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미 의원 “의료인만 취급 가능한 의약품, 범법 행위 강요하는 것”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의료인들만 취급이 가능하도록 현행법에 규정된 의약품을 영양(교)사들에게 구비하도록 명시한 학교급식 관련 지침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영양(교)사들은 해당 규정이 현장 반대에도 불구하고 슬그머니 반영된 조항이라 따를 수밖에 없었는데, 법령 위반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정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진선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확인한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이주호) ‘학교급식 위생관리지침서(이하 지침서)’에는 ‘종사자의 개인위생 준수 여부 및 건강상태 확인 후 적절히 조치하는지 여부’ 항목에 ‘필요약품 구비 및 유통기한 확인’이라는 조항이 존재한다.
지침서에서 명시한 약품은 소화제, 진통제, 화상치료제, 상처치료제, 밴드, 골무 등이다. 그리고 이 같은 필요약품을 구비해 적정관리할 시 ▲‘우수’ 3점 ▲‘보통’ 1.5점 ▲‘미흡’ 0의 가산점이 주어진다.
문제는 일반의약품으로 구분되는 상비약품인 소화제와 진통제 등을 의료인이 아닌 영양(교)사에게 구비·사용하도록 한 것인데, 이는 현행 약사법을 위반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현행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 제82조(구급용구) 비치에 관한 규정에도 어긋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는 사업장 내 부상자 응급처치를 위해 붕대·탈지면 핀셋, 반창고, 외상소독용 소독약, 지혈대 부목, 들것, 화상약 등 ‘구급용구’를 구비하고, 사고발생 시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즉 소화제와 진통제 등은 의료인이 아닌 경우 약사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애초에 항목에 넣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화제와 진통제 등을 학교에서 취급하려면 의료인에 해당하는 보건교사가 담당해야 함에도 지침서에서는 이를 영양(교)사의 업무로 규정한 것이라 불법이라는 지적이다.
진 의원은 “이러한 지침은 범법자 양산은 물론 전문가에 의한 적정한 약품관리가 이뤄지지 못하면 자칫 동일 약품의 재구매 등으로 예산낭비가 될 소지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지적에 대해 급식 관계자들도 크게 공감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영양교사는 “10여 년 전 지침서 개정 당시 의약품을 영양(교)사의 업무로 포함시키겠다고 해 영양(교)사들이 격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했었다"며 "그럼에도 어느 순간 슬그머니 지침서 개정이 이뤄져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따르고 있는 형편인데 분명히 잘못된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북지역의 한 영양교사도 “급식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처하기 위해 의약품을 구비해야 한다는 전제에는 동감하지만, 이를 영양(교)사 평가기준에 넣고 가산점을 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의약품 관리를 보건교사의 업무로 넘기거나 가산점 기준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교육부가 학교급식 위생안전 평가기준을 약사법 등 관련 법령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마련한 뒤 일선 학교급식실을 평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영양(교)사에게 불법행위를 강요하는 학교급식 위생안전 평가기준을 빠르게 시정해 일선 학교에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