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사는 ‘밥순이’가 아니라 ‘전문가’
영양사는 ‘밥순이’가 아니라 ‘전문가’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8.08.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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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희 인천송도가족사랑병원 영양사

▲ 강주희 인천송도가족사랑병원 영양사
저는 병원에 근무하는 영양사입니다. 아침에 출근해 먼저 환자차트를 확인하고 병원식 오더를 내려 줍니다. 그리고 식당으로 가서 식자재 검수를 하고 조리관리를 하면서 틈틈이 각종 일지와 서류를 검토 합니다.

수혜자에게 공급되기 전 검식과 배식관리를 하고, 환자라운딩을 하면 오후 2시입니다. 시간이 좀 남는 이 때 재고조사와 발주, 그리고 다음날 조리지침서를 만듭니다. 위생일지도 작성하고 몇 가지 잔무를 하면 오후 4시. 이제부터 석식 조리관리를 합니다. 6시가 됩니다. 제시간에 퇴근하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남는 시간에는 다음 주식단도 짜야 합니다.

간단한 자격증만 있으면 영양사를 할 수 있는 줄 아는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우리 영양사는 ‘면허’를 취득한 물리치료사, 간호사, 임상병리사와 같은 전문가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영양사는 일을 많이 하고 박봉에 시달려며 ‘밥순이’로 평가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식단이 일반 가정식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 여기는 분들도 더러 있습니다. 한 주조·중·석식 총 21끼가 중복되지 않도록 식단을 짜는 것, 당뇨식·저염식에 맞는 수분량과 칼륨, 나트륨을 조절하는 것, 정해진 가격 내에서 하루 적정 칼로리와 단백질 및 영양분을 맞추는 식단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 일인지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자신이 싫어하는 음식이 나오면 이맛살을 찌푸리시는 분들의 몇 마디 말들은 제 마음을 갑갑하게만 합니다.

하지만 영양사는 생리학, 영양학, 식사요법 등을 전공으로 배운 전문가입니다.

선진국과는 달리 산업체 급식을 시작으로 시작된 직업이기에 여전히 직업의 의미가 국한되고 낮게 평가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과다한 업무도, 적은 임금도 결국 사회적 의식수준에서 영양사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영양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해결책은 업무 분화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급식 영양사를 두기보다, 수혜자의 의견을 듣고 항상 대화를 통해 몸에도 맛있고 마음에도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메뉴 개발 전담 영양사, 수혜자의 영양상태와 몸상태를 진단하고 알맞은 영양식을 짜주는 상담 전문 영양사 등으로 세분화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과도한 영양사 업무의 분담과 함께 영양사의 국한된 이미지의 탈피, 그리고 영양사의 권익신장에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영양사 개인은 전문적 지식을 꾸준히 쌓고 세분화된 영양사 직책을 성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또한 영양사와 관련 단체가 앞장서 영양사에 대한 이미지를 바꿔야 합니다. 전문가로서 영양사가 대우 받고, 전문가로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영양사의 미래를 기대해봅니다.

※ 본 면에 실리는 외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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