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마음으로 일할 날 올까?
편한 마음으로 일할 날 올까?
  • 편집국
  • 승인 2012.11.0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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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심 한들초등학교 영양사
회계직 영양사의 日記


▲ 최영심 한들초등학교 영양사
월요일 아침 6시, 전화벨이 울린다. 불길한 예감이 밀려온다. 아니나 다를까 수화기 건너 들리는 목소리는 조리장님이고, 일이 생겨 출근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한다. 서둘러 아침 일찍부터 연락을 했다지만, 갑자기 대체인력을 어디서 구해야 하나. 눈앞이 깜깜하다.

고민도 잠시, 수화기를 들어 당장 대체인력으로 구성해 놓은 분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이분도 우리 학교만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을 터. 다른학교 대체인력으로 출근 준비 중이라고 한다. 다른 학교 영양사에게 대체인력 연락처를 문의해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모두 약속이 있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연락은 식재료 검수를 하면서도 계속됐다. 하지만 연락을 할수록 힘만 빠질 뿐, 연결이 안됐다. 조리시간이 다가올 수록 초초해진다. ‘오늘의 식단이 ‘김치전’인데…, 한 사람이 빠지면 조리시간은 길어질 텐데, 제 시간에 급식이 제공될 수 있을까?’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검수를 마치고 오전 조리작업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다행히 배식시간에 어긋나지 않게 급식준비가 됐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배식하고 나니 온 몸에 힘이 다 빠진다. 늦은 점심을 시간에 쫓기 듯 먹고 오전에 못한 서류 작업 및 기타 공문 처리를 했다.

역시 오후 시간도 정신없이 흐른다. 무거워진 머리를 힘겹게 들어 시계를 보니 벌써 5시가 가까워졌다. 급식실 책임자라는 무거운 자리, 의무만 주어지고 권리는 없는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회계직 영양사라는 자리. 그 자리가 내 위치라고 생각하니 얼마나 더 발전해야 무거운 마음을 털어버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상대적인 박탈감에 퇴근길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지만 언제나 내 아이에게 해 주듯 균형잡힌 영향으로 맛있는 급식을 준다는 자부심으로 마음을 다스린다. 그리고 ‘내일은 오늘보다는 더 나은 날이 기다리고 있겠지’라는 부푼 희망으로 저녁 어스름이 깔리는 교문을 조용히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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