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 갑질’에 멍드는 영양사들
‘고객사 갑질’에 멍드는 영양사들
  • 김기연·김나운 기자
  • 승인 2023.06.02 21: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그린푸드 영양사, 강제 회식에서 ‘술 따라봐 강요’ 폭로
“영양사 위상 추락이 원인, 영양사단체가 책임지고 개선해야”

[대한급식신문=김기연·김나운 기자]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구내식당에서 근무하던 현대그린푸드(대표 박홍진) 소속 영양사가 화성공장 소속 직원들에게 갑질을 당했다는 증언이 나와 영양사 사회에 공분이 일고 있다. 특히 과거에 만연했던 관행이 아직도 근절되지 않은 셈이어서 심각성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중순경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자신을 현대그린푸드 소속 직원이라고 소개한 A씨가 게시한 글이었다. ‘고객사 기아차의 갑질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글에서 A씨는 “총무팀 회식에 영양사들을 강제 참여시키고 회식 중에 ‘나는 여자가 따라주는 술 아니면 안 먹는다’며 영양사를 접대부 취급하며 술을 따르게 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초면에 나이가 많던 적던 반말은 기본”이라며 “매 끼니 식수, 식판 샘플사진을 업무시간 외에도 보내야 하고, 이는 연차나 주말에도 예외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정말 일부분의 내용이고, 누구라도 글을 올리고 싶었겠지만 협력사로써 고객사에 당할 보복이 두려워 모두 망설였다”며 “하지만 갑질의 정도가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고 성토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게시글은 각종 언론매체에 보도되면서 파문이 커졌고, 게시글은 얼마 뒤 삭제됐다. 

기아차 화성공장 직원들이 영양사에게 회식 참여를 강요하는 등 갑질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기아차 화성공장 직원들이 영양사에게 회식 참여를 강요하는 등 갑질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사실 확인에 나선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노동조합은 “1차 사실관계 확인 결과 금전 및 접대 등 어떠한 부정행위도 없었다”며 “모든 사실관계를 떠나 피해 호소인께는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대자보와 소식지 등을 통해 “식당 관련 사업 진행 중 부주의한 언행으로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들에게 큰 실망을 드렸다”며 “불필요한 관행은 없애고 잘못된 관행은 뿌리를 뽑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영양사 사회에서는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회식 강요와 성희롱에 가까운 언행들이 아직도 존재하느냐는 지적이다. 

대기업에서 근무했다는 한 영양사는 “어떤 성희롱, 성추행을 당해도 구내식당의 매니저인 영양사는 재계약을 위해 그저 참으라고 강요하는 것이 일상이었다”며 “물론 좋은 분들도 많았지만 저급한 인성을 가진 사람들은 어디나 섞여 있기 마련이고, 그 피해는 여성인 영양사가 감당하라고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중소형 위탁급식업체에서 근무하다 지금은 다른 분야에서 일한다는 한 영양사는 “고객사가 대기업이면 고객사 비위 맞추느라 온갖 일을 다해야 했다”며 “본사에서도 재계약을 언급하며 은근히 회식이나 술자리를 강요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10년 전 일인데 아직도 이런 일이 반복된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일이 또다시 생기지 않도록 영양사단체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영양교사는 “결과적으로 영양사 직군에 대한 사회적인 위상과 권위가 낮아서 발생한 일”이라며 “영양사단체가 나서 항의 방문을 하거나 공식적인 의견을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