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학교급식 납품업체, 입찰 제한 강화해야
불량 학교급식 납품업체, 입찰 제한 강화해야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4.10.2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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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원산지표시 위반업체 56개사, 1~6개월 입찰 제한
제한 기간 종료 후 바로 입찰 재개 “솜방망이 처벌 개선 필요”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원산지표시 위반으로 학교급식 입찰 제한 처분을 받은 업체들이 몇 달간의 제한 기간 이후 버젓이 다시 입찰에 나서 대규모 납품계약을 따내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입찰 참가 제한 조치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행법 개정이 필요해 특정 기관이 아닌 정부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백승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이주호)로부터 제출받은 ‘2021~2024년 8월 학교급식 원산지표시 위반업체 입찰 제한 처분현황’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입찰 제한 업체는 총 56곳에 달했다. 

원산지표시 위반으로 지난 3년간 학교급식 입찰 제한 처분을 받은 업체가 총 56곳에 달한다. 사진은 학교급식 식자재 입찰이 이뤄지는 공공급식통합플랫폼 초기 화면.

경기도에 소재한 A김치업체는 원산지표시 위반행위가 적발돼 ‘공공급식통합플랫폼(이하 플랫폼)’을 운영하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홍문표, 이하 aT)로부터 2021년 6월 21일부터 8월 20일까지 학교급식 입찰 제한 처분을 받았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25억 원가량을 학교에 납품한 이 업체는 2개월간의 입찰 제한이 풀리자마자 곧바로 입찰에 참여해 3년간 27억 원 이상을 납품했다. 

전라북도에 소재한 B업체도 비슷하다. 쇠고기를 납품하는 B업체는 2021년 9월 2일부터 30일까지 1개월간 입찰이 제한됐다. B업체는 입찰 제한 처분 이전인 2018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14억9335만 원을 납품했는데, 입찰 제한이 풀린 후 3년간(2021년~2024년 8월) 15억9501만 원 규모의 납품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인천광역시에서 양상추를 납품하는 C업체도 유사하다. 2023년 5월 3일부터 10월 27일까지 입찰이 제한된 C업체는 입찰 제한 이전인 2020년부터 2023년까지 111개 학교에 13억8592만 원가량을 납품했는데, 제한 기간 종료 후 1년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5억1222만 원에 달하는 농산물을 학교에 납품했다. 

백 의원실 자료에 의하면, 이처럼 입찰 제한 처분을 받는 56개 업체 중 18개 업체가 다시 납품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 업체들이 납품한 학교는 2565곳이며, 액수로는 76억 원에 달한다. 

백승아 의원, ‘일벌백계’로 처벌하고 즉각 퇴출시켜야
불량업체 퇴출해야 하지만… 논의할 부분도 적지 않아

원산지표시 위반행위로 적발돼 입찰 제한 처분을 받은 이후 상당수 업체들이 바로 학교급식 납품을 재개하는 상황이 속출하면서 위반업체에 대한 처분이 ‘솜방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위반업체에 대한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승아 의원은 “학교급식은 학생 건강과 안전에 직결된 중요한 문제”라며 “위반업체에 대해 6개월 입찰 제한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일벌백계’로 강력하게 처벌하고 즉각 퇴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더 강력한 입찰 제한 조치를 추가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논의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의견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해당 업체에 대한 지나친 이중 처벌’이라는 주장이다. 플랫폼을 통해 입찰 제한 처분을 받은 업체는 모두 보건 당국으로부터 적발돼 형사처벌을 받는 업체들이다. 

원산지표시 위반으로 학교급식 입찰 제한 처분을 받은 업체가 제한기간 종료 후 바로 입찰에 참여해 납품을 이어가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대구지역의 한 학교에 납품된 식자재를 검수하고 있는 모습.

이와 관련 aT 고위 임원은 “불량업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적극 동의하나, 이미 한 번 처벌을 받은 업체를 다시 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며 “2022년 플랫폼 이용약관을 개정해 원산지표시 법령 위반 시 입찰 제한 기간를 최대 6개월로 개정했지만, 그 이상의 강한 조치를 추가하려면 의견수렴이 더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업체 영구 퇴출’도 논의해야 할 지점이 적지 않다. 식품위생법에서 제시한 식품제조·가공·유통업체 설립조건을 갖추고, 정상적으로 법인을 설립한 업체들이 플랫폼 이용약관에 따라 등록을 신청하면 aT는 이를 거부할 권한이 없다. 

여기에 불량업체를 플랫폼에서 강제 퇴출시킬 수 있는 권한도 aT에는 없다. 결과적으로 불량 학교급식 식재료 업체를 퇴출하려면 지방자치단체 혹은 보건 당국이 나서야만 하는 다소 복잡한 상황이다. 

따라서 실질적인 대안은 학교급식 입찰의 주체인 학교에서 조치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학교 측이 식재료 입찰공고 시 입찰자격 조건에 ‘행정처분 혹은 입찰 제한 이력업체 배제’라는 조건을 포함하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영양교사는 “그동안 영양(교)사들이나 학교 행정실에서는 불량 납품업체에 대한 입찰 제한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백 의원의 자료와 같이 처분을 받은 이후에도 막대한 규모의 입찰을 지속적으로 받아 가는 업체가 있다면 그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입찰공고 시 입찰 제한 및 행정처분 이력업체 배제 조건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백 의원실 비서관은 “학교급식은 학생 건강과 안전에 직결된 중요한 문제”라며 “학교에서부터 구체적으로 입찰자격 제한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교육 당국이 나서 적극적으로 계도하고 알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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