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통합’ 논의서 외면당한 학교급식법
‘유보통합’ 논의서 외면당한 학교급식법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5.21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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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전국 9개 유보통합 선도교육청 선정 발표
“유치원 적용 위해 2년 이상 소요, 지금도 늦었다” 비판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정부가 유보통합(유아교육기관·보육기관 통합)을 위한 과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인 ‘학교급식법 적용 여부’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2025년 1월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한 새로운 교육기관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지만 학교급식법 적용 여부로 인해 출범 자체가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이주호)는 지난 15일 유아교육·보육 통합(유보통합) 선도교육청 9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선도교육청은 ▲서울 ▲경기 ▲인천 ▲대구 ▲세종 ▲충북 ▲전북 ▲경북 ▲경남 등 9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유보통합 추진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모습.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유보통합 추진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모습.

선도교육청은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유치원·어린이집 간 교육·돌봄 격차를 완화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준비를 선제적으로 시행하게 된다. 9개 시·도교육청은 자체 준비위원회, 자문단 및 시도 지지체와 협의체 등을 구성·운영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는 선도교육청 과제별 지원관을 지정하고 컨설팅 등을 지원하며 추진 성과는 모든 시도교육청과 공유된다. 

각 교육청이 제안한 추진과제는 모두 13개. 추진과제는 유치원·어린이집 공동교육과정 프로그램 운영, 유치원·어린이집 급식비 격차 완화, 교사 역량 강화 등 주요 프로그램이 계획돼 있다. 각 교육청이 제안한 유보통합 프로그램을 교육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교육부는 선도교육청으로 진행된 9개 교육청과 지자체에 총 482억 원을 지원한다.

대한급식신문의 취재를 종합해보면 교육부는 아직도 유보통합 단계에서 ‘학교급식법 적용 여부’를 아직도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된다. 교육부 영유아교육·보육 통합추진단(이하 추진단) 담당자는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추진단에서는 선도교육청 선정과 별개로 2025년 1월부터 적용할 새로운 통합기관 모델을 만들고 있으며 학교급식법 적용 여부는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유치원은 학교급식법 적용 대상(원아 50인 미만 사립유치원은 제외)이지만 어린이집은 대상이 아니다. 상반한 두 기관의 형태를 통합한다면 적용 혹은 미적용으로 결정되어야 하는데 이미 정부는 교육부 산하기관으로 통합할 예정이어서 새로운 통합기관은 ‘교육기관’으로 분류되고 학교급식법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2020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학교급식법 개정안으로 인해 모든 유치원은 학교급식법 적용을 위한 준비에 돌입해 3년 6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조금씩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 유치원내 급식운영시스템을 만들고 영양(교)사를 채용하고, 교육청은 유치원급식 지원전담부서를 구성했다. 지금도 각 시·도교육청은 유치원 운영자를 대상으로 급식위생안전점검 및 교육을 실시하고 교육지원청에 전담 영양교사를 배치하는 등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2025년 1월부터 출범할 새로운 통합기관은 기존 유치원도 포함하고 있기에 통합기관이 학교급식법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하면 지난 몇 년간 추진성과가 고스란히 없어지는 결과가 된다. 여기에 유치원보다 어린이집은 숫자가 훨씬 많아 막대한 예산부담을 필요로 한다. 학교급식법에서 요구하는 영양(교)사 및 조리 종사자 등 인력뿐만 아니라 급식실과 조리시설 개선 등도 필요하기 때문. 

따라서 교육당국은 어떤 형태로든 학교급식법을 적용하되, 시행 유예기간을 두거나 일정 원아수 미만 시설은 적용하지 않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동안 이뤄진 유치원의 학교급식법 적용과정을 보면 정책 안착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돼 자칫 이로 인해 2025년 1월로 예정된 통합기관 출범이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기도의 한 영양교사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격차 해소, 유치원교사·보육교사의 선발 문제 등보다 학교급식법 적용 여부가 유보통합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인데 교육부는 애써서 이 문제를 외면하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며 “유보통합의 추진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지역의 영양교사도 “교육당국은 최초로 유보통합 추진계획이 발표될 때부터 지금까지 학교급식법 적용여부를 묻는 질문에 똑같은 대답만 하고 있다”며 “유보통합 추진이 중단되거나 늦춰진다면 이로 인해 빚어질 현장의 혼란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추진단 관계자는 “추진단에서도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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