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조리에서 받은 사랑, 돌려드려야지요”
“급식·조리에서 받은 사랑, 돌려드려야지요”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4.10.28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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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향천 한국조리박물관 설립자 / ㈜HK 대표이사
이향천 설립자
이향천 설립자

Q. 조리박물관 설립을 결심한 계기가 있다면?

조리를 주제로 한 박물관과 조리인력 양성 교육은 20여 년 전부터 줄곧 품었던 꿈이었다. 평소 직원들에게 강조해온 회사 비전이기도 하다. 좋은 주방기구를 만드는 것만큼 HK를 키워준 조리·급식 분야에 영리 추구 없이 공헌하는 일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해 왔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최수근 교수님(현 한국조리박물관장)을 만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최 관장님은 한국인 1호로 프랑스 대표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를 마치고, 유명 호텔을 거쳐 영남대·경희대에서 제자들을 가르친 ‘소스의 대가’로 정평이 나 있다. 조리사들의 멘토로 존경받는 분인데, 놀랍게도 30년 전부터 박물관의 꿈을 갖고 계획을 세워 주변 동료와 선·후배들을 설득해 차근차근 전시품을 모으고 계셨다. 참으로 기막힌 인연이었다.

Q. 조리박물관 준비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조리 분야 특성상 사용한 조리기구들은 대부분 폐기되고, 오랫동안 모아온 개인 자료는 선뜻 내놓기 어려운 것이다 보니 수월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 관장님과 함께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찾아다니며 박물관 취지와 가치를 설명하면 그분들도 선뜻 기증을 결정해주셔서 참 뿌듯했다. 최 관장님이 30년 전부터 수집한 전시품 1200여 점에 원로자문위원 및 조리인들의 도움을 받아 조리기구 2000여 점과 서적 5000여 점을 모을 수 있었다. 오히려 방대한 전시품을 분류하며 전시기획을 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Q. 조리박물관이 ‘체험하며 즐기는 교육·문화공간’이라는데.

조리 분야는 중요한 ‘의·식·주’의 한 축으로 누구나 관심 있어 하는 생활의 한 부분이다. 따라서 조리박물관은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아우르는 박물관을 추구한다. 이에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은 물론, 1만여 평 부지에 식음, 연회, 숙박, 체육시설을 연계해 테마파크형 박물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일반인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전공수업 또는 MT 장소로 사용하고 있으며, 특히 현업에 지친 급식 관계자들이 힐링하는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Q. 조리박물관의 주요 프로그램은?

2022년부터 박물관에서 시작한 ‘기획전시’가 있다. 첫해 ‘대통령의 밥상’으로 시작해 올해 4번째 기획전시 ‘왕이 베푸는 잔치, 연향’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궁중음식문화재단과 함께 진행해 그 깊이를 더했다. 또한 요리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참여하는 단체관람 프로그램도 있다. 학교 정규커리큘럼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박물관 견학과 함께 최 관장님을 비롯한 선배 조리사가 들려주는 경험과 조리 시연이 쿡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다. 수업이 끝나면 많은 학생들이 손편지를 남기고 갈 정도로 배움과 감동이 함께한다. 이외에도 박물관이 위치한 안성지역 시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지난해부터 시작한 ‘토맛토(토요일 맛있는 토요일)’는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진행되는 무료 프로그램인데 고정 참가자가 있을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Q. 급식 관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최근 화제가 된 방송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급식 대가’ 조리사님 인기가 엄청난 걸로 알고 있다. 조리사 위상이 높아지고, 사회적 관심을 받으며, 근무 여건도 좋아지고 있다는 것에 오랜 시간 급식분야에 몸담았던 관계자로서 감회가 새롭다.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도 헌신과 희생으로 급식소를 지켜온 수많은 급식 대가들을 우리는 너무 많이 봐왔다. 그분들이 조리박물관을 방문하셔서 조금이나마 지친 마음을 풀고 돌아가시길 바란다. 조리박물관을 준비하며 가졌던 저의 첫 마음가짐 그대로, 앞으로도 HK에 주셨던 관심과 성원에 조금이나마 보답한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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