 수의계약 체제에서 경쟁입찰 체제를 도입하기로 했었다. 단계적으로 수의계약 비중을 줄여가려던 국방부의 계획은 기존 수의계약 수혜자였던 농협과 일부 농민들의 반대의견을 받아들여 수의계약 비중은 유지하기로 했다. 

선택형급식 체계의 핵심은 ‘장병 1인당 1일 기본급식량’ 폐지다. 예를 들면, 기본급식량 체계에서는 반드시 쌀과 김치, 반찬, 육류 등을 식단에 포함시켜야 했기 때문에 특정 품목은 반드시 지속적으로, 그리고 대규모로 납품되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기준이 없어지게 돼 식단 편성 및 식자재 선택의 제한이 없어진 것이다. 장병들이 원한다면 조식에는 빵과 우유 그리고 스프를, 중식에는 파스타 혹은 스테이크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해진 것. 다만 이 같은 급식 식단 편성은 연령별 영양량 섭취기준을 기초로 부대별 급양관 관리하에 이뤄진다.

장병 선택권 강화는 최근 일부 학교급식에서 추진되는 ‘자율선택급식’과 맥락이 닿아있는 것으로, ‘급식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시도다. 

국방부 관계자는 “선택급식은 잔반 배출, 부실급식 논란 등 군급식이 처한 어려움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장병급식의 질 향상이 ‘전투형 강군’ 육성의 토대라는 신념으로 군급식 수준 향상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회복지급식

얼마 전 국회에서 의미 있는 지적이 제기됐다. 저소득층 노인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경로식당의 1인당 급식단가가 결식아동 급식비(평균 8000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결식아동 급식비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2배 가까이 상승할 때 노인급식비는 그만큼 ‘정체’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대다수 국민은 알지 못했다. 그만큼 ‘노인급식’이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노인급식은 대표적인 ‘사회복지시설급식’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7월 발효된 ‘노인·장애인 등 사회복지시설의 급식안전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사회복지시설급식법)’이 올해부터 본격화된다. 사회복지시설급식법에 따라 영양사가 없는 소규모 사회복지시설에 급식을 지원하는 ‘사회복지급식관리지원센터(이하 복지급식센터)’가 올해 대폭 확대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설립을 지원하는 복지급식센터는 지난해 기준 전국 20개에서 올해 70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복지급식센터는 일단 영양사가 없는 소규모 요양원 등의 급식을 자문하고, 기구 지원 및 종사자 교육 등을 맡을 예정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상담 및 교육데이터를 쌓고, 노인 식생활 사례 등을 토대로 노인급식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 정립과 노인급식 체계화, 고령자 식사 및 식생활 전반에 대한 지침과 교육자료를 제작할 수도 있다. 

■ 위탁급식

해마다 위탁급식업체들이 강조하는 올해의 키워드 중 늘 빠지지 않은 것은 ‘비용 절감’이다.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인 단체급식, 그리고 공공급식과 다르게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민간업체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이 곧 이윤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끝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위탁급식업계의 키워드는 비용 절감보다 ‘정상화’로 요약될 수 있을 듯하다.

청주 흥덕구청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식사를 하는 모습.
청주 흥덕구청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식사를 하는 모습.

코로나19는 위탁급식업계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재택근무 증가와 비대면 체계로 식수 인원이 대폭 감소한 반면, 상대적으로 비싼 외식 대신 급식을 택하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한 대형위탁급식업체 관계자는 “식수 인원이 줄어든 대신 ‘도시락’ 판매가 늘어나 결과적으로 전체 식수 인원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3년간의 팬데믹 끝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당수의 위탁급식업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식수 인원을 회복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미 급식산업계는 정상화됐고, 따라서 올해 하반기의 키워드는 지난 몇 년간 추진하지 못한 ‘매출 극대화’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와 함께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른바 ‘컨세션(Concession·식음료 위탁운영)’ 사업의 향방도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몇 년간 대형위탁급식업체들은 골프장과 스키장을 비롯한 대단위 레저시설, 병원, 휴게소 등의 식음료·푸드코트 사업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수주에 나섰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최근까지 이 사업은 사실상 정지상태나 다름없었다. 

단체급식업계 관계자는 “최근 해외여행이 대폭 증가하는 것에서 보듯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억눌린 소비심리가 하반기에 더욱 커질 것”이라며 “국내외 여행지 등의 이용률도 크게 높아질 것이라 컨세션 수익률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