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평’ 공간서 교육급식 챙기는 영양(교)사들
‘2평’ 공간서 교육급식 챙기는 영양(교)사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4.05.26 18: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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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 앉기에도 벅찬 영양사실… 교육 당국 외면 속 ‘방치’
전기식 기구 확대로 전자파 강도 높은데… 대책은 ‘글쎄’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학교급식을 둘러싼 최근 이슈는 ‘조리 종사자’다. 심화된 조리인력난이 부실 급식을 불러오고,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학교급식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이에 교육 당국은 조리 종사자의 노동강도를 낮춘다는 명목 아래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조리 종사자의 환경만큼 열악한 영양(교)사들의 근무환경에는 아직 아무도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 편집자주 -

“학교 영양교사로 일한 지 약 30년 정도 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3월에 발령받은 학교에 온 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명예퇴직을 생각했어요. 영양관리실이 2평이나 될까요. 이곳에서 어떻게 일하나 암담했습니다. 공간이 터무니없이 좁은데다 그 좁은 공간 중 한쪽 벽면은 전부가 배전함입니다. 이건 너무하지 않나요?” (서울 A학교 영양교사)

“영양사실에 창문이 없어요. 조리실이 지하에 있다 보니 영양사실도 함께 지하에 있는데 답답합니다. 오히려 조리실은 외부와 창문이 연결되어 있는데, 영양사실은 그나마 창문조차도 없는 거죠.” (경기도 B학교 영양사) 

원칙상 조리실에 있는 업무 공간
학교급식법상 급식을 총괄하는 영양(교)사의 근무 공간은 원칙적으로 조리실에서 멀리 떨어질 수 없다. 특히 식자재 입고와 검수부터 전처리 및 조리과정을 관리하고, 음식을 검식하면서 수시로 발생하는 돌발상황에 대처하려면 영양(교)사는 조리실을 볼 수 있는 곳에서 근무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 반해 영양(교)사는 일반교사들보다 훨씬 많은 양의 서류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식단을 작성하는데 필요한 근거 서류와 가격 정보, 식자재 계약에 조리 종사자 위생교육도 영양(교)사의 몫이다. 여기에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의 학교급식 관련 공문도 모두 영양(교)사가 도맡아야 한다. 

조리 종사자들이 조리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면 영양(교)사는 조리실과 더불어 ‘영양사실’로 통칭하는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영양(교)사가 근무하는 업무 공간이 낙후된 학교는 상당히 많다. 특히 영양(교)사가 몸을 돌릴 여유조차 없거나 반지하에서 창문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한급식신문이 찾아간 서울 A학교 일명 영양관리실은 앞서 언급된 ‘낙후된 영양(교)사 업무 공간’의 단점을 모두 갖고 있었다. 영양관리실 공간은 2평도 채 되지 않았고, 사방에 가득찬 서류철과 업무용 PC, 보존식냉장고 때문에 2명이 앉아 이야기하기조차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가장 위협적인 것은 배전함이었다. A학교 영양교사는 의자에 앉아 고개만 살짝 뒤로 젖히면 배전함에 머리가 맞닿을 정도로 배전함과 가까이 있었다. A학교 영양교사는 “서류철이 수십여 개인데 놓을 공간이 없어 부득이하게 책상 밑에 쌓아둘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방문한 경기도 B학교 영양사실도 사정이 비슷했다. 그나마 A학교에 비해 나은 점이 있다면 영양사실 출입구가 조리실이 아닌 식당 쪽과 연결되어 있다는 정도일 뿐, 공간은 오히려 A학교 보다 좁았다. B학교 영양사는 “조리사가 검식을 위해 음식을 영양사실로 가져와서 창문을 통해 넘겨주면 감옥에서 배식을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가끔 들었다”고 한탄했다.

서울시영양교사회(회장 김옥자) 관계자는 “토지가격이 높아 학교 부지를 넓게 확보할 수 없었던 서울지역은 신설 학교를 제외하면 대다수 학교의 영양사실이 A학교와 비슷하거나 조금 나은 수준일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영양사실의 모습. 전체 면적 2평 미만이며 영양교사 뒤에 배전함이 2개 자리잡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영양사실. 전체 면적이 약 2평 미만인데다 영양교사 자리 뒤에는 2개의 배전함이 설치돼 있다.

영양사실 배전함 전자파도 문제
이런 환경에서 근무하는 영양(교)사들이 신체·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배전함이 비좁은 업무 공간에 함께 있다는 사실이다. 현장 영양(교)사들은 배전함이 뿜어내는 전자파는 인체에 악영향을 주는 것 중 하나인데 왜 굳이 배전함을 영양사실에 배치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지역에서 업무 공간이 협소하기로 유명한 한 학교 영양교사는 전자파 전문업체에 의뢰해 전자파 수치를 측정하기도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 중앙전파관리소가 인체 유해할 것으로 판단하는 전자파 기준은 62.5mG(밀리가우스, 전자파를 측정하는 단위)인데, 해당 학교에서 실제 측정된 전자파 수치는 유해 허용기준의 3배에 가까웠다. 배전함이 실제로 영양(교)사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 입증된 것.

더욱이 협소한 영양사실에는 배전함뿐만 아니라 업무용 PC, 보존식냉장고 등 다른 전자기기도 많기 때문에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영양(교)사 업무 공간이 비좁으면 학교급식이 지향하는 목표인 ‘교육급식’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는다. 

서울의 한 영양교사는 “영양사실은 영양(교)사가 장시간 근무하는 곳이기도 하나, 영양상담을 원하는 학생들에게는 상담실 역할도 하고 있다”며 “학생들과 상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조차 확보하지 못하면서 영양(교)사들에게 교육급식을 강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배전함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함에도 이에 대한 개선은 뒷전으로 한 채 업무를 강행하는 교육 당국도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리실의 전기사용량은 전체 학교 사용량의 상당 부문을 차지한다. 당연히 영양사실에 위치한 배전함 크기와 전자파 강도도 높을 수밖에 없는데 교육 당국이 정책적으로 전기식 조리기구 도입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 이는 결국 현재 배전함과 전자파의 강도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학교시설 담당자는 “전기식 조리기구 사용이 확대되려면 필수적으로 전기승압 공사가 진행되어야 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배전함의 전압도 높아진다”며 “현재 배전함이 영양사실에 배치된 이유는 조리실 내 공간 중 습기가 없는 공간이기 때문이었을 텐데 조리실 외부에 배전함을 설치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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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화 2024-05-29 12:59:02
시설이 너무 열악하네요. 영양상담을 위해서라도 공간 개선이 필요해보여요.

영양교사 2024-05-28 21:56:50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