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허위 보고한 ‘영양교육평가원’… “간도 크네” 
국회 허위 보고한 ‘영양교육평가원’… “간도 크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4.1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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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증 절차도, 기준도 없이 ‘슬그머니’ 연장한 영양교육평가인증
해당 의원실 “평가원, 허위자료를 제출했다면 그냥 넘어갈 일 아냐”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영양사 직군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교육과정을 체계화한 대학 식품영양학과를 공식 ‘인증’하는 ‘영양사 교육과정 평가인증제도(이하 영양교육평가인증)’의 법제화가 시도되는 가운데, 영양교육평가인증을 관장하는 (재)한국영양교육평가원(원장 손정민, 이하 평가원)이 국회에 의도적으로 허위 보고한 사실이 확인돼 파장이 예상된다. 

평가원은 사실상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김혜진, 이하 영협)가 설립한 산하기관으로 현재 서울 여의도에 소재한 영협 사무국을 함께 사용하고 있으며, 영협 회장은 평가원 이사장직을 겸하고 있다. 여기에 당연직 이사 상당수가 영협 이사진과 동일하며, 전직 영협 회장은 감사를 맡고 있어 국회 허위 보고 배경에 영협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온다.

꼭 필요한 영양교육평가인증

영양교육평가인증은 대학이 지속적으로 영양사 교육과정을 개선하고, 교육의 질을 관리함으로써 현장에서 요구되는 전문 역량을 갖춘 영양사를 배출할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는 취지의 제도다. 이를 위해 영협은 2011년 평가원을 설립해 영양교육평가인증을 준비해왔다. 

현재 영양사를 배출하는 최고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은 학부 내 식품영양학 관련 전공 및 학과를 개설해 2~4년의 교육을 거쳐 예비 영양사들을 양성한다. 그리고 이들이 국가시험을 통과하면 영양사면허를 받게 된다. 그러나 각 대학의 영양사 양성과정은 영양사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돼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고, 또 변화했다. 

굳이 ‘식품영양학과’ 명칭을 사용하지 않은 학과도 생겨났고, 동시에 이처럼 다양한 교육과정이 영양사를 제대로 양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졌다. 또 노력에 비해 낮은 처우는 물론 영양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홍보도 부족해 사회적 인식도 낮다는 비판도 있었다.

영양교육평가인증은 이에 대한 대안 중 하나로 추진됐다. 각 대학의 교육과정을 체계화·표준화하고, 영양사가 가진 역량을 높이자는 취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영양사가 진출할 분야도 늘리는 등 궁극적으로 처우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비슷한 예가 ‘간호교육평가인증제’로, 대한간호협회 산하기관인 한국간호교육평가원이 각 대학에 개설된 간호학과의 커리큘럼과 교육여건 등을 평가해 일정 기간 ‘인증’을 해주는 제도다. 

평가원은 약 5년간의 준비를 거쳐 2016년 충남대·한양여대 식품영양학과를 대상으로 첫 영양교육평가인증을 진행해 두 대학에 ‘4년 인증’을 부여했다. 이어 2018년 단국대와 계명대, 2019년 강릉원주대, 경남대, 성신여대, 계명문화대가 인증을 받았다. 인증대학은 매년 2~4개씩 늘어 2023년 기준 16개에 달한다. 

절차·기준 모두 없는 인증 연장

평가원은 이렇게 시작한 영양교육평가인증 신뢰도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인증 기간이 만료됐음에도 별도 재인증 절차나 실태 확인 없이 인증 기간을 일방적으로 연장해 통보한 것이다. 

2022년 11월 기준 영양교육평가원에서 공지한 전국 대학 영양교육평가인증대학 현황. 2016년도에 인증을 받은 충남대·한양여대의 인증기간은 2021년 2월 28일이었다.
2022년 11월 기준 영양교육평가원에서 공지한 전국 대학 영양교육평가인증대학 현황. 2016년도에 인증을 받은 충남대·한양여대의 인증기간은 2021년 2월 28일이었다.

2016년 최초 인증받은 충남대와 한양여대의 인증 기간은 2017년 3월 1일부터 2021년 2월 28일까지 4년이다. 하지만 대한급식신문의 취재 결과, 두 대학의 인증 기간은 별다른 절차나 기준 없이 3년이나 연장됐다. 2022년 11월까지만 해도 2021년 2월 28일까지였던 두 대학의 인증 기간이 불과 한 달여 만에 2024년 2월 28일로 변경된 것. 

