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급변하는 단체급식에 당면 과제 
[나침반] 급변하는 단체급식에 당면 과제 
  • 웨스틴조선호텔서울 박형진 셰프
  • 승인 2023.03.1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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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틴조선호텔서울 박형진 셰프
박형진 셰프
박형진 셰프

경제 성장과 국민 소득이 늘면서 식생활은 국제화됐고, 생활 방식과 사회 환경 또한 큰 변화를 맞으며 다양한 글로벌 문화가 유입됐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세계 각국의 음식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처럼 경제가 발전하고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단체급식의 목적은 단순한 섭취나 생명 유지라는 기본 기능을 벗어나 기능과 기호, 식문화 및 예절, 공동체 의식 등으로 확장되는 등 중추적인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단체급식은 산업사회의 발달로 분주해진 가정에서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는 불편함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 빈부 격차로 인해 도시락이 줄 수 있는 위화감 예방에도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영양을 고려한 균형 잡힌 영양공급과 관리, 개인의 체위 향상 및 건강 증진 등에도 일조했다.

이 같은 단체급식은 세대별 변천사로 이어져 왔다. 먼저 1세대(1980~1990년대)는 한식 위주의 식단을 바탕으로 1가지 국·3가지 반찬 또는 1가지 국·4가지 반찬으로 이뤄진 단순한 형태를 보였다.

이어 1.5세대(2000년대)에서는 1세대의 기본적 식단에 더해 서양식 메뉴 도입으로 돈가스, 스테이크, 햄버거, 스파게티, 치킨, 짜장면 등을 가미한 다양한 변형 식단이 구성됐으며, 소비자들에게 음식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리고 2세대(2010년대)에는 강화된 위생 개념과 개인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푸드코트를 비롯해 급식업체의 확장에 따른 뷔페식 식당, 개별 그릇 사용 등의 움직임들이 눈에 띄었다.

마지막 3세대(2020년 이후)에 들어서는 저열량 식단, 고단백 식단, 다이어트, 웰빙, 건강식, TO-GO 박스 형태(도시락, 샐러드, 샌드위치, 분식 등) 등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고객이나 소비자에게 직접 부여하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있다. 즉 과거 한 끼 식사로 배를 채우는 단순한 목적의 단체급식을 넘어 개인의 상황, 환경, 질병, 문화, 제도 등에 따라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시대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학교, 군부대, 병원, 산업체 등 다양한 곳에서 단체급식을 경험할 수 있다. 각 분야별 급식소에서 계획적이고, 균형 있는 식단을 제공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 식량 증진과 소비 합리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더 나아가 무분별하게 도입되는 수입 식자재에 대한 의존도에서 탈피, 우리 고유의 식문화를 유지·계승 발전시킴으로써 국내 농수산물 소비 촉진과 식량수급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단체급식은 앞으로도 더욱 세분화되고 다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경험한 우리는 지금 많은 변화를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1인 가구의 증가와 거리두기에 따른 배달문화 급성장, 가정간편식(HMR)·즉석섭취식품(RTE) 증가, 보조식품의 무인 판매 확대 등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는 상황에서 단체급식은 기본적인 기능을 넘어 문화, 환경 등을 고려해야 하고, 개인의 요구를 충족해야만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별 식문화에 따른 다양한 비건 음식과 할랄식품 등에 존중이 필요하고, 기후와 식생활 환경의 변화에 따라 온실가스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윤리적 쟁점인 채식과 육식, 공장식 축산과 유기농 축산, 유전자 재조합 식품에 대한 안정성, 세계 기아의 원인과 해법, 공정무역과 윤리적 소비 등에 대한 적절한 해법 또한 우리 세대가 풀어 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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