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조리실 환기설비, 발상을 전환하다
[이슈] 조리실 환기설비, 발상을 전환하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4.04.05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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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율적인 조리실 환기설비 개선, 방법을 찾는다
서울강서양천교육청, 전국 최초 '흄방지기' 방식 시범 도입
낮은 조리실 층고와 덕트 면적 확대 따른 문제점 동시 해결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2018년 4월 학교급식실 조리 종사자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후 '조리흄' 심각성을 인지한 교육 당국이 전국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조리실 환기설비에 대한 전면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학교마다 조리실 구조와 위치, 환기설비 시스템이 제각각인 탓에 의외로 개선 작업이 순탄치만은 않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서울특별시 강서양천교육지원청(교육장 손기서, 이하 강서양천교육청)이 조리흄을 유의미하게 제거할 수 있는 환기설비 시스템을 시범 적용하고 있어 학교급식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편집자주 -


환기 목표, 후드 면풍속 0.7m/s

조리흄이 급식 종사자 폐암의 원인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일찌감치 입증됐다. 2018년 급식 종사자 사망 이후 근로복지공단은 2021년 '급식 종사자의 폐암은 산업재해(이하 산재)'라고 처음 인정했다. 그리고 잇따라 들어온 산재 승인 신청을 인정하면서 2023년 10월 기준 산재 인정 건수는 전국적으로 117건에 달했다.

이 같은 첫 산재 승인과 함께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 이하 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하 공단)은 2021년 12월 '학교급식 조리실 환기설비 설치 가이드'를 발표했고, 2022년 12월에는 더 세밀해진 '단체급식시설 환기에 관한 기술지침(이하 기술지침)'을 발표했다. 이후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기술지침에 따라 환기설비 개선공사를 벌이고 있다.

기술지침의 목적은 조리흄으로부터 조리 종사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작업 시 조리흄 배기 기류를 유도해 조리 종사자의 호흡 영역을 확보하는 동시에 발생한 조리흄을 효과적으로 조리실 밖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후드 및 덕트 성능을 개선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특히 공단이 제시한 후드의 면풍속은 0.5(수증기 조리기구)~0.7(유증기 조리기구)m/s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어 조리대와 천정까지 거리는 최소 2.2m로 제시했다. 후드와 조리대의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 조리흄을 제대로 포집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조리작업을 방해하거나 이물질 투입 등 위생상 문제도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리실 내 후드의 공기유속을 0.7~0.9m/s까지 높이기 위해서는 덕트의 크기가 현재 크기보다 더 커져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경우 고용노동부 지침에서 정한 조리대-천장 사이의 거리가 2.2m 미만이 되는 학교들이 적지 않다. (자료 제공 : 서울강서양천교육지원청)
조리실 내 후드의 공기유속을 0.7~0.9m/s까지 높이기 위해서는 덕트의 크기가 현재 크기보다 더 커져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경우 고용노동부 지침에서 정한 조리대-천장 사이의 거리가 2.2m 미만이 되는 학교들이 적지 않다. (자료 제공 : 서울강서양천교육지원청)

그러나 이를 실제 적용하는 단계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도출됐다. 가장 큰 문제는 '공간'이 부족한 것. 기술지침을 적용해 후드의 면풍속을 높이려면 반드시 덕트의 용량이 커져야 하고, 덕트 용량이 커지려면 덕트 면적도 커져야 한다.

즉 기술지침에서 제시한 후드 면풍속을 달성하려면 덕트 면적이 현재보다 2배 이상 커져야 하는데, 상당수 조리실의 층고가 높지 않아 덕트 면적이 커지면 기술지침의 다른 기준인 조리대와 천정 사이 거리 2.2m 미만이 되는 딜레마에 빠진다. 여기에 과도하게 커진 덕트는 소음도 발생시켜 또 다른 건강 위해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을 모두 감안한 강서양천교육청은 급식설비업체와 함께 대안을 마련해 최종 3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미사용 후드 임시로 닫는 '댐퍼' 방식

강서양천교육청이 처음 고민한 방법은 자동 '댐퍼(덕트 내에 설치해 송풍량을 조절하는 공기조절판)'로 미사용 조리기구의 후드는 임시로 닫는 것이었다.

상당수 학교급식소는 조리대를 여러 개 설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수증기 발생 조리기구(밥솥/국솥/세척기)와 유증기 발생 조리기구(튀김·볶음솥/부침기/오븐)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후드와 덕트도 조리대 수만큼 설치된다. 조리대가 여러 개 있어도 조리실 내 공기를 포집해 배출하는 덕트는 연결되기 때문에 한쪽을 막으면 다른 쪽의 공기 유속과 포집량이 높아지는 것을 감안한 방법이다.