간호교육을 비롯해 여타 보건의료인의 교육과정 재인증은 무척 까다롭다. 재인증이라는 이유로 최초 인증에서 진행된 절차를 일부 생략하거나 대체하는 등의 과정이 전혀 없다. 

2022년 9월 영양교육평가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에 제출한 영양교육평가인증 현황. 동일한 2개 대학의 인증 기간이 2021년 2월 28일에서 2022년 2월 28일로 변경되어 있다.
2022년 9월 영양교육평가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에 제출한 영양교육평가인증 현황. 동일한 2개 대학의 인증 기간이 2021년 2월 28일에서 2022년 2월 28일로 변경되어 있다.

재인증의 소요 기간도 최초 인증과 비슷하다. 대한급식신문 취재에 응한 보건의료인력 인증기관은 인증 만료 6개월 전까지 재인증 접수를 받으며, 재인증은 평균 4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한 보건의료인력 인증기관 관계자는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본 기관의 재인증은 최초 인증과 똑같은 과정으로 진행된다”며 “이는 인증 신뢰도 유지를 위한 핵심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평가원은 어떤 절차나 기준 없이 재인증도 아닌, ‘인증 기간 연장’을 결정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애초 영양교육평가인증부터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 것 아니냐”며 “영양사의 위상과 신뢰를 영양사 단체가 앞장서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탄했다.

국회에 허위 보고, “이래도 되나”

더 큰 문제는 평가원이 임의로 영양교육평가인증 기간을 변경한 의견서로 국회에 허위 보고했다는 사실이다. 남인순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7월 영양교육평가인증을 법제화하는 내용이 담긴 ‘국민영양관리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영양사 면허시험 응시 자격을 영양교육평가인증 대학 졸업생으로 제한해 모든 대학이 인증을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2023년 3월 확인된 영양교육평가원 홈페이지. 최초 인증받은 2개 대학의 인증기간은 다시 2024년 2월 28일로 연장되어 있다.
2023년 3월 확인된 영양교육평가원 홈페이지. 최초 인증받은 2개 대학의 인증기간은 다시 2024년 2월 28일로 연장되어 있다.

남 의원의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의 절차에 따라 관련 부처와 단체 의견이 취합돼 “2016년부터 평가원에서 영양교육평가인증을 운영했으며, 이에 대한 효과성을 선행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당시 국회 전문위원실의 검토보고서를 보면 충남대·한양여대의 인증 만료 기간이 2021년 2월 28일이 아닌 2022년 2월 28일로 기재되어 있다. 평가원이 애초 연도를 바꿔 보고한 것. 평가원이 국회에 의견서를 제출한 시기는 2022년 9월경이었고, 대한급식신문이 2022년 11월경 평가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두 대학의 인증 기간은 2021년 2월 28일로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에 실무 착오일 가능성은 극도로 낮다. 

그러다 2022년 11월 이후 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며칠 뒤 평가원 홈페이지에 두 대학의 인증 기간은 2022년으로 다시 변경됐다가 최근 또다시 2024년으로 바뀌었다.

심지어 해당 대학들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대학 관계자는 “인증 기간이 만료됐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며 “단순히 연장이 됐다고 해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평가원의 이번 행위에 배경은 그간 허술하게 운영한 영양교육평가인증을 국회에 숨기려는 ‘의도’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즉 영양교육평가인증과 평가원의 허술한 운영이 밝혀지면 남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영원히 통과될 수 없기 때문. 

한 대학교수는 “의도적으로 연도를 바꾼 것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며 “심지어 단 며칠 사이에 재인증도 아닌 인증 기간 연장이라고 한 것은 누가 봐도 국회를 속이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남 의원실 관계자는 “평가원이 제출한 의견서는 참고자료이긴 하지만, 제출된 의견서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까지 의원실이나 전문위원이 일일이 확인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면서 “평가원 측이 허위자료를 제출했다면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평가원 관계자는 “남 의원실에서 제출한 법안이 통과된 이후 재인증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두 대학에 별도로 재인증 요청을 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일부러 인증 기간을 잘못 기재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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