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급식’ 우롱한 ‘공공급식요리대회’
‘공공급식’ 우롱한 ‘공공급식요리대회’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6.0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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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레스토랑 코스요리 ‘수두룩’, 심지어 장관상도 수상
“파렴치한 단체에 지원한 혈세 4000만 원, 묵과할 수 없다”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2023 대한민국 국제요리&제과경연대회(대회장 오제세/조직위원장 이윤호)의 부대행사 성격으로 열린 ‘공공급식요리경연대회(이하 요리대회)’가 비상식적인 요리대회 운영으로 ‘공공급식’의 취지와 가치를 우롱하고 있다는 날 선 지적이 나온다. 

해당 요리대회는 ‘친환경농산물과 로컬푸드를 활용한 고품질 식단 발굴과 보급’을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친환경농산물 활용 단체급식과 군급식 요리 등 여러 분야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군급식 요리 경연에는 현역 장병들도 참여했다. 대회장을 임대해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김춘진)는 이 요리대회에 총 39개 팀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공공급식’에 보급할 수 있는 식단이라면서 출품된 요리가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볼 수 있는 코스요리였다.
‘공공급식’에 보급할 수 있는 식단이라면서 출품된 요리가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볼 수 있는 코스요리였다.

문제는 요리대회 출품작 대다수가 단체급식 적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레시피였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크림 소스를 곁들인 고구마 파이’ ‘연어쌈과 관자테린’ 등 고급 레스토랑에서 제공될만한 코스 메뉴들이었던 것. 일부 팀은 단체급식용 식판을 준비하기도 했으나 그렇지 않은 참가팀이 더 많았다. ‘한정된 인력’으로 ‘대량의 음식’을 ‘한정된 시간’에 모두 조리해야 하는 단체급식의 특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메뉴인 셈이다. 

학교·유치원급식과 군급식, 사회복지급식 등 국가예산이 투입되어 운영되는 공공급식은 사용할 수 있는 식자재 단가가 일반 단체급식보다 낮아 공공급식에 근무하는 영양(교)사의 경우 식단에서 일부 식자재는 애초 고려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번 요리대회에는 정부예산이 4000만 원이나 지원됐다. 친환경농산물과 로컬푸드를 활용한 고품질 식단 발굴·보급을 위해 지원된 예산인데, 공공급식 등 단체급식에 적용할 수 없다면 결국 이번 요리대회를 주최한 ‘조리협회에 대한 특혜’ 시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출품작을 접한 한 학교 영양사는 “공공급식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사람들이 ‘공공급식’을 내걸고 장사를 하고 있다”며 “이런 파렴치한 단체에 ‘혈세’가 쓰였다는 사실을 묵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조리협회 고위 임원은 “심사위원들에게 단체급식 적용 가능성을 우선 가치로 두고 심사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그럼에도 심사위원들이 자신의 신념에 따라 심사를 한 것인데 주최 측이 그것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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