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 땜에 잡았는데 ‘유령’이네
‘위생’ 땜에 잡았는데 ‘유령’이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4.06.25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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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 불량 육가공업체, 잇따라 위생 당국에 적발
유령업체 설립해 학교 등 공공급식 경쟁입찰에도 참여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식품안전관리인증(이하 HACCP)을 받은 대전지역 육가공업체들이 비위생적으로 축산물을 취급하는 행위가 위생 당국에 의해 잇따라 적발됐다. 

이번에 적발된 2개 업체에서 생산된 축산물이 대전지역 학교는 물론 어린이집과 일부 군급식에도 납품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대전 지역에서 학교급식에 대량으로 축산물을 납품하던 육가공업체가 위생불량으로 잇따라 적발됐다. 사진은 이 사실을 보도한 KBS의 보도내용 중 한 장면.
대전지역 학교급식 등에 대량으로 축산물을 납품하는 육가공업체들이 위생 불량으로 잇따라 적발됐다. 사진은 이 사실을 보도한 KBS의 보도 내용 중 한 장면.

대한급식신문이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 이하 식약처)와 대전광역시 유성구(구청장 정용래)·동구(구청장 박희조) 등을 통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지난 5월 대전 유성구에 소재한 A육가공업체는 HACCP 인증을 받았음에도 HACCP 인증기준에 명시된 축산물 냉장보관 규칙 등을 지키지 않는 사실이 확인돼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 업체는 냉장 돼지고기를 상온에 2시간 이상 방치하다가 구청 단속반에 적발됐다. 

지난 14일에도 대전 동구에 소재한 B육가공업체가 비슷한 행위를 반복하다 적발됐다. B업체의 이 같은 실태는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대전식약청) 직원과 동구 보건소 관계자, 언론사 기자가 포함된 단속반이 현장을 방문해 확인했다. 

현장에서 B업체 직원들은 고기 상자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까지 포착돼 비판이 더욱 커졌다. 특히 B업체는 2014년 식약처로부터 HACCP 인증을 받은 업체이며, 대전지역에서는 매출 규모가 상위권인 업체로 잘 알려졌다. 또한 대전지역 여러 학교는 물론 어린이집과 일부 군부대에도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 동구청 관계자는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해당 업체는 HACCP 재인증 시 필요한 모든 서류를 100% 갖춘 상태에서 최고점수를 받았던 업체”라며 “이 같은 비위생적인 행태를 이번에 처음 확인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B업체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김춘진, 이하 aT)가 운영하는 ‘공공급식통합플랫폼(이하 플랫폼)’의 경쟁입찰에서 낙찰을 받기 위한 방법으로 다수 유령업체를 설립해 입찰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처음 알린 KBS의 보도에 의하면, B업체는 가족이나 직원 명의로 3개의 유령업체를 설립한 뒤 플랫폼 입찰에 응찰해 낙찰받았다. 비대면 입찰의 허점을 노린 것이다. 업계에서는 대전지역에서 플랫폼 입찰에 참여하는 60여 개 업체 중 20여 개가 유령업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전 동구는 일단 ‘몸통’인 B업체와 유령업체 3개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리기로 하고, 업체 소명과 이의제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동구청 담당자는 “B업체에 대한 조치는 정해진 절차를 따르고 있으며, 이르면 7월 초순 행정처분이 결정될 것”이라며 “인력과 조직을 보강해 HACCP 인증 업체들에 대한 일제 점검을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의 한 식자재업체 관계자는 “사실상 ‘자율성’에 따라 유지되는 HACCP 인증 제도의 보완도 필요하지만, 유령업체는 코로나19 이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aT 측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aT 공공급식처 관계자는 “유령업체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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