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공무직’… 늘어나는 ‘기간제’
줄어드는 ‘공무직’… 늘어나는 ‘기간제’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5.09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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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교육공무직 영양사 500여 명 감소, 퇴직 후 기간제 선택 늘어
공무직 대신 처우 좋은 기간제 선호… 어차피 ‘비정규직’만 양산할 뿐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지난 20년 이상 학교급식 현장을 지탱해온 교육공무직 영양사가 사라지고 있다. 일선 교육청에서 더 이상 채용을 하지 않고 있어 자연 감소는 사실상 정해진 결과였지만, 의외로 자발적으로 퇴직한 교육공무직 영양사들이 ‘기간제 영양교사’를 선택하고 있다는 전언이 잇따르고 있다.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이주호)가 매년 발표하는 ‘학교급식 실시현황’에 따르면 교육공무직 영양사 숫자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2018월 2월 말 기준 5071명이었던 교육공무직 영양사(기타 포함) 숫자는 2022년 2월 기준 4536명까지 줄어 4년 만에 500명 이상 감소했다. 일선 교육청 관계자들은 올해 2월 기준 통계에서는 4500명 미만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2020년 이후 17개 시·도교육청이 단 한 차례도 교육공무직 영양사 채용을 진행하지 않아 이 같은 감소는 당연한 결과다. 

반면 전체 영양교사 숫자는 꾸준히 늘었다. 2022년 2월 말 기준 전국 영양교사 숫자는 6277명으로, 2019년 2월 말 기준 5281명에 비해 1000여 명 이상 늘어났다.

교육공무직 영양사 숫자가 꾸준히 줄어드는 가운데 퇴직한 교육공무직 영양사 중 상당수가 다시 기간제 영양교사로 돌아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경북교육청에서 진행한 신규영양교사 NEIS프로그램 연수 모습.
교육공무직 영양사 숫자가 꾸준히 줄어드는 가운데 퇴직한 교육공무직 영양사 중 상당수가 다시 기간제 영양교사로 돌아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경북교육청에서 진행한 신규영양교사 NEIS프로그램 연수 모습.

주목할 점은 교육공무직 영양사 대신 ‘기간제 영양교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년간 줄어든 500여 명의 교육공무직 영양사 중 상당수는 정년퇴직이지만, 자발적 퇴직자도 적지 않다. 급식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처럼 퇴직한 교육공무직 영양사들이 기간제 영양교사로 신분을 전환하는 사례가 매우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의 한 교육청 영양전공 장학사는 “2월 말 교육공무직 퇴직, 3월 초 기간제 영양교사로 출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전국적으로 봐도 사례가 매우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3월 기준 경기지역 전체 영양교사 1300여 명 중 기간제 영양교사가 160명에 달한다는 통계를 보면 전국적으로 봤을 때 전체 영양교사 6277명 중 600여 명 정도가 기간제 영양교사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통틀어 제일 높은 기간제 영양교사 비중이다.

이런 이유는 복합적이다. 그중 제일 큰 문제는 교육공무직의 낮은 처우 수준. 영양교사에 비해 노농 강도가 크게 낮지 않고, 2·3식 학교인 경우는 오히려 노동 강도가 높은데 반해 임금수준은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기간제 영양교사는 채용되면 영양교사 대우를 받기 때문에 단기간이라도 급여 수준이 훨씬 높아진다. 여기에 기간제 영양교사 근무경력은 임용 시 호봉으로도 산정된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학교급식은 기간제 영양교사 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몇 년 전부터 교육공무직 영양사 채용은 멈췄고, 계속 발생하는 정년퇴직과 의원면직 영양(교)사 자리는 영양교사 정원 확대로 채워야 한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교육청이 요구하는 영양교사 정원만큼 배정하지 않고 있어 교육청은 부족한 자리를 부득이하게 기간제 영양교사로 메꿀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학교 측도 교육공무직 영양사 출신을 선호한다. 장시간 교육이 필요한 신규 영양교사 대신 학교급식 운영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채용 경쟁에서도 훨씬 유리하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올해부터 영양교사 선발인원을 감축할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어 기간제 영양교사 수요가 늘어나면 교육공무직 영양사들의 연쇄 이탈이 일어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런 현상에 대해 급식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긍정적인 현상은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기간제 영양교사가 돼 일시적으로 처우 수준이 높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학교급식 분야에 ‘비정규직’ 영양사가 양산되는 것이라는 것이다. 

부산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재능있고 열정적인 영양사 인력이 낮은 처우 수준에 질려 학교급식 현장을 떠나고 있는 것”이라며 “급식조리실 환기시설과 조리 종사자 처우 개선도 중요하지만, 영양사 직군이 처한 현실에도 교육당국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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