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없는 영양(교)사실, 명칭도 제각각
기준 없는 영양(교)사실, 명칭도 제각각
  • 김기연·김나운 기자
  • 승인 2024.06.2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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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보건실처럼 ‘학교급식실 시설·기구 규칙’ 제정해야
“식생활교육실, ‘교육급식’의 안착과 발전에 토대될 것”

[대한급식신문=김기연·김나운 기자] 학교급식 종사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법령 정비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나온다.

특히 시급한 것은 학교급식의 전반적인 운영과 행정 등을 책임지는 영양(교)사의 근무 공간이라고 지목한다.<대한급식신문 384·385호(2024년 5월 27일자·6월 10일자) 참조>

서울의 한 학교 영양교사가 근무하는 급식관리실. 문틀과 책상이 거의 붙어 있어 있고, 책상 앞 의자도 겨우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비좁은 공간이다.

학교급식법과 식품위생법상 영양(교)사의 근무 공간은 원칙적으로 조리실에서 분리될 수 없다. 식자재 입고와 검수부터 전처리 및 조리과정을 관리하고,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에 대처하려면 조리실을 볼 수 있는 근접한 곳에 영양(교)사가 근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급식의 목적은 이제 진화하고 있다. 일반 산업체급식처럼 단순히 대량의 식사를 위생적으로 제공하는 목적을 넘어 ‘교육’의 목적도 갖는다. 식생활교육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영양(교)사의 근무환경에서는 식생활교육을 실행하기 위한 공간은 물론 공간 마련을 위한 규정·근거조차 없다.

구체성 없는 ‘식생활교육관’
학교 내 ‘식생활교육을 위한 공간’에 대한 근거는 교육부가 매년 작성하는 ‘학생건강증진 정책방향(이하 정책방향)’에만 유일하게 존재한다. 교육부는 정책방향에서 ‘쾌적하고 위생적인 급식을 위해 식생활교육관(식당) 공간 확보를 추진한다’고만 명시한 상태. 이는 사실상 실제로 식사하는 공간에 대한 언급일 뿐, 영양(교)사 근무 공간에 대한 규정은 아니다. 

일부 교육청은 교육부 지침을 받아 매년 작성하는 ‘학교급식 기본방향(혹은 기본계획)’에서 식생활교육관 내 ‘식생활교육실’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을 추가로 삽입한 경우가 있지만, 대다수 교육청은 교육부가 제시한 ‘식생활교육관’ 수준에 멈춰 있다. 

여기에 영양(교)사들의 근무 공간 명칭마저 애매하고 제각각이라는 점도 문제다. ‘영양(교)사실’ ‘급식관리실’ ‘식생활상담실’ 등 지역 또는 학교별로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당연히 면적과 집기,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기준 자체가 없을 수밖에 없고, 식생활교육은 엄두조차 내지 못할 상황인 것. 

경기도의 한 영양교사는 “학생들이 찾아와도 2명이 함께 앉을 공간조차 없어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며 “학교급식 모니터링단으로 방문한 학부모들이 영양교사 근무 공간을 보고 놀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양교사는 “영양(교)사는 급식실을 비우기가 쉽지 않은 터라 근무 공간이 곧 휴게공간인데 2평도 안 되는 공간에서 각종 민원과 업무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학교보건실’은 좋은 선례
현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법령 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 좋은 선례로 ‘학교보건실’을 제시하고 있다. 

학교보건법 제3조에 따르면, ‘학교의 설립자·경영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건실을 설치하고, 학교보건에 필요한 시설과 기구 및 용품을 갖추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동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보건실의 구체적인 설치기준과 기구 등을 정의하고 있다. 특히 시행령에서는 보건실 면적을 반드시 66㎡(약 20평) 이상 확보하되 학생 수를 고려해 면적을 완화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 같은 학교보건법에 따라 각 교육청은 ‘학교보건실 시설 및 기구 등에 관한 규칙’을 제정하고 있다. 보건실은 약품, 치료기구와 더불어 학생들이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침상 등이 필요해 66㎡가 아니어도 충분한 넓이를 확보하고 있으며, 침상 수가 적은 경우 유동적으로 면적을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당연히 보건교사의 근무 공간도 충분히 확보된다. 

영양(교)사들은 학교보건법처럼 학교급식법에 식생활교육에 대한 규정을 만들고, 이를 위한 면적 기준과 기자재 종류 등 구체적 사항을 적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국영양교사회(회장 신현미)의 한 임원은 “보건실에 침상이 필요한 것처럼 식생활교육실에는 책상과 의자, 교보재 등이 필요할 것”이라며 “식생활교육의 범위와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의 한 영양교사는 “식생활교육실은 영양(교)사 근무 공간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정규 영양수업을 준비하거나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형태의 식생활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곳”이라며 “식생활교육실 설치는 궁극적으로 ‘교육급식’의 안착과 발전에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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