강서양천교육청이 후드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관내 2개 학교를 대상으로 6개월간 조리기구 사용실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밥솥과 국솥은 매 끼마다 반드시 사용됐고, 오븐과 튀김·볶음솥 역시 5일 중 4일을 사용했다. 즉 미사용 후드를 닫는 댐퍼 방식은 조리를 제한해야 하기 때문에 별도 식단을 편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강서양천교육청 관계자는 "댐퍼 방식은 풍량 증가 효과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댐퍼 자동제어 구축을 위해 막대한 시설비용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조리 여건을 감안하고 별도의 식단을 구성하는 등 현실적으로 적용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흄방지기' 기술지침 조건 모두 달성

또 다른 방법은 이른바 '흄방지기' 부착 방식이다. 이 방법은 현재 전국 어디에서도 검토되고 있지 않았던 방법이라 강서양천교육청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서양천교육청은 낮은 층고로 인해 덕트 면적을 넓힐 수 없다면 조리흄을 후드 필터까지 '강제 이송'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튀김솥이나 부침기 옆에 흄방지기를 부착한 뒤 위로 공기를 강하게 발사해 일정한 공기 유속을 만드는 것이다.

즉 공기의 흐름이 작업자의 호흡 영역을 거치지 않으면서도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도록 고안했다. 흄방지기라고 이름 붙여진 이 기구는 강서양천교육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식설비업체와 고민해 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흄방지기’의 작동 도식도. 조리기구 뒤에 설치되어 조리흄이 조리 종사자에게 영향을 주지 않도록 공기 흐름을 만드는 동시에 조리흄을 위쪽의 후드까지 바람으로 강제 이동시키는 구조다. (자료 제공 : 서울강서양천교육지원청
‘흄방지기’ 작동 도식도. 조리기구 뒤에 설치돼 조리흄이 조리 종사자에게 영향을 주지 않도록 공기 흐름을 만드는 동시에 조리흄을 위쪽 후드까지 바람으로 강제 이동시키는 구조다. (자료 제공 : 서울강서양천교육지원청)

강서양천교육청은 개발한 흄방지기를 지난해 겨울방학 동안 조리실 환기설비 개선공사를 실시한 관내 4개 학교에 설치했다. 설치 후 성능 확인 결과 흄방지기 방식은 기존 대비 후드 면풍속이 3배 이상 증가했고, 환기설비 개선공사 기간이 대폭 단축됐다. 무엇보다 평균 2억원 이상 소요되는 공사예산이 절반 이하로 크게 감소했다.

흄방지기를 고안한 고재환 강서양천교육청 학교시설지원과 주무관은 "흄방지기를 설치할 경우 기존 덕트, 천정공사가 불필요해져 예산이 크게 절감됐다"며 "천장고 높이 확보와 일정한 배기성능 등 기술지침에서 제시한 조건을 모두 달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흄방지기를 설치하려면 조리기구 뒤쪽에 약 30cm가량의 공간이 필요하고 관리해야 할 필터와 팬(fan) 개수가 증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단점이다. 따라서 조리실 내 벽과 완전히 밀착돼 있는 조리실에 흄방지기를 설치하려면 별도의 작업이 필요하다.

3가지 방법 중 학교에 맞게 선택

강서양천교육청은 2023년 급식실 리모델링 대상 학교였던 관내 2개 학교와 부분 개선사업에 동의한 3개 학교를 대상으로 조리실 환기설비 개선공사를 마무리했다. 리모델링 대상 2개 학교에는 각각 2억1000만원씩 소요됐지만, 부분 개선 대상 3개 학교에는 3억원이 투입됐다. 리모델링 대상 2개 학교는 앞서 언급한 2개 대안 대신 전면 환기설비 개선공사를 진행했다. 리모델링을 진행하면서 조리실 층고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강서양천교육청은 효과적인 방법으로 확인된 흄방지기 설치와 함께 전면 개선 방법 그리고 자동제어식 댐퍼 설치 등 3가지 방법 중 학교 실정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도록 할 계획이다. 조리 종사자의 건강을 확실하게 보호할 수 있는 전면 개선 방식을 기본으로 하되 흄방지기 설치나 댐퍼 방식을 함께 검토한다는 입장을 세우고 있다.

고재환 강서양천교육청 주무관은 "앞으로 업체와 협의해 흄방지기 일체형(혹은 부착형) 전기식 조리기구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며 "이와 더불어 강서양천교육청은 조리 종사자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전기식 조리기구 공급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특별시교육청과 협의해 서울 관내 모든 학교의 환기설비 개선공사에서 흄방지기 방식이 사용될 수 있도록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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