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는 최적의 통합 교육장이다
밥상머리는 최적의 통합 교육장이다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9.05.1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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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은 식사시간에 식탁 즉 ‘밥상머리’에 모인다. 밥상머리란 ‘차려놓은 밥상의 한쪽 언저리나 그 가까이’란 뜻이지만 식구들이 한데 모여 식사를 하는 자리로 해석되기도 한다.

밥상머리의 기능은 실로 다양하다. 첫째, 크고 작은 동네 소식들을 접할 수 있는 종합 뉴스네트워크가 된다. 동네 또는 이웃마을에서 일어나는 모든 소식들을 밥상머리에서 들을 수 있다.

둘째, 밥상머리는 가장의 윤리 강연장이 된다. 식사예절을 철저히 지키는 가정의 식사시간은 참으로 진지했다. 제일 먼저 어른이 자리를 잡고, 아들 손자 등이 그 옆에, 며느리는 문 앞에 앉는다. 먼저 어른이 숟가락을 들어야 나머지 식구들이 차례로 들 수 있었다. 밥상머리에서는 큰 소리를 내는 게 아니었다. 입 속 음식물이 안 보이게 조용하게 먹어야 했다. 여름날 상추쌈을 먹을 때도 목젖이 보여서는 안 되었기에 돌아앉아 쌈을 입에 넣곤 했다.

셋째, 밥상머리는 가족회의장이 된다. 요즘에는 온가족이 모이기는 어렵지만 60~70년대 농촌 가정에서는 아침이나 저녁에는 가족들이 한데 모여 식사를 했다. 그 식사시간이 바로 가족회의시간이었다. 어느 논에는 무엇을 심을까, 다음 장날에는 무엇을 살까, 맏딸의 맞선은 언제 보는 게 좋을까 등 자질구레한 가족의 일들이 저녁식사 때 결정됐다.

넷째, 밥상머리는 서로 배려해주는 가족애 표현의장이 되기도 한다. 자녀들은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참 힘드셨겠습니다”라며 아버지에게 공손히 묻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참 장하다. 너는 우리 가문의 기둥이므로 행동거지를 신중히 해야 되느니라”라며 말하기도 했다. 이렇듯 덕담이 오가는 가운데 가족에 대한 사랑이 돈독해지고 결속력이 강화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런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구성원이 불과 3~4명 정도의 핵가족인데도 함께 모이기가 어렵다. 당연히 가정의 윤리 교육 기능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졌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체적으로 급성장하며 사춘기에 접어드는 6학년생들은 담임교사의 지도에 잘 따르지 않고 일탈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신학년도 학년 배정에서 6학년 희망 교사가 전무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래서 사라져버린 밥상머리 교육을 학교 교장실에서 시도한 것이다. 6학년생을 대상으로 매주 화, 목요일에 10명의 학생을 초대해 교장실에서 교장과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학교장과 학생 간의 만남으로 마음의 거리를 좁히고 효율적인 생활지도와 예절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정서를 순화시키고 장래의 꿈을 찾게 하는 기회를 부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한 번에 10명의 학생들을 초대해 식사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불러준다. 시조, 관향 등을 알려주는 뿌리 교육, 친구들과의 바람직한 친교를 위해 우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생활지도, 난관 앞에서 쉽게 좌절하지 말고 불굴의 정신으로 오뚝이처럼 일어나야 한다는 인성 교육을 해준다. 어려운 환경과 역경을 헤치고 부단한 노력 끝에 자아실현을 한 인물들의 성공사례를 담은 동영상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순서로 마무리를 한다.

이 교육을 받은 어느 6학년생은 “마지막 반까지 다 끝나면 또 하고 싶어요”라며 색다른 경험에 즐거워했다. 교장실에서 밥상머리 교육을 한다는 소식을 들은5학년생들 중에서는 “6학년 다 끝나면 우리도 해주세요”라며 투정을 부리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물질적으로는 좀 부족했지만 온 가족이 부대끼고 서로 도와주었던 그 시절, 어른의 근엄한 밥상머리 교육이 일상화되어 있던 그 시절이 그립다. 이제 각 가정에서도 밥상머리 교육을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를 통해 한창 자라는 아이들에게 이웃을 배려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 가치 있는 일임을 깨닫게 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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