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자]종일 급식 생각뿐인데 … 학생들에겐 그냥 “아줌마”
[김귀자]종일 급식 생각뿐인데 … 학생들에겐 그냥 “아줌마”
  • 편집국
  • 승인 2012.08.10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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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귀자 전주 반월초등학교 영양사

출근하는 차안에서부터 머릿속이 복잡해 온다. 오늘 식단 중 어린잎채소 비빔밥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어린잎채소 비빔밥은 먹는 입장에서 보면 간단해도 조리과정이나 위생관리가 만만치 않아서 식단에 반영할 때는 많은 고민을 하게 하는 메뉴중 하나다. 머릿 속으로 조리과정을 정리하다보니 벌써 학교다.


◇ 출근하자마다 쏟아지는 업무
7시40분... 학교에 도착하자 차량 한 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차량 마크를 보니 이번 달에 공산품 납품업체로 낙찰된 업체이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마음이 바빠진다.

몇 번이나 납품시간을 지켜달라고 말씀드렸는데… 업체는 업체 사정만을 얘기하며 납품시간을 앞당겨 달라고 한다. 빠르게 가운을 갈아입고 손을 세척하고 검수실로 가서 식재료들을 검수하기 시작했다.

며칠 전, 교육청에서 온 공문에 의거 공산품은 발주시 제품의 회사명을 적되 유사제품도 납품가능하도록 돼 있어 제품의 성분을 일일이 따져보고 검수를 해야 한다. 공산품 검수를 끝내자 마자 채소납품차량이 들어온다.

오늘은 특별히 생채소를 먹어야 하므로 야채의 신선도가 중요하다. 박스 하나 하나 뜯어보고 무른건 없는지, 오이꼭지는 싱싱한지, 생강은 겉표면이 미끌거리지 않는지, 어린잎 채소에 흙이나 모래가 섞어있지 않은지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조리원
숨가쁘게 검수를 하고 나니, 8시 20분, 아침 조회시간이 됐다. 약 10분간은 조리원들 스트레칭시간데 조리원들 표정이 좋지 않다. 요즘은 습하고 높은 기온으로 인해 하룻밤 주무셔도 몸이 풀리지 않는다며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열심히 몸을 푸신다.

조리원들 입장도 안타깝다고 생각하고, 조리할 메뉴를 떠올리며 걱정도 했다. ‘오늘도 무사히 잘 지나가야 할텐데…’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과는 다르게 딱딱한 말투로 오늘 작업시 주의해야 것에 대해서 전달한다.

그리곤, 숨가쁜 시간이 지나갔다. 조리하는 동안 각자 맡은 업무에 조리원들 위생복은 땀에 완전히 젖어 있다. 아마 말씀은 안하셔도 겨드랑이며 사타구이가 진물렀을 것이다.

그래도 배식시간에 지치고 땀에 젖은 위생복이 학생들에게 좋은 인상이 아닐 거라며 조리원들 나름대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배식을 한다. 그럴때 조리원의 맘 씀씀이가 참 고맙다.

◇ 영양사, 아이들에겐 급식실 아줌마
더운 날씨에 비빔밥이 입에 맞았던지 학생들은 맛있게 밥을 비벼먹는다. 하루 업무 일과 중 가장 긴장되면서 보람을 느끼는 시간이다.

한참 배식지도를 하고 있는데 한 학생이 “저기요. 급식실 아줌마” 하고 부른다. 고개를 돌려보니 1학년 남자 학생이다. 난처하다. 틀림없이 아줌마라고 나를 부른 것 같은데, 대답을 해야 할지 말지… 그렇다. 나는 학교에서 영양사로 일하고 있지만 학교회계직으로 분류된 비정규직 영양사이다.

그러니 당연히 급식실외에서는 얼굴을 볼 수 없는 나를 딱히 뭐라 부를지 모르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서운하다. 학생이 그렇게 부르면 담임교사가 명칭을 제대로 알려주면 좋으련만 전혀 개의치 않아 더 서운하다.

학교급식에 첫 근무는 8년 전이다. 당시 일을 하면서 제일 두려웠던 것은 '나의 말과 행동이 학생들에게 교육의 일부도 될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정일도 잠시 접고, 가정경제도 잠시 무시하고 교육대학원 과정에 진학했다. 그럼 학생들에게 좀더 당당하게 다가설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교육대학원을 졸업한지 만 2년이 지났지만 특별히 변화된 것은 없다. 나는 여전히 학생들에게 “아줌마” “저기요~~”라고 불린다. 걱정이 된다. 우리 학생들이 학교급식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그저그런 아줌마여도 괜찮다고 생각할까 봐...

◇ 꿈은 이뤄지겠지?
나는 개인으로 한 가지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학교급식에 종사하는 모든 영양사는 학생들의 영양교육에 참여할 당당한 권리를 갖는 것이다.

급식실에서 학생들을 지도함에 있어 교실에서의 이론적인 교육과 병행이 된다면 효과가 분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난 오늘도 지금보다 안정적인 식생활교육을 위해서 변화된 영양교육 정책을 기대하며 내일 급식을 걱정하며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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