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학교급식법 패싱 유보통합’, 예산 마련 험난할 듯
[이슈] ‘학교급식법 패싱 유보통합’, 예산 마련 험난할 듯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4.09.05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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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보다 3배 많은 어린이집, 학교급식법 적용 시 예산 부담 커
예산·인력 이관 등 순탄치 않은 추진 속, 교육부도 ‘벙어리 냉가슴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유보통합에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인 ‘학교급식법 적용 여부’가 여전히 외면되고 있는 가운데 이대로 ‘(가칭)영유아학교’가 출범하면 적지 않은 혼란이 있을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학교급식법을 적용했을 때 소요될 예산 규모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급식 격차’ 있는 유치원·어린이집

현행법에 따르면, 유치원은 2020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학교급식법 개정안에 따라 2021년 1월부터 학교급식법을 적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유치원은 교육청으로부터 급식비는 물론 급식시설과 인력을 규정에 따라 지원받지만, 개인사업자 성격이 강한 어린이집은 ‘누리과정’에서 규정한 원아 1명당 급식비만 지원된다.

영유아학교에 대한 학교급식법 적용 여부가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모두 영유아학교로 변경되는데, 이 중 유치원만 학교급식법을 적용받고 있어 향후 영유아학교 출범 시 예산 적용 등 여러 험난한 상황이 예상된다. 사진은 경기도 내 한 유치원의 유아 오감교육 모습.
영유아학교에 대한 학교급식법 적용 여부가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모두 영유아학교로 변경되는데, 이 중 유치원만 학교급식법을 적용받고 있어 향후 영유아학교 출범 시 예산 적용 등 여러 험난한 상황이 예상된다. 사진은 경기도 내 한 유치원의 유아 오감교육 모습.

유치원급식 지원의 법적 근거는 학교급식법 제3조다. 학교급식법 제3조 제1항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양질의 학교급식이 안전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하며, 영양교육을 통한 학생의 올바른 식생활 관리능력 배양과 전통 식문화의 계승·발전을 위해 필요한 시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제2항에서는 ‘교육감은 매년 학교급식에 관한 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무상급식의 법적 근거이기도 한 이 조항에 따라 교육감은 매년 학교급식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함께 예산을 공동부담한다. 하지만 학교급식법 적용 대상이 아닌 어린이집은 당연히 무상급식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문제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급식단가에 차이가 있어 두 기관을 통합했을 때 기존 어린이집이었던 영유아학교 측에 추가 지원해야 할 급식 예산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예산 근거 없는데 지원할 것 많아

학교급식법을 근거로 한 교육청과 지자체 지원은 급식비 외에도 더 있다. 급식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급식시설을 갖추고 영양(교)사와 조리사 등 급식 전문인력을 지원하는 것도 교육청·지자체의 책임이다. 따라서 교육감은 영양(교)사와 조리 종사자 등 급식 운영을 위한 인건비로 막대한 예산을 지출한다. 2023년 기준으로 2조6930억 원의 인건비가 사용됐는데 이는 전국 1만2000여 개 학교에 투입된 예산이다.

그러나 어린이집은 학교보다 훨씬 숫자가 많다.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이주호)가 제공하는 유치원·어린이집 통계 사이트 ‘유치원알리미’에 따르면, 2024년 8월 20일 기준 전국 어린이집은 2만7500개에 달한다. 시설과 원아도, 어린이집에 종사하는 조리 종사자도 훨씬 많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은 지금보다 상당히 많아질 것은 자명하다.

인건비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급식시설이다. 공립학교는 지자체와 교육청이 급식시설 설치는 물론 노후 급식실 개·보수 및 현대화사업을 진행하고, 사립학교는 학교법인 측과 협의해 일정한 예산을 지원한다. 이 예산은 2023년에만 5597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현재 상당수 어린이집은 학교급식법에서 정한 급식시설 기준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알려진다.

지역교육청의 한 유치원 담당 장학사는 “유치원이 학교급식법을 적용받기 시작한 2021년 당시 여러 유치원을 방문해 봤지만, 학교급식법에서 요구하는 설비와 체계를 갖춘 유치원은 극소수에 불과했다”며 “그 이후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조금씩 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교육청의 예산 수백억 원 이상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보통합 과정에서 많은 어린이집을 방문했었는데 제대로 급식시설을 갖춘 어린이집은 2021년 당시의 유치원보다 훨씬 적다”며 “2만7500개 어린이집 중 1/3인 9000개 어린이집 급식시설만 우선 개선한다고 해도 최소한 수십조 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쉽지 않은 상황에 교육부도 ‘답답’

이런 상황에 대해 교육부도 할 말이 없지는 않다. 유보통합 추진이 무난하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아 학교급식법까지 챙길 여력이 없다는 것.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인수위원회에서부터 제시한 유보통합 정책의 최초 골자는 2023년까지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 이하 복지부)의 어린이집 관련 예산과 인력을 교육부로 이관하고, 2024년까지는 각 지자체의 관련 예산과 인력도 교육청으로 이관한 뒤 2025년부터는 영유아학교를 출범시킨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보통합 추진은 당초 계획보다 상당히 늦춰진 상태다. 지난해 말까지 완료됐어야 할 복지부 인력·예산의 교육부 이관이 아직 완료됐다고 보기 어렵고, 영유아학교 교사 양성체계는 여전히 진척이 더디다. 게다가 올해 말까지 완료하겠다던 지자체와 교육청의 조직 통합은 시작도 못한 상황.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영유아학교 출범이 2025년까지 이뤄지기 어렵지 않겠냐는 의문도 제기한다.

수도권의 한 교육청 관계자는 “지자체 여건상 어린이집 업무를 맡았던 담당자는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여러 보육기관 관리도 함께 맡고 있어 무조건 교육청으로 보낼 수는 없다”며 “어떤 인력을, 어느 범위까지 교육청으로 넘길지에 대한 세밀한 논의가 필요한데 정부는 무조건 추진만 하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영유아학교 출범은 2025년 3월은 이미 불가능하며, 2025년 9월에도 개교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때문에 일선 교육청 역시 교육부에 학교급식법 논의를 적극 제안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부 관계자는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영유아학교의 학교급식법 적용 여부가 매우 중요한 의제라는 사실을 상당수 교육부 직원들도 인지하고 있지만, 더 중요한 의제가 많아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회장 강은희) 관계자도 “지난 7월 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영유아학교의 학교급식법 적용 여부’를 교육부에 제안하는 안건이 공식 의제 후보로 나오기도 했는데, 법 적용 여부가 논의되지 않는 것이 교육부 의지가 아닌 것으로 판단돼 의제로 상정하지 못했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급식관계자들은 학교급식법 논의를 계속 미룰 수 없다는 지적이강해지고 있다. 전국 17개 교육청이 지난 3년간 유치원급식 개선을 위해 수백억 원을 투입한 상황에서 이를 ‘없던 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영유아학교에 학교급식법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강하다.

경기도의 한 영양교사는 “영유아학교 출범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았는데 학교급식법 적용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했다면 심각한 사안”이라며 “이대로 영유아학교가 개교하면 엄청난 혼란이 올 것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동과 학부모들에게 전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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