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한우, 몇 등급이 좋을까?
학교급식 한우, 몇 등급이 좋을까?
  • 김선미 기자
  • 승인 2012.11.16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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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거리·불고기에 3등급도 좋아 … 한우·육우 관계없이 섭취량 중요

최근 학교급식 영양(교)사들 사이에서 ‘한우라고 속고 먹느니 저렴한 가격의 육우를 먹는 것이 낫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한우가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유난히 학교급식의 한우부정 유통사례가 연속적으로 적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서울시 학교에 납품된 쇠고기 이력을 조사한 결과 26%가 원산지 표시를 ‘세탁’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안전하게 공급돼야 하는 학생들의 먹을거리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경기도의회 안승남 의원의 ‘학교급식에 납품되는 한우등급을 1등급에서 3등급으로 낮추자’는 주장도 제기돼 학교급식의 한우사용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실정이다.

 


◆학교, 꼭 1등급이어야 하나?
현재 경기도는 ‘우수축산물 학교급식 지원제도’를 실행중이다. 학교 급식의 질적 향상과 FTA 체결로 인해 피해가 예상되는 도내 축산농가의 안정적 소비처 제공을 위한 사업이다.

하지만 도비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원비를 아예 사용하지 않고 반납하는 상황이 되풀이 되고 있다. 한우가 육우보다 2배 이상 비싸 지원금이 있어도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군포 S고등학교 한 영양사는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우수축산물이 좋겠지만 도비지원에도 불구하고 금액차이가 커 결국 고기의 양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즉 한우 1등급을 사용하면 학생들에게 충분한 양의 급식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것. 이에 대해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조수현 박사는 “반드시 1등급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학교급식에서는 3등급을 사용해도 영양학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고 전했다.

◆3등급 , 질적으로 떨어지나?
그렇다면 1등급과 3등급의 질적 차이는 얼마나 될까? 바로 ‘부위별 지방 함양의 차이’로 안심, 등심, 갈비, 채끝 등 근내지방도가 높은 부위의 경우는 등급에 따른 질적 차이가 난다.

하지만 급식에서 많이 사용되는 국거리, 불고기 등은 지방함양이 적은 부위라 1등급 한우에서 3등급 한우를 사용한다 해도 영양적인 측면에서 부족함은 크지 않다. 또한 3등급 한우는 1등급에 비해 지방이 적어 질긴 감이 있지만 냉장고에 넣어 숙성만 시킨다면 연한 고기를 섭취할 수 있다. 물론 3등급이라도 부위가 39개이므로 동일한 숙성시간을 정할 수 없다.

하지만 등심의 경우는 1~2℃에서 진공포장 후 3~4주 숙성하면 연하고 맛좋은 쇠고기가 되므로 단체급식소에서 납품업체로부터 숙성된 고기를 받는 것도 3등급 질 좋은 고기를 먹을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한우대신 육우, 괜찮은가?
이런 이유로 학교급식 한우의 등급하향 필요성에 대한 의견 못지않게 제시되고 있는 육우사용도 한번쯤 단체급식에서 논의해 볼 필요가 있는 주제로 부각됐다.

취재과정에서 익명을 요구한 한 영양사는 “한우 대신 육우를 사용하고, 남는 예산으로 학생들에게 더 다양한 급식을 제공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우가 육우에 비해 맛도 질도 뛰어나다는 것을 알지만 학교급식 현장에서는 보다 다양한 식재료의 사용으로 학생들의 건강과 입맛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조 박사는 “한우든 육우든 쇠고기 섭취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한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쇠고기 섭취량이 적은 나라에 속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조 박사는 학교급식을 담당하는 영양(교)사에게 “저지방 부위를 다양하게 급식에 활용했으면 한다”며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고 균형잡힌 식단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급식한우 불법유통, 왜?
현재 우리나라는 쇠고기 이력제를 실시하고 있다. 소의 출생에서 도축, 가공,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정보를 기록하고 관리해 위생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력을 추적해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제도이다.

하지만 학교급식에서는 대부분 깍뚝썰기 된 쇠고기를 납품받기 때문에 고기의 등급이나 한우와 육우의 여부 등을 영양(교)사의 육안으로 확인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같은 상황에 몇몇 영양(교)사들은 “한우라고 들어오지만 100% 한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학교급식 현장에 축산물검수시스템이 도입돼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한 관계자는 “이 시스템을 통해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쇠고기의 부정유통을 방지하고 믿을 수 있는 국내산 한우의 사용으로 급식의 질 향상 및 축산물의 체계적인 관리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한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현재 학교급식의 한우 불법유통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단체급식의 한 관계자는 “한우 소비 촉진에 앞서 한우에 대한 신뢰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며 “한우농가를 위해 대량 소비처인 단체급식에 무조건 우리 한우를 써야 한다는 의미적 측면에서만 한우소비를 강조한다면, 이 또한 단체급식 소비자들의 다양한 선택원을 무시하는 처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도적 보완과 불법유통 등과 같은 위반 시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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