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관리 사각지대 ‘학원급식’ 
또 하나의 관리 사각지대 ‘학원급식’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6.04 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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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초구 어학원서 식중독 의심환자 90여 명 발생 
다양한 형태의 학원 설립에도 단체급식 등록은 ‘극소수’만
늘어나는 새로운 형태의 학원들… 대비책 필요해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법령의 틈새에 놓여 ‘급식관리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던 학원급식의 실태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몇 년째 법령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대한급식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하순경 서울 서초구 A어학원에서 급식을 먹은 학생들이 집단으로 식중독 의심증세를 보여 보건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들이 기숙학원 조리실을 찾아 위생점검을 하고 있는 모습.
교육지원청 관계자들이 기숙학원 조리실을 찾아 위생점검을 하고 있는 모습.

서초구보건소는 최초로 원생과 교사 등 19명이 복통과 설사 증세를 보였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 확인 후 보존식과 가검물을 채취해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일부 환자들은 병원에 입원하기 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최초 환자 발생 이후에도 식중독 의심증세 환자는 계속 늘어 90여 명에 육박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학원급식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학원급식이 현행법 어디에도 명문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학원은 ‘교육기관’으로 봐야 하지만 사실상 ‘사교육’인 터라 학교급식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현재 학원을 관할하는 법은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이하 학원법)’이 유일하다.

그러나 이 학원법에 ‘급식’과 관련된 법 조항은 ‘숙박형 학원’에 대한 조항뿐이다. 숙박을 하지 않으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사를 제공해도 이 조항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관리부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교육부 기획담당관실이 학원을 담당하지만 학원급식은 해당되지 않으며, 이는 일선 교육청과 교육지원청도 마찬가지다. 한 교육지원청 학원관리 담당자는 “학원 지도를 위해 현장을 방문해도 급식은 점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은 것은 식품위생법(이하 식위법). 식위법에 따르면 1회 식수인원이 50명 이상이면 단체급식소로 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원생과 교사 등을 합해 50명이 넘어도 대부분 학원들은 신고를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아무도 관리하지 않기 때문.

서초구만 해도 ‘어학원’으로 영업을 하는 학원이 20개 이상이지만 이 중 3곳만 단체급식소 신고되어 있으며, 이번 식중독 의심증세가 나타난 A어학원도 이 중 한 곳이다. 즉 상당수 학원이 급식을 제공하는 학원임에도 집단급식소로 신고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현상은 결국 학원에 집단급식소 적용 여부를 판단하고, 신고 의무 등을 관리해야 할 정부 부처가 존재하지 않아서다.

이번 서초구 A어학원 사태를 지켜본 한 급식 관계자는 “학원급식에서 아직 대형 식중독 사고가 터지지 않은 것은 매우 신기한 일”이라며 “지금까지 사고가 없었던 것은 운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식의 사각지대에서는 언젠가 사고가 터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국제학교, 영어유치원, 놀이유치원 등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학원들이 늘고 있어 학원급식의 관리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가 정해놓은 일정한 교육과정 대신 영어 혹은 놀이 등을 중점적으로 실시하기 때문에 이 학원들은 교육기관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급식 등의 운영 시스템은 일반 유치원과 유사해 문제가 되는 다른 학원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급식관리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제 학원은 과거처럼 1~2시간 정도 필요 과목에 대한 보충수업의 개념이 아니다. 특히 영어·놀이유치원과 같은 일명 학원유치원은 기존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가진 보육기능까지 맡고 있어 사실상 ‘급식’은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실제 학원유치원들은 오전 일찍 등원해 오후 2~3시경 하원하기 때문에 점심급식과 간식은 물론 학원 운영형태에 따라서는 저녁급식까지 제공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단체급식 관계자는 “정부의 학원급식 관리 방침은 7년 전 파문을 일으킨 서울 동대문구 폴리어학원 사태를 겪고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100여 명의 원생들에게서 식중독이 발생하고, 일부는 불치병인 햄버거병까지 걸렸던 경기 안산시 H유치원 사태가 주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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