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화 앞둔 조리로봇, 속도 붙는 정책과제
상용화 앞둔 조리로봇, 속도 붙는 정책과제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4.09.3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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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산업진흥원, 단체급식 대량 조리로봇 사업에 3개 과제 선정
서울·경북교육청 등 3개 컨소시엄 선정... ‘조리로봇 표준화’ 기대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단체급식에 조리로봇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단체급식에서 활용할 수 있는 로봇개발 등 주요 정책과제들이 속속 나오고 있으며 업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단체급식용 조리로봇의 완전한 ‘상용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급식 종사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담보할 단기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함께 나온다.

올해 7월 발표돼 급식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한국로봇산업진흥원(원장 손웅희, 이하 로봇진흥원)의 ‘단체급식 대량 조리로봇 시범사업’ 공모 결과가 지난달 발표됐다. 해당 사업은 근로자 안전과 푸드테크 로봇의 단체급식 효과·경제성 분석을 위해 추진된 것으로, 푸드테크 로봇은 유탕, 볶음, 튀김, 국탕 등 조리공정에 투입돼 효과성과 안전성을 실증·검증하게 된다. 

대구 팔공초·중학교에 설치된 (주)97.7로보틱스의 튀김로봇.
대구 팔공초·중에 설치된 (주)97.7로보틱스의 튀김로봇.

공모 결과, 학교 분야 2건과 병원 분야 1건 등 총 3건이 선정됐다. 먼저 한국로보틱스(대표 우종영)는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감 직무대행 설세훈, 이하 서울교육청)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서울형 다기능 단체급식 대량 조리로봇시스템 실증’ 과제를 진행한다. 

서울 대현초·개포초·고일초·원촌중·영동중·진선여고 6개교에 유탕, 국탕 등 조리업무를 할 수 있는 협동로봇이 배치되며, 로봇진흥원 지원금 7억 원과 서울교육청 자부담 4억 원 총 11억 원이 소요된다.

한국로보틱스는 이미 지난해 7월 로봇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서울 숭곡중에 조리로봇을 도입한 바 있다. 당시 조리로봇 도입이 학교급식에 첫 사례였다. 한국로보틱스는 이를 계기로 데이터를 쌓아가며 조리로봇을 발전시켜왔다. 따라서 양측은 이번 과제를 통해 협동로봇 기능은 물론 조리로봇을 활용한 대량 조리 환경개선과 조리공정 표준화 실증을 시행하게 된다. 

다음 뉴로메카(대표 박종훈)는 경상북도교육청(교육감 임종식, 이하 경북교육청) 및 경북직업환경연구소(대표 최영식)과 함께 ‘학교급식 내 대량 조리를 위한 푸드테크 로봇 융합모델 실증과 로봇 운용 데이터 활용을 위한 통합관제시스템 구축’ 과제를 수행한다. 이 과제에 배정된 예산은 지원금 7억 원과 경북교육청 자부담 3억 원까지 총 10억 원이다.

주요 내용은 9월 중 실증에 적합한 6개교를 선정해 튀김과 볶음 및 국·탕 공정 조리로봇을 도입한다. 그리고 대량 조리 시 발생하는 유해 물질 배출 개선과 근골격계 질환 예방 등 조리 환경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경북교육청은 이번 사업에서 환기시스템이 강화된 전용실을 구축해 인근 학교에서도 튀김로봇을 공동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세 번째 과제는 보다 의미가 있다. 조리로봇의 효율·안전성보다는 ‘위생’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 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대표 허경수)는 나사렛국제병원과 함께 ‘안전하고 효율적인 단체급식을 위한 조리로봇 융합 솔루션 개발 및 실증’ 과제에 나선다.
 
해당 과제는 병원급식에 조리로봇 도입 시 급식 품질 향상과 함께 식중독·감염 등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가를 검증하는 것이다. 특히 병원급식에만 존재하는 ‘환자식’과 ‘일반식’ 조리를 로봇에 맡겼을 때 위생적인 측면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지를 살핀다는 것이다. 

서울지역의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임상영양사는 “병원급식은 일반 단체급식소에 비해 훨씬 위생관리 수준이 높아 더 많은 인력과 시간, 설비 등이 필요하다”며 “이번 과제가 조리로봇의 위생·안전성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과제들은 올해 9월부터 내년 11월까지 2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먼저 올해 12월까지 수행과정을 평가해 2단계 진행 여부를 결정하고, 2단계가 결정되면 과제당 2억 원가량이 추가 지원되며, 각 기관의 자부담도 배정된다. 

급식 관계자들은 로봇진흥원 사업이 추후 단체급식에 조리로봇이 어떤 양상으로 도입될지 보여주는 단초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제 목적 자체가 ‘푸드테크 로봇의 실증 및 효과성 검증’인 만큼 자세한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토대로 조리로봇 솔루션 및 조리 모델이 도출될 것이라는 것.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송진선) 고위 임원은 “앞으로 단체급식에 조리로봇 도입은 대세가 될 테지만, 처음부터 긍정적 결과가 나온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며 “복잡한 조리과정 탓에 애초부터 ‘완전 무인화’는 불가능한 만큼 어떤 조리로봇을, 어느 급식소에,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 이번 연구를 통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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