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낙찰제’에도 껌값 입찰하는 급식용 도시락
‘최저낙찰제’에도 껌값 입찰하는 급식용 도시락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5.14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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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책정 예산보다 낮은 입찰에 최저낙찰제 안 되는 2단계 입찰까지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 큰 급식 대체용 도시락, “관련 규정 정비 서둘러야”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인해 크게 늘어난 학교급식 대체용 도시락의 입찰 관련 규정이 미비해 학생들의 건강을 해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나치게 낮은 단가로 입찰이 이뤄져 도시락의 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우려에서다. 이 와중에 급식을 대체할 도시락 수요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커 시급한 관련 규정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3000원짜리 급식 대체용 도시락  

학교급식용 식자재는 기본적으로 공개경쟁입찰 방식을 취하고 있다.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이주호)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계약법)’과 관련 예규 등을 토대로 지침을 만들어 일선 학교로 전달하고 있다. 

초등학교 돌봄교실 등 정상적인 급식 제공이 어려운 경우 대부분 급식 대체용 도시락을 이용한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규정이 아직 미비해 일선 현장에서는 도시락의 질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경남 고성군의 한 초등 돌봄교실에서 도시락 급식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초등학교 돌봄교실 등 정상적인 급식 제공이 어려운 경우 대부분 급식 대체용 도시락을 이용한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규정이 아직 미비해 일선 현장에서는 도시락의 질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경남 고성군의 한 초등 돌봄교실에서 도시락 급식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지침에 따르면 학교는 식자재 공급업체 선정 시 ‘제한적 최저가 낙찰제(이하 최저낙찰제)’를 적용해 적정 가격에 안전하고 품질이 보장된 식자재를 공급받아야 한다. 최저낙찰제란 예정가격(학교가 제시한 계약금액)과 ‘일정 비율’ 사이에 입찰한 자 중 낙찰자를 결정하는 제도다. 

이 같은 일정 비율은 규정으로 정해져 있다. 예정가격이 2000만 원 미만이라면 90%,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 사이(2023년 1월 1일부터 1억 원 미만으로 변경)라면 88%다. 즉 학교 측에서 제시하는 가격이 1000만 원이라면 900만 원 이하로 응찰하면 무조건 낙찰자에서 제외된다. 즉 납품되는 식자재의 품질은 보장하고, 업체 간 과당경쟁은 막을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인 것. 

하지만 그동안 급식 대체용으로 낙찰받아 공급된 도시락의 상당수는 최저낙찰제를 적용받지 못했다. 대한급식신문이 진형석 전북도의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전북지역에서 지난 2022년 급식 대체용으로 진행한 도시락 공급업체 선정 입찰은 모두 64건. 

전라북도교육청(교육감 서거석, 이하 전북교육청)은 급식 대체용 도시락 기준단가를 1인당 7000원으로 정해 예산을 지원하고 있음에도 64건 중 45건의 계약이 7000원의 88%보다 낮은 단가로 계약이 이뤄졌다. 이 중에는 7000원의 80%도 되지 않는 5600원 이하 계약이 30건에 달하고, 3000~4000원에서 낙찰된 계약도 16건이나 있었다. 

이런 사례는 전국 곳곳에서 확인된다. 2021년 경기지역 A초등학교가 실시한 돌봄 도시락 입찰단가는 4800원으로, 실제 입찰을 거치면서 4500원대로 낙찰됐다. 또 부산지역 B고등학교는 2022년 1식당 6000원씩 계산해 2800만 원대의 입찰공고를 올렸으나 실제 낙찰금액은 5500원대였고, 경남지역 C고등학교는 애초 기초금액을 5000원으로 입찰했다. 해당 교육청에서는 모두 도시락 단가를 7000원으로 권장하고 있음에도 실제 입찰금액은 이처럼 제각각이었다. 

수의계약과 2단계 입찰이 문제

이러한 계약이 이뤄질 수 있었던 이유는 애초 학교 측이 제시하는 예정가격이 턱없이 낮았기 때문이다. 지방계약법에 따르면 예정가격이 2000만 원 미만이라면 별도 입찰 없이 1인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업체는 가격을 제시하고, 학교 측이 검토해 계약을 맺는 것. 전북지역 자료를 보면 1인당 3000~4000원 대로 낙찰된 계약을 보면 모두 1인 수의계약이다. 1인 수의계약이 규정 위반은 아니지만, 학교 측이 수의계약을 이유로 지나치게 낮은 단가를 공지하고, 업체는 이에 맞춰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또 다른 문제는 ‘2단계 입찰’ 관행이다. 2단계 입찰이란 쉽게 표현하면 입찰을 2번 거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크게 ‘규격·가격 동시입찰(이하 동시입찰)’과 ‘2단계 경쟁입찰(2단계입찰)’ 방식으로 구분된다.

동시입찰은 공급업체가 가격에 대한 입찰서와 규격에 대한 입찰서 2개 제출하는 것이고, 2단계입찰은 규격 혹은 가격입찰이 이뤄진 뒤 이를 통과한 입찰자를 대상으로 다시 한번 나머지 입찰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규격입찰에서 도시락 구성을 1식 5찬 또는 1식 3찬과 국으로 요구하고, 2단계 입찰에서 가격 경쟁을 요구하는 것이다. 당연히 도시락 단가는 더 낮아지게 되며 무엇보다 2단계 입찰은 최저낙찰제가 적용되지 않아 업체 간 출혈경쟁이 벌어지기 쉽다.

실제 전북지역에서 예정가격을 7000원으로 올렸음에도 5500원 미만으로 낙찰된 사례들은 대부분 이런 과정을 거쳤다. 진 의원은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업체의 과당경쟁을 부추기는 입찰 관행은 도시락의 품질을 담보할 수 없게 한다”며 “현재와 같은 입찰체제는 당장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급식 대체 도시락, 관련 규정 필요

문제로 지적되는 급식 대체용 도시락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규정이 필요한 이유는 조리실 환기설비 개선공사 등으로 조리실을 사용할 수 없는 기간과 학교들이 생길 수 있는 데다 돌봄교실, 조식 등에 따른 도시락 수요 또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식 대체용 도시락은 엄연히 식품임에도 다른 급식 식자재와 다르게 일반 물품과 동일한 취급을 받고 있다. 

진 의원은 “전북교육청은 물론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교육부 차원에서 입찰방식과 기준단가 준수 등을 지침으로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식 대체용 도시락 단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북지역에서 지난 2022년 급식 대체용 도시락으로 지출한 예산은 14억4500여 만 원에 이른다. 이러한 예산의 근거는 보건복지부가 정한 2023년 결식아동 급식비 7000원이 기준이며, 이에 따라 급식 대체용 도시락도 기준단가를 7000원으로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결식아동 급식비는 학교급식이 아닌 외부 일반 식당을 이용하는 결식아동의 식사비용을 기준으로 정하기 때문에 최근 가파르게 오른 물가와 식자재 가격 편차 등을 감안하면 단순한 직접 비교는 무리가 따른다. 여기에 같은 도시락이어도 섭취량이 다른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의 도시락 가격은 분명히 달라야 하며, 도시락 제공 기간에 따른 단가 차이도 있어야 한다. 

서울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급식 대체용 도시락 역시 국민 세금으로 운용되는 만큼 명확한 기준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책정되어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규정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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