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에 흡족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 개선에 최대한 노력할 것
[대한급식신문=박준재 기자] 한겨울 새벽 5시, 무릎까지 쌓인 눈길을 우리 아이들의 한 끼를 챙기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나오시는 급식 종사자분들을 보며 너무 감사했던 생각이 난다며 다소 뭉클한 마음을 전한 신경호 교육감. 학교급식 식판은 건강·인성·시민·경제·환경교육 등 막대한 정보가 담긴 살아있는 교과서이기 때문에 교육급식이어야 한다는 신 교육감을 만나 교육과 급식에 대한 그의 철학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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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은 취임하신 2주년이다. 소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주민직선 제4기 ‘더 나은 강원교육’이 출범하고 이제 반환점을 돌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정체되고 편향되었던 강원교육의 체질을 변화시키기 위해 애써왔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이제 새로운 정책들이 현장에 안착되면서 학교와 교실도 새롭게 변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특히 인구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교육을 이유로 강원을 떠나지 않고, 교육 때문에 강원을 찾게 하는 정책들이 성과를 내기 시작한 만큼 강원교육이 강원을 꽃 피우고 있다고 자부한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적 가치가 궁금하다.
교육에 가장 중요한 가치는 ‘균형’이다. 어느 하나의 관점에 치우치지 않고 삶과 배움에 대해 열린 가치관을 형성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지(知)·덕(德)·체(體)’가 균형을 이룬 전인적인 인간이자 가치를 존중하는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에 대한 ‘존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또한 균형을 통해 교육공동체의 다양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이처럼 교육의 중요한 가치인 존중과 조화도 균형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교육의 가치로 보는 것이다.
교육감님이 생각하시는 학교급식이란?
현재 학교는 개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최종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에 핵심 가치를 두고 있다. 마찬가지로 학교급식은 단순히 먹을거리 제공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건강한 삶의 가치를 찾고 교육공동체가 함께하는 건강한 삶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학생들의 식판은 건강교육, 인성교육, 시민교육, 경제교육, 환경교육 등 막대한 정보가 담긴 살아있는 교과서이므로 학교급식은 교육의 일환, 즉 교육급식이어야 한다.
전국 교육감 공약 이행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으셨다.
더 나은 강원교육을 실현하고 있는 강원교육 가족 모두의 노력 덕분이라 생각한다. 특히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전국 최고 수준의 친환경 급식을 위해 강원도 농산물 사용을 확대했다. 특히 강원도 친환경 및 Non-GMO 식재료 등 건강한 먹거리 제공을 위해 광역·기초자치단체와 5:5 분담 비율로 1일 460원을, 강원지역 제철과일 제공을 위해 교육비특별회계로 1일 100원을 별도 지원하고 있다. 이는 지자체와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일들이기 때문에 지역과의 협력 강화에도 노력해나갈 계획이다.
학교급식에 조리로봇을 도입한 의미와 향후 계획은?
우리 교육청에서는 급식 종사자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학교급식용 튀김로봇’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 튀김로봇은 조리인력을 보조해 업무를 경감하는 효과가 있어 우리 교육청의 ESG경영 이념에도 부합한다. 특히 급식 종사자분들은 유증기 흡입이나 근골격계 질환, 화상 사고로 많은 어려움이 있는데 튀김로봇을 활용하면 예방은 물론 근무환경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시범 운영하는 학교에서도 튀김로봇의 활용도와 만족도가 높다고 평가하는 만큼 앞으로 학교 수요나 필요성 등을 검토해 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학교급식이 조리인력난을 겪고 있다. 원인과 대책이 있나면?
전국이 학교급식 조리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주요 원인은 근무 여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조리 종사자분들이 대체인력 부족으로 병가나 사정에 의한 연가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 우리 교육청은 이분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대체인력이 필요할 시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시·군별 2~4명, 총 40명의 대체인력을 보유한 ‘대체인력 거점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근무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현장의 많은 말씀을 듣고, 지원 방안도 더 구체적으로 마련해 볼 생각이다.
‘2024년 청소년 건강행태 조사’ 결과, 청소년 식생활 행태가 악화되고 있다.
아동·청소년기 건강이 전 생애에 걸친 삶의 질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식생활 지수 악화는 무척 우려스러운 일이다. 이런 학생들의 식생활 지수를 높이는 방법은 ‘교육’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교육청은 “교육이 피어야 강원이 피어납니다”라는 캐치플레이즈를 갖고 있는데 이는 식생활교육도 당연히 해당된다.
구체적으로 학교별 영양진단프로그램을 구축해 온·오프라인 어디서든 영양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영양교사 배치 학교를 중심으로 영양·식생활 교재를 배부해 매월 2차시 이상 식생활교육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진단을 통해 학생들의 취약한 식생활 문제를 파악하고,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고민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외에도 지난해에는 유휴 교실을 영양·식생활교육실로 리모델링하는 등 교육청은 지원을, 일선 학교는 교육을 통한 학생 식생활 개선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학교급식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센트럴키친이 논의된 것으로 안다.
따뜻한 음식이란 식품 온도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즉 학생들 의견이 반영된 건강한 음식, 급식에 애쓰는 많은 분들의 건강이 약속된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안정된 제반 요건이 구축되어야 한다. 하지만 예산의 한계 그리고 강원도는 인구소멸 속도가 빠른 지역이라 방향을 바꿔 교육공동체가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찾게 됐다. 그 결과가 ‘센트럴키친’, 가칭 ‘공동급식센터(이하 센터)’였다. 다만 단위 학교에서 운영하면 현재 운반급식과 다르지 않아 외부에 센터를 구축해 체계적으로 운영되도록 ‘강원특별법’ 3차 개정안을 상정 중에 있다.
학교급식 관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취임 100일을 기념하는 날마다 학교급식 배식봉사를 하고, 학교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학교급식 관계자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여러분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복지에 흡족하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급식소 환경 개선에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고, 여건이 되는 한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한겨울 새벽 5시, 무릎까지 쌓인 깜깜한 눈길을 여성분들이 아이들의 한 끼를 챙기기 위해 학교로 나오시는 걸 봤다. 차가 없으면 도저히 올 수 없는 그 길을 위험을 무릅쓰고 차를 몰고 나오는 것이다. 이분들 보면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너무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밖에. 다시 한번 어려운 환경 속에서 꿋꿋이 업무에 매진하시는 급식 관계자분들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대담 최석철 발행인 · 정리 박준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