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의 소득 증대를 위해 추진돼 온 충북 도내 지방자치단체들의 농축산물 '명품 브랜드' 육성 사업이 개인들의 무분별한 브랜드 사용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정체된 듯한 분위기다. 시.군 등 자치단체들이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광역 통합 브랜드 사용을 장려하고 있지만 '브랜드만 붙이면 내 상품이 다른 사람 상품과 차별화된다'는 인식을 가진 농민들이 적지 않아 통합 브랜드 사용이 힘든 실정이다.
◇ 브랜드 난립..수백개 달할 듯 = 농축산물에 대한 '브랜드 만들기'가 시작된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다. 우루과이라운드를 거쳐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한 뒤 시장 개방이 가속화되면서 '내가 재배하고 키운 농축산물이 최고'라는 것을 홍보하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그 이후 도내에서는 자치단체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브랜드가 나왔고 지금도 브랜드가 생기고 있다.
옥천군은 2006년 '금강의 청정환경을 간직한 보물창고'라는 의미의 통합 브랜드인 '금강보고'를 내놨으나 '향수한우', '탐스런 토마토', '청산생선국수', '참옻' 등 10여종이 넘는 품목의 브랜드가 넘쳐나고 있다.
영동군도 '온갖 농산물이 꽃을 피우는 5월의 따사로운 고장'이라는 뜻을 담은 '메이빌'이란 공동브랜드인를 만들었으나 '학산송이꿀포도', '삼천고당도포도', '매곡함초롬이사과', '배목배' 등의 브랜드가 혼용되고 있다.
제천에서는 '금강산 가는 제천 사과'와 '한수백곡사과', '황초와우'와 '약초건강한우', '제천금봉이쌀'과 '제천의림지쌀' 등 같은 종류의 제품에 여러 개의 브랜드가 쓰이고 있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농축산물 브랜드가 적게 잡아도 4천여개에 달한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도내에서도 작목반과 농민 개개인이 쓰는 개별적 브랜드가 최소한 수백개에 달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브랜드만 만들면 자신의 상품이 다른 농민의 상품과 차별화돼 더 비싸게 팔릴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농민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면서 "1명의 개인이 2∼3개의 브랜드로 상품을 출시하는 경우도 봤다"고 털어놨다.
◇구조조정 시급..광역브랜드만이 살 길 = 생산과정에서부터 소비단계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된 과정을 거친 상품에 붙어있는 브랜드는 농가 소득 증대 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의 유력한 수단이 된다.
전남 광양의 청매실농장, 경남 진주의 장생도라지, 경북 김천의 '지례흑돼지', 충남 광역 한우브랜드인 '토바우', 강원 '횡성한우', 전북 정읍의 '단풍미인한우' 등은 이미 유명해진 브랜드로 속한다.
충북에서도 친환경인증을 받은 괴산의 '대학찰옥수수'가 웰빙 바람에 실려 독특한 맛과 품질로 도시민들의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음성 지역 브랜드인 '햇사레'는 풍부한 햇살을 받으며 탐스럽게 영근 복숭아 상호로 인기를 끌며 농가 소득에 기여하고 있다.
청원군이 2003년부터 친환경 쌀을 차별화하기 위해 공모 과정을 거쳐 만든 '청원생명' 브랜드나 보은군이 2005년부터 쓰기 시작한 '황토', 단양군이 2007년 등록한 '단고을'이라는 브랜드도 농가 소득 증대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제대로 된 브랜드는 지차단체의 엄격한 품질관리를 거친 친환경 농산물이라는 것을 확증하는 '성공 보증수표'인 만큼 소득 증대와 직결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성공한 것으로 꼽히는 브랜드의 특징은 한 지역에서 생산된 1개의 제품에는 1개의 상표만 사용하며 품질관리가 철저하다는 점. 그러나 도내에서는 쌀과 한우, 과수 등 평판을 얻는 지역 농산물이 늘어나고 있지만 브랜드의 난립과 지원.관심 부족으로 도태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한우를 예로 든 뒤 "시군별 브랜드가 난립하고 있고 대도시 직판장이 부족한 것은 물론 홍보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자치단체가 광역 브랜드를 육성할 수 있는 중장기 계획 수립 및 생산비 절감을 위한 기술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상품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소비자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고객관리와 판매망 및 정보망 확충, 연령대에 맞는 맞춤형 홍보, 지속적인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생산자의 브랜드 인식과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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