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교육청 곳간?… 현실은 ‘글쎄’
여유로운 교육청 곳간?… 현실은 ‘글쎄’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5.22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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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무상급식비 부담비율 갈등, 원인은?-
여유로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육청 급식비 부담비율 높여야”
정부 세수 올해부터 눈에 띄게 감소, “내년부터 교부금 줄어들 것”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1. 강원도 및 도내 기초자치단체, 강원도의회가 강원도교육청과 무상급식비 부담비율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자치단체와 의회는 자치단체의 재정난을 이유로 교육청의 무상급식비 중 식품비 부담비율 상향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기준 식품비는 강원도와 시·군이 식품비의 40%를 각각 부담하고 교육청이 나머지 20%를 부담하지만 강원교육청은 식품비 20%는 물론 나머지 조리실무사 인건비 및 운영비 전체를 부담하고 있다. 따라서 전체 급식예산 부담 현황을 보면 교육청은 2165억 원 중 67%인 1459억 원을 부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치단체와 의회는 최근 몇 년간 이뤄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규모 대폭 증가를 이유로 부담비율 상향을 요구하고 있지만 교육청 측은 최근의 교부금 증가는 일시적일 뿐이며 장기적으로는 세수 감소가 예측된다며 반박하고 있다.

#2. 세종시와 세종시교육청은 지난 5월9일 무상급식비 중 식품비 부담비율 조정에 마침내 합의했다. 세종교육청은 세종시가 제안한 무상급식 식품비 50% 부담안을 받아들였고 세종시는 세종교육청이 제안한 무상급식 식품비 외 관내 우수농산물 추가 지원을 신설하는 내용의 제안을 수용했다. 기존에는 세종시가 60%, 세종교육청이 40%를 부담해왔다. 

올해 세종시 무상급식비는 총 750억 원. 이 중 식품비는 408억 원으로 양 기관이 204억 원씩 부담하고 추가 지원으로 인해 발생하는 44억 원은 세종시가 부담한다. 하지만 식품비를 제외한 인건비와 운영비 등은 전액 세종교육청이 부담하기 때문에 전체 750억 원 중 67%인 502억 원을 부담하게 된다.


전국 곳곳에서 무상급식비 예산 부담비율로 인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잇따르는 갈등의 배경에 지난 몇 년간 큰 폭으로 늘어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부금)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교부금이 늘어나면서 교육청의 재정이 여유로우니 무상급식비를 추가로 부담해달라는 요구다. 실제로도 교부금 규모가 늘어나 교육청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 여건을 살펴볼 때 현 재정 추세가 지속적일 수 없어 현재 상황을 근거로 부담비율을 크게 높이면 추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교부금, 2년 만에 20조 원 증가

교부금 규모가 지난 몇 년간 큰 폭으로 확장돼 온 것은 사실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의해 조성되는 교부금의 재원은 당해연도 내국세 총액의 20.79%와 교육세 세수 일부 합계액이다. 내국세는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등 국내에 있는 과세 물건에 대해 부과하는 조세를 말한다. 총 세수의 20% 가량을 무조건 편성하도록 법령에 규정돼 있어 교부금 규모는 세수 확보량에 따라 달라진다. 

전국 곳곳에서 무상급식비 분담비율을 놓고 자치단체와 교육청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큰 폭으로 늘어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때문이다. 사진은 한 학교에서 급식을 하고 있는 모습.
전국 곳곳에서 무상급식비 분담비율을 놓고 자치단체와 교육청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큰 폭으로 늘어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때문이다. 사진은 한 학교에서 급식을 하고 있는 모습.

교부금 규모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2023년도 기준 교부금은 75조7600억 원으로 2022년 기준 65조590억 원에 비해 10조 원 이상 늘었다. 2021년 기준 교부금은 53조 원 가량이었다. 이처럼 교부금이 큰 폭으로 늘자 교부금을 집행하는 17개 시·도교육청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횟수를 늘리는 등 예산 집행을 폭넓게 하고 있고 적립금을 쌓아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교부금 규모는 당장 내년부터 유지가 어렵다는 전망이 매우 우세하다. 세수가 크게 줄고 있기 때문. 기획재정부(장관 추경호)가 발표한 2023년 3월 기준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2023년도 1분기 정부의 총수입은 145조4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조 원이나 감소했다. 세수 감소의 이유는 정부의 법인세 인하를 비롯한 감세 기조와 경기침체, 부동산거래 감소, 수출 부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인이 복합적이다 보니 단기간에 해결되기가 어려운 상황. 세수가 줄면 당장 교부금 규모도 줄어든다. 

유보통합 등 사용처는 늘어나

반면 교부금 사용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교부금의 사용처가 아니었던 어린이집이 유보통합으로 인해 교육기관으로 편입되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무상급식을 비롯한 교육복지사업은 물론 교육시설 개선, 각종 교육 프로그램에 폭넓게 지원된다. 

올해부터 신설된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이하 특별회계) 또한 큰 부담이다. 정부는 올해 예산안에 10조 원 규모의 특별회계를 신설했고 이 중 3조 원 가량이 교부금을 빼서 만든 재원이다. 앞으로 3년간 한시 편성되는 특별회계지만 정부는 특별회계 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자연스럽게 현재 예산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교부금을 건드릴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현재 ‘내국세의 20.79%’로 명시된 교부금 산정방식을 ‘학생 1인당 특정금액’으로 산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학령인구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음에도 내국세 연동 방식으로 인해 교부금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이주호)는 지난 3월 이같은 언론보도에 대한 설명자료를 내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방식 변경 등을 포함한 운용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시작한다고 언급했다. 대한급식신문의 취재를 종합해보면 변경을 검토하는 방안은 학생수와 연동하는 방식으로 내국세 규모와 시·도교육청 현황을 반영해 학생 1인당 교부금 기준액을 산정하는 방안이다. 다만 이 방안은 교육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칠 가능성이 커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실제로 학생수와 연동해 교부금을 산정하면 교부금 규모가 대폭 줄어든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발표한 ‘경기도교육청 지방교육재정 중장기 전망 및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수와 연동해 교부금을 산정하면 경기지역 교부금 규모가 최소 6조7000억 원에서 11조7000억 원 가량 줄어든다. 

“정치쟁점된 무상급식, 아쉽다”

학교급식 관계자들은 이같은 여러 요인들을 살펴볼 때 교육청의 장기적인 재정여력을 ‘여유롭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면서 전국 곳곳에서 이뤄지는 무상급식비 부담비율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2021년 기준 17개 시·도교육청에 배분된 53조 원의 교부금 중 무상급식비로 쓰인 금액이 4조2523억 원에 달한다. 수많은 교부금 사용처 중 규모에서 단연 압도적인 1위다. 교부금이 부족해지면 당장 크게 영향을 받는 분야가 학교급식이다. 당장 예산이 부족해지면 급식이 멈출 수도 있다. 

강원도의 한 영양교사는 “무상급식비 부담비율 추세를 보면 지난 몇 년간 교육청의 부담비율 증가가 눈에 띄고 그 배경에는 교부금 규모 증가가 자리잡고 있다”며 “사용하지 못한 교부금이 쌓여있어 자치단체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것도 이해하지만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상급식이 정치쟁점화된 현실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무상급식 실현이 교육감의 성과로 인지되고 선출직인 교육감은 이를 결코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는 비판이다. 한 급식 관계자는 “선거 때문에 어떻게든 무상급식을 이어가야 하는 처지가 된 교육감은 자치단체와의 협상에서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며 “아이들의 건강과 올바른 성장을 위해 시행돼야 할 학교급식이 정치도구화된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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