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교사가 보조 인력에게 수업을 맡긴 꼴
협회, 제식구 감싸기는 커녕 '나몰라라'
최근 대한급식신문은 대한영양사협회(이하 협회)의 학교분과 임원인 A영양교사가 3년 6개월여 동안 보조 인력을 채용, A영양교사 대신 학교급식 업무를 담당하도록 한 부분과 협회의 임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직 임원이었던 것을 이유로 역시 같은 형태로 6년 가까이 보조 영양사를 두고 대구에서 영양교사로 근무한 B씨를 보도했다.
짐작컨대 일부 영양(교)사들은 이 보도에 대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영양(교)사에 대해 안 좋은 기사를 쓴다. 우리 이미지를 실추시키네. 결국 힘을 모아 우리 스스로를 지켜내야 해. 이젠 신문까지 우리를 공격하니... 정말 힘들어서 못해 먹겠네” 등등. 지금까지 급식분야에 몸담으면서 느낀 일부 특정단체에 편향적 사고를 가진 이 업계의 풍토를 솔직하게 표현해 본 것이다. 너무 과장된 것인가?
현업의 영양(교)사들,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 업무는 참으로 외롭고도 힘든 일이다. 홀연 단신으로 동료도, 선후배도 없이 작은 급식실에서 그 어떤 조언과 협업도 없이 오로지 혼자서 판단하고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영양(교)사라는 현실. 게다가 전문 직종으로 아직도 온전히 인정받지도 못하며, 여기저기에서 애매한 잡무까지 넘어오는 끝없는 터널을 뚜벅이가 되어 쉼 없이 걸어가고 있는 현실.
이런 현실 앞에서 최근 본지의 보도와 관련 아직 깊이 숨어있는 내부의 본질을 알지 못하고 있는 일부 영양(교)사들은 서운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솔직히 본지의 의도를 의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본지가 급식분야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영양(교)사들에게 적대시한 기사를 보도해 돌아올 이익은 티끌만큼도 없다. 그렇다면 굳이 왜 이런 보도들을 연이어 내어 놓는 것인가? 라는 물음이 남는다.
보도된 두 영양교사는 단순한 영양교사의 개인이 아니었다. 협회의 전, 현직 임원이다. 즉 회원들을 대표하는 직위를 가진 자로 그에 합당한 자질과 마인드 그리고 정당성을 가져야 한다. 물론 학교분과 회장의 업무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회장이기 이전 우선순위를 정할 수 없는 국가로부터 부여된 아이들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학교급식 공무가 있다. 따라서 합법적인 측면에서 회장인 영양교사는 주 업무인 학교급식 업무를 수행하고 학교분과의 업무는 보조 인력이 가용한 공간을 활용해 했어야 하는 것이 정당한 것이다. 즉 국가로부터 부여된 공직자의 업무를 어떤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보조 인력에게 맡긴 것이다.
영양교사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성실의 의무를 가진 공직자이다. 만약 타 교과 교사가 본인도 특정 협회의 임원이 되면서 보조 인력을 지원받아 본인 대신 학생들 앞에 서서 수업을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도 팔을 안으로 굽힐 것인가!
또한 현재 영양교사는 업무수당 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 영양교사를 대표하는 회장이 공직자로 정당하지 못한 처사를 행하며 어찌 다수의 영양교사를 대변하며 이들의 입장을 주장할 수 있겠는가!
이번에 문제가 된 사안에 대해 협회도 정당한 대처를 하지 못한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두 명의 영양교사는 개인으로 보자면 전혀 문제가 없는 현업의 영양교사이며 협회의 회원이다. 협회의 임원이라는 이름표를 달면서 생긴 일이기에 이번 본지의 보도에 대해 협회는 적절한 대처를 하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협회는 이번 사안에 대한 본지의 질문에 “이번 학교분과 회장의 보조인력 채용 운영 부분은 협회와는 무관한 일입니다. 이번 일은 학교분과 결정 운영사항입니다”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간 협회를 믿고 따라온 회원들과 분과 임원들에게는 할 말을 잃게 하는 일이다.
세간에 일부 부도덕한 치부가 드러나 사회적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는 자들도 최소한 자기식구 챙기기에는 항시 한목소리다. 그런데 협회의 이 같은 입장을 보면 임원으로 일선에 나서 활동했던 두 명의 영양교사는 뭐란 말인가? 그리고 뒤로는 본지에 밝힌 입장과 달리 이번 보도에 대해 인천, 충북, 전북을 제외한 회원들에게 전체 메일을 발송했다. “학교분과 회장 보조인력 사용은 대의원총회 시 전국 시도의 회원을 대표해 참석한 대의원들의 승인으로 이루어진 사안”이었으며 “교직원이 아닌 자를 학교 내에서 근무시키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관행에 따라 운영한 것”이란 내용이었다. 덧붙여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회원들의 현명하고 지혜로운 판단을 부탁드리며 한마음으로 더욱 결속해 주실 것을 당부”한다는 내용이었다.
협회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발송한 내용이 이런 정도라는 것이 참으로 씁쓸하다. 또 협회의 말대로 관행이었다면 또 어떤 부적절한 것들이 관행에 의해 처리되고 있지는 않은지 자못 궁금하다. 이 상황에서 회원들이 어떻게 해야 현명하고 지혜로운 판단이란 것인가! 한마음으로 더욱 결속해 달라는 것은 본지의 보도가 영양(교)사들을 와해시키는 것이니 흔들리지 말고 협회를 믿어 달란 말인가. 이는 향후 학교를 비롯한 병원, 기업 등 각 분야에서 업무에 정진해나갈 후진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언론은 독자들에게 때로는 제로섬과 같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 환영을 받기도 하지만 또 어떤 사안에서는 그렇지 못하기도 하다. 하지만 진정한 급식분야의 언론으로 이 분야의 발전을 위해 또 이를 대변하기 위해서는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언론은 더 낮은 곳, 더 열악한 곳에서 그들과 함께 발전을 선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진정한 영양(교)사, 더 나아가 단체급식의 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