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림]아픈 몸보다 아이들 걱정이 앞서
[정현림]아픈 몸보다 아이들 걱정이 앞서
  • 편집국
  • 승인 2012.07.27 13: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정현림 영양사<구미 선주초등학교>
아침 조회시간, 국민체조와 각종 교육으로 나의 급식실 하루는 시작된다.

새로 지은 멋진 급식실로 이사한지도 벌써 1년이다. 여름, 가을, 겨울, 봄을 지내고 또다시 여름을 맞았다.

하루 급식이 끝난 텅 빈 급식실 책상에 몸을 기대어, 나른한 오후 커피 한잔을 하고 있으면, 지난해 급식실 신축할 때 생각이 영화처럼 흐른다.

급식실 신축과 1340여명의 급식이 동시에 진행 되다보니 나의 하루일과는 거의 숨이 막힐 정도로 빈틈없었다.

아침 검수를 마치고 작업지시가 끝나면, 비가 와서 진흙탕이 된 길을 걸어 건설현장을 한 바퀴 돌고, 점심급식을 하고 오후에 또 현장을 들러 이것저것 챙기면서도 혹시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체크에 또 체크를 했다.

내게 맡겨진 급식실 신축이라는 큰 일을 누구보다도 잘 해내고 싶었다. 훌륭하고 멋진 급식실을 짓겠다는 일념과 능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인복이 많은 나는 다행히 건설사 현장소장과 전기, 설비, 인테리어를 담당하는 모든 분이 좋으셔서 많이 도와주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함께 고민해 줬다. 물론 그분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갓 구운 빵을 한 아름 들고 현장 여기저기 돌며 ‘빵 드세요~’하며 외치기도 했다.

◇‘급식실은 당신의 최고 작품!’ 칭찬에 뿌듯
처음엔 설계도면 보기도 어려웠던 내가 지금은 여러모로 성장 한 듯한 느낌이다. 지금은 여러 학교에서 견학을 많이 온다. 내가 기초부터 알고 있는 곳이기에 개선해야할 사항이나, 처음부터 신경 써야하는 부분들을 잘 설명해 드릴 수 있어서 더 좋다.

지난해 8월 시식회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급식이 시작되는 날, 그동안의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은 모두 사라지고 기쁨에 넘쳐 행복해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내가 해냈구나!’하는 뿌듯함을 느꼈다.

오늘은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운동의 일환인 ‘깔끔이상’ 운영일이다. 평소 편식이 심하던 아이가 “선생님 오늘 다 먹었어요!”라며, 손을 내민다. “우와! 정말 잘 먹었구나!” 파란 스티커 한 장을 손등에 붙여주니, 껑충껑충 뛰어 교실 한켠의 스티커 판에 붙인다.

“선생님, 전에는 안 먹던 것인데, 먹어보니 맛있어요” “진짜 잔반통이 비었네요!” 아이들은 토끼처럼 뛰면서 스티커에 열광한다. 작은 선거전을 연상하게 하는 아이들의 반별 스티커 경쟁! 그 생동감 넘치는 아이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바로, 내가 적은 보수와 힘든 업무 가운데서도 이 일을 하는 기쁨이고 나의 희망이다.

성과급을 받으며 함박웃음을 짓던 한 선생님이 내게 물었다. “선생님도 성과급 받으시죠?”라고. 나는 “아닙니다.”라며 애써 웃음 지으며 돌아섰지만, 속상한 마음에 ‘나의 존재는 무엇인가?’라고 스스로 되묻기도 했다.

비가 추적추적 오던 어느 날. 행정실 선생님과 차를 마시며 창밖을 보는데, 그 선생님이 “1년 전 진흙탕을 오가며, 종종거리던 내 모습이 기억난다”고 했다. 내가 애쓰던 모습이 생생하다며 “선생님이 고생해서 지은 급식실은 당신의 최고 작품, 당신은 최고 입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말 한마디가 ‘성과급’이란 무게를 한 번에 날려버릴 만큼 힘이 났다. 그리고 결심했다. 꼭 이루리라! 그리고 더욱 열심히 노력하리라!

◇갑작스런 암 진단에 앞이 캄캄
어린 아이들 둘을 친정어머니께 맡기고 3년 동안 대학원을 다녔다. 학기 중에 근무하고 방학이 시작되면 곧바로 대학원수업, 수업을 마치면 바로 개학준비를 하다 보니, 잠시라도 휴식은 없었다.

이렇게 몸을 혹사해서인지,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암이 발견되었다. 수술 날짜를 방학 중으로 잡았는데, 담당 의사선생님의 스케줄로 인하여, 9월초로 연기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내 몸이 제일 중요하다는데, 나는 개학일이 더 걱정되었다.

고민하다 다음 방학으로 연기하게 되었고, 그런 나에게 가족들은 “학교를 그만두라”며 뜯어 말렸다. 남편과 가족들을 설득하고 개학 준비를 했다. 어찌 보면, 무모하기까지 한 나의 행동에 하나님은 내편이셨다.

다행히 병이 크게 악화되지 않아, 수술을 무사히 받을 수 있었다. 지금 내 직장인 이곳, 학교에서 급식을 맛있게 먹는 아이들의 모습으로 위안과 힘을 얻고 일하고 있다.

이런 내게 내일의 밝은 태양이 또 떠오르길 소망한다.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우리, 성과급이라는 최선을 다한 수고로움의 혜택을 받을 그날을 위해 모두 파이팅!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