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영화로 ‘양벌규정’ 무의미 시급한 것은 ‘3중처벌’ 완화
직영화로 ‘양벌규정’ 무의미 시급한 것은 ‘3중처벌’ 완화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9.01.2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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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ssue 학교급식법 양벌규정 개정되면?

국회 규제개혁특별위원회(이하 규제개혁특위)는 각종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361건이나 되는 ‘양벌규정조항’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학교급식법도 제24조에 ‘양벌규정’이 명시돼 있어 개정해야 할 법률에 포함돼 있다. 때문에 학교급식 현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영양(교)사나 학교장 등 급식관계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학교급식 법에 있는 양벌규정 개정은 학교장이나 영양(교)사의 ‘3중 처벌 완화’ 조치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양벌규정’에 관해 위헌판결을 내렸다.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대한 법인 등의 선임감독상 과실 유무와 무관하게 법인 등을 처벌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결과가 되어 형사법의 기본 원리인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책임주의에 반한다는 것이 위헌판결의 주요 내용이다.


현행 법률 상 양벌규정은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범죄행위를 한 경우, 종업원 등을 처벌하는 것 이외에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해서도 벌금형을 부과하고 있다.
때문에 국회 규제개혁특위는 ‘양벌규정’이 명시돼 있는 법률을 모두 찾아내 개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학교급식법’도 양벌규정이 있어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서는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학교급식법 상 양벌규정은 급식책임자인 학교장이나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영양(교)사의 처벌규정이 아니라 ‘학교급식공급업자’ 즉 위탁급식사업자의 처벌을 위한 조항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교급식법의 양벌규정은 제23조에 명시돼 있는 ‘학교급식공급업자’를 처벌하기 위한 내용으로 학교장이나 급식관계자에게는 제22조에 ‘징계’ 규정을 따로 두고 있다”며 “일부 학교 현장에서 양벌규정 개정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2003년에 학교급식법을 개정할 때 양벌규정에 학교장을 포함할 것인가의 논의가 있었지만 학교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제외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학교급식법의 양벌규정은 개정의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이 법은 위탁급식업체를 처벌하기 위한 조항인데 학교급식이 2010년까지 모두 직영 전환되는 시점에서 개정의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양벌규정 개정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학교장 및 영양(교)사 등 급식관계자들이 받는 ‘3중 처벌 완화’가 더 시급한 해결 과제라는 것. 일선에선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발생하는 식중독 사고로 인해 과중한 처벌을 받는다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처벌을 받고 있는 것인가?

학교급식 현장에서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먼저 식품위생법을 적용해 ‘집단급식소의 설치·운영자’인 학교장에겐 과태료가 부과되며 영양교사는 자격정지(또는 업무정지)를 받고 지자체 고발로 인해 검찰에 2차로 벌금형을 선고 받는다. 또한 3차로 교육청에서 학교급식법을 적용, 급식관계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이 갈 수 있는 징계를 내린다. 이와 같은 3중 처벌로 인해 일선 학교에선 울상이다.

실제로 전북의 한 중학교에서는 식중독 사고로 인해 학교장은 관할 지자체로부터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받았고, 영양(교)사와 조리사는 1개월 자격정지를 받았다. 검찰에서는 학교장과 영양(교)사 개인에게 벌금 2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해당 교육청에서는 학교장에 ‘경고’, 교감에게는 ‘주의’ 등 징계를 내렸다. 영양(교)사는 ‘견책’을 받아 정들었던 학교를 떠나야 했다. 당시 3중 처벌을 받았던 학교장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학교만큼 청결과 위생을 강조하는 곳도 없다”며, 그러나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식중독 사건의 경우 철저한 역학 조사 없이 학교급식 내에서만 원인을 찾아 처벌하는 것은 사건 무마용이지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도의적인 책임은 있겠지만 고의나 실수로 식중독을 유발시킨 것도 아니고 명확히 결론 내려진 게 아니기 때문에 3중 처벌까지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교육청 관계자들도 과도한 처벌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대부분 원인균만 밝힐 뿐 감염 원인에 대해선 정확히 밝혀내지 못해 난감할 때가 많다”며 “사고가 났으니 징계를 안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징계를 하자니 뚜렷한 명분이 없어 실제로 이의신청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3중 처벌의 가장 큰 원인은 학교급식이 식품위생법과 학교급식법을 동시에 적용받기 때문이다.
두 개의 법률에 의해 교차 처벌을 하다 보니 해당 기관도 두 곳으로 이원화돼 있다. 먼저 식품위생법은 지자체의 소관이고 학교급식법은 교육청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이나 지자체 중 한 곳에서 학교급식 관련 권한을 이임 받아 창구를 단일화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부 부처에서는 사안의 중요성에 대해 크게 인식하고 있지 않고 있다. 교과부와 보건복지가족부(이하보건복지부)는 해당 사안에 대해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지만 법 개정엔 적극적이지 않다.

고명애 대한영양사협회 정책국장은 “급식 현장에서 면허취소에 벌금도 내야 하고 징계도 받아야 하니 영양(교)사들의 하소연이 끊이질 않고 있다”며 “이런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몇 년 전부터 교과부와 보건복지부에 영양사들의 과중 처벌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을 건의해왔지만 아직까지 명확하게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학교급식 식중독 사고의 경우 정확한 원인이 밝혀진 뒤 처벌하는 좀 더 세분화된 처벌규정이 필요한 건 사실이나 또 처벌규정이 완화되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과 함께 책임 소홀로 이어질 개연성이 커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관계부처와 협의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문제는 이제 국회 차원에서 논의돼야 할 사안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고명애 국장은 “학교급식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식품위생법에 예외 조항을 만들어 명시한다면 억울하게 처벌을 받는 영양(교)사들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_한상헌 기자 hsh@fsnews.co.kr 사진_농촌문화정보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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