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선] 억울한 일, 한마음으로 …
[예정선] 억울한 일, 한마음으로 …
  • 편집국
  • 승인 2012.10.1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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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선 남천중학교 영양사

▲ 예정선 남천중학교 영양사
우리네 어머님들은 “내가 살아온 애기를 책으로 내면 몇 권은 넘을 거야!”라는 말들을 많이 하신다. 예전에는 이 말이 이해는 가면서도 피부로는 느끼지 못했는데 요즘 들어 이 말에 절실하게 동감을 한다. 아직 어머님들의 나이만큼 인생을 살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런 말에 동감을 하게 되는 나의 상황이 참 서글프다.

영양사로 입사해 10년이 지났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정말 무슨 일이든 하면 할수록 쉬운 일이 없다는 걸 매일 느끼면서도 내가 하는 일에 누구보다도 더 큰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일 해왔다. 또한 학생들을 다 내 아이라 여기며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해왔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요구들과 차별과 무시밖에 없다.

2001년 11월에 입사를 하고 2002년 2월 까지 근무를 했지만 학교는 원래 3월부터 계약이 된다고 해서 계약은 2002년 3월부터 계약을 했다. 너무 당연스럽게 4개월 근무는 경력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번은 어떤 실장님이 방학 때는 급식이 없으니까 같이 밥해먹자고 하더니 결국 나에게 국을 끓이게 하고, 내가 없으면 점심해결이 안되니까 휴가를 가려면 미리 준비해 놓으라고까지 해서 3년 동안 방학만 되면 국을 끓였다. 더 황당한 것은 학교 화단단장 한다고 일꾼 불러 놓고 나에게 인부들 새참을 하라며 어묵만 사 주고 알아서 하라는 말만하고 가기도 했다.

또 한 번은 교내 화장실 청소를 조리종사원 일당 줄 테니 좀 해 달라고 해서 했더니 다음 방학 때는 너무나 당연하게 지시했다. 조리원들이 못 하겠다고 해서 안한다고 하니 학교일에 비협조적이라며 목공실에 있는 주사까지 급식실 일은 이제 못 도와주니까 알아서 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어떤 주임은 “영양교사는 입 댈 것도 없는데 영양사라 참 다르네”하며 비교하고, 이제는 조리종사원 마저도 “한 곳에서 오래 일했으니 알아서 할 수 있다”며 “잔소리 말고 들어가라”고 한다. 각종 학교행사는 물론이고, 가정실습재료 구입 같은 전혀 업무와 상관없는 일을 시킬 때도 많다.

참 어렵다. 정말 어렵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내가 만약 “내가 여기 학생들 급식관리 하기 위해 왔지 행정실 점심해주러 왔나요? 인부들 새참해주러 왔나요? 이런 부당한 업무 못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못하겠다고 한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내가 영양교사였더라도 그런 일을 하라고 했을까? 너무 한곳에서 오래 있었나? 조리종사원마저도 관리자로서가 아닌 같은 비정규직으로 여기는 현실. 이 상황을 나는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까?

한 직장에서 10년, 업무에 대한 캐리어와 노하우가 쌓여 베테랑이 돼있는 지금까지 임금은 물론이고, 직위나 처우는 별반 달라진 것도 없고, 행정실과 교무실, 조리종사원들까지 내 편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나의 직장 생활의 고달픔이 1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와 함께 더 무겁게 느껴진다.

학생들이 아줌마라고 불러도, 행정실에서 영양교사와 비교하면서 무시해도 나는 학생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영양사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만 가지고 묵묵히 일만 해야 하는 것일까?

누가 시원하게 대답 좀 해줬으면 좋겠다. 나의 10년을.. 눈물과 땀의 세월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나요? 나는 나와 같은 영양사들에게 외친다.“우리가 좀 더 안정적이고 권익을 찾기 위해서는 한마음으로 뭉쳐야 호봉제와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현실화 됩니다. 묵묵히 열심히 일하시는 영양사님들 힘내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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