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인력난, 학교급식 근간 흔드나
조리인력난, 학교급식 근간 흔드나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4.05.13 0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서초구 A중학교 ‘부실급식’ 논란, 근본 문제는 조리인력난
대규모 학교, 노동강도 높은데 처우는 동일… 별도 기준 있어야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조리인력난이 결국 학교급식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한 학교에서 부실급식 논란이 빚어지자 일각에서는 조만간 모든 학교가 겪을 수도 있는 일이라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두 달만에 조리실무사 5명 퇴직
서울 서초구 A중학교는 학생 수가 1000명이 넘고 교직원도 70명 이상인 대규모 학교다. A중학교의 조리실무사 정원은 9명. 지난해까지 8명이었으나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 이하 서울교육청)이 노동강도 완화를 위해 조리실무사 배치기준을 완화하면서 1명이 늘어났다.

그러나 늘어난 조리실무사 정원은 ‘그림의 떡’이었다. A중학교는 정원이 8명일 때도 정규 조리인력은 4명뿐이었다. 지난해 3월 신규 채용된 조리인력은 몇 달도 근무하지 않고 퇴직해버렸고, 더 이상 신규인력은 구해지지 않았다. A중학교는 어쩔 수 없이 기간제 조리실무사를 구해 급식을 준비했지만 8명이 함께 근무한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올해는 사정이 더욱 악화됐다. A중학교를 관할하는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교육장 정선숙, 이하 강남서초교육청)은 이런 사정을 알고 올해 3월 A중학교에 4명의 신규 조리실무사를 발령해 교육공무직 조리실무사는 8명이 됐다. 하지만 지난 2개월간 신규발령자 4명을 포함해 6명이나 퇴직하면서 현재 2명만 남았다. 퇴직이 이어질 때마다 A중학교 영양사는 기간제 조리실무사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고, 심지어 일용직을 활용하는 날도 많았다. 

(좌)‘부실급식’이라는 이유로 지역 맘카페에 게시된 4월 26일자 식판 사진, (우)조리인력이 정상이었던 3월 8일자 식판 사진.

갈수록 급식 상황이 악화되는 것은 당연한 일. A중학교 영양사는 기간제 조리실무사들을 감안해 조리과정이 복잡한 메뉴는 당연히 포기해야 했고, 가공식품 사용 비율이 늘어났다. 여기에 노동강도를 낮추기 위해 전처리 식재료 사용이 늘면서 식재료 단가는 높아졌고, 자연히 식단에서 선택할 수 있는 메뉴도 줄었다.

급기야 일부 학부모는 지난 4월 26일 지역 맘카페에 급식 사진을 게시하고 A중학교와 해당 영양사를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난 6일 이 사실이 각종 언론매체에 보도되면서 억울함이 가중되고 있다. 

억울한 영양사만 ‘희생양’되나
이 사건을 접한 대다수 학교급식 관계자들은 “언론의 보도 초점이 ‘부실급식’에만 맞춰져 있고 정작 문제에 본질인 조리인력난에 관심을 갖는 언론은 극소수”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과거 사례를 볼 때 억울하게 영양사가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경기지역의 한 영양사는 “학부모가 맘카페에 게시한 급식 사진을 제외하면 지난 2개월간 A중학교의 급식은 큰 문제가 없었다”며 “오히려 영양사와 조리실무사들이 최악의 조건에서 급식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A중학교 영양사와 가깝다는 서울의 한 영양사는 “A중학교 영양사는 조리인력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고, 조리실무사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배식은 물론 급식 정리까지 했다”며 “이 정도라면 정작 영양사가 해야 할 업무를 제시간에 처리하지 못해 매일 연장근무를 해야 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서울지역 학교 영양사단체 관계자는 “A중학교 영양사가 너무 힘들어서 울면서 상담을 요청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영양사단체가 교육지원청에 항의하고 대책을 요구해도 항상 제자리였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어지는 언론보도 때문에 또다시 영양사만 희생양이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심화되는 인력난, 대책 없나
문제는 조리인력난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교육청이 지난 8일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서울지역 공립학교의 조리실무사 결원은 292명에 달한다. 전체 조리실무사 정원 3940명의 7.4%에 달하는 수준. 특히 강남·서초지역의 결원은 무려 119명이나 된다. 서울 전체 결원 중 40.7%가 강남·서초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조리실무사들이 강남·서초지역을 기피하고 있는 것. 

기피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노동강도와 처우 수준으로 분석된다. 강남·서초지역은 타 지역에 비해 학생 수가 1000명 이상인 대규모 학교가 훨씬 많다. 교육청은 대규모 학교에는 더 많은 조리실무사를 배치하고 있지만, 학생 수가 적은 학교에 비해 노동강도가 높을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어느 학교에서 근무하든 급여 수준은 동일하기 때문에 조리실무사들이 강남·서초지역을 기피한다는 것이다. A중학교 역시 이 같은 흐름을 피해가지 못했다.

교육지원청은 조리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쉬운 해결 방법은 일반 산업체처럼 민간위탁(전부 위탁)하는 것이지만, ‘급식을 직영하라’는 학교급식법과 더불어 학교급식이 ‘공공성’을 잃을 우려가 커 현실성이 없다. 

이어 조리인력만 공급받는 ‘일부 위탁’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A중학교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일부 위탁을 할 수 있도록 교육 당국에 요청했으나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의 반발을 우려해 끝내 승인하지 않았다. 대신 신규 조리실무사 및 대체인력 우선 배치, 세척 업무 일부 위탁 등을 지원했으나 이 또한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심지어 학생은 1000명인데 500명 분량의 식기 세척 예산만 지원하는 촌극마저 빚었다. 

A중학교 관계자는 “조리인력난의 근본 원인은 노동강도에 비해 처우가 낮다는 것인데 타 교육공무직 직렬을 무시하고 조리실무사 처우만 일방적으로 높일 수 없으므로 ‘대규모 학교’ 기준을 정해 그곳에 근무하는 조리실무사들에게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 방법은 검토해볼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대규모 학교에 근무하는 조리실무사 처우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하면서 동일한 기준이 영양(교)사에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학교급식 특성상 규모에 따라 노동강도 차이가 큰데 이는 영양(교)사도 마찬가지라는 것. 

경기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학생 수가 1000명 이상이거나 2·3식 학교에 근무하는 영양(교)사의 노동강도는 조리실무사 이상”이라며 “당장 2명의 영양(교)사 배치가 어렵다면 추가 수당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