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급식 먹고 전통문화까지 배우죠”
“친환경 급식 먹고 전통문화까지 배우죠”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9.03.07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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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 교육으로 연결…고운 한복입고 다례 배우며 전통차 맛 익혀

국내산 친환경 농산물만 먹고, 달마다 세시 음식을 먹으며 한국 전통문화를 배운다. 특히 일주일에 한 번 녹차와7가지 곡물 가루로 아이들이 직접 빚은 다식을 맛보고 다례를 배우기도 한다. 건강은 물론 전통문화까지 지키는양재 천사유치원의 급식현장을 찾아가봤다.


양재천사유치원 _ 장태옥 원장

먹을거리 체험학습으로 과학교육도 함께 병행

천사유치원에는 먹을거리에 대한 이야기가 늘 끊이지 않는다. 아이들의 먹을거리가 모두 교육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싫어하는 콩을 잘 먹게 하기 위해 콩을 주제로 다양한 체험학습을 한다. 식품에 대해 잘 알게 되면 아이들이 호감을 갖고 잘 먹게 되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에는 땅콩을 갈아 넣은 콩국수를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장태옥 원장은 “아이들은 자신이 직접 만든 음식에는 거부감을 보이지 않고 잘 먹는다”고했다.된장도 할머니 자원봉사단들이 와서 직접만들어 먹는다. 이때 아이들은 삶은 콩을 직접 절구에 넣고 찧으며 함께 메주를 만든다.이런 체험학습을 통해 중간 중간 삶은 콩을집어 먹기도 하며 된장을 좋아하게 된다고한다.

또한 이렇게 만든 메주로 된장과 간장을 직접 만들면서 발효식품을 만드는 원리와곰팡이에 대해 배우는 과학교육도 함께 진행된다.매년 3월에는 갓 입학한 유아들을 대상으로 색소 실험과 같은 식품교육을 한다. 우리몸에 유해한 식품을 억지로 못 먹게 하는 것보다, 직접 실험을 통해 알게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각종 인스턴트와 가공식품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인식이 바뀌고 행동도 달라진다.장 원장은 “탄산음료를 이용한 치아부식실험을 한 뒤로 아이들이 스스로 탄산음료를 먹지 않게 됐다”며 먹을거리에 대한 생생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단아한 병풍이 둘러쳐진 방 안에 고운 한복을 입은 원장과 원생들이 다소곳하게 앉아 있다. 차분한 국악을 들으며 갓 우려낸 녹차를 마시는 아이들의표정이 자못 진지하다.양재동에 있는 천사유치원에서 원생들은 이렇게 월요일마다 원장에게 직접 다례를 배운다. 덕분에보통 유아들은 탄산음료와 같은 자극적인 음료를 선호하지만 천사유치원생들은 차를 즐긴다. 다례를 배우며, 전통차의 맛을 일찍 깨우쳤기 때문이다.

◆ 보성에서 따온 잎으로 우린 차와 콩다식

다례를 배우는 날, 원생들은 빨간 색동저고리인 다례복을 갖춰 입는다. 단순히 차만 마시는 것이아니라 차 예절을 함께 배우기 때문이다.다례실에 들어오면 예를 갖춰 공수(拱手)하고 인사한 뒤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인·화·예·지의 다도정신을 배운다. 인은 후덕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높여주는 마음이다.화는 부모님께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하며 이웃과 화목하고 남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 예는 인사를 잘하고 바른 옷차림과 바른 말씨를 사용함을뜻한다. 지는 항상 지혜롭고 슬기로우며 마음이 풍부한 것을 말한다. 천사유치원생들은 이렇게 먹을거리에 대한 교육과 인성교육을 함께 받는다

.원생들은 주인과 손님으로 역할을 나뉘어 마주보고 앉는다. 주인은 상을 덮은 보자기를 격식에맞춰 접고, 손님에게 대접할 차를 준비한다. 대나무로 만든 차칙을 이용해 찻잎을 2번 뜬다.찻잎은 천사유치원 어린이들이 직접 따온 것을쓴다. 매년 5월 원생들은 보성차밭에 가서 일년치차를 만들어 온다. 어린 잎을 따서 아이들이 찻잎을 볶는다. 이를 ‘덖음’이라 하는데, 아이들이 재미있어한단다.

차가 우러나는 동안 아이들은 ‘녹차의 효능은 머리를 맑게 하고 두 눈을 밝게 만들며 치아를 튼튼하게 만든다’는 가사의 노래를 부르며 녹차의 효능을 배운다. 차를 마실 때는 색, 향, 미를 느끼며 3번에 걸쳐 마신다. 색을 감상하고 향을 맡은 다음, 맛을 음미한다.차를 마신 후에는 다식을 먹는다. 아이들이 직접빚은 다식은 다례의 즐거움을 배로 한다. 콩, 현미,마, 보리 등 7가지 곡물가루와 꿀을 섞어 빚은 다식은 달콤하고 맛있다. 한 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다식은 녹차가루를 추가하면 녹차 다식, 콩가루를많이 넣으면 콩 다식이 된다.천사유치원에서는 이렇게 건강에도 좋고 맛도좋은 다식을 직접 만들어 먹기 때문에 사탕 같은 군것질거리가 필요 없다.

◆ 자연식으로 둘러싸인 천사유치원

천사유치원은 교육환경 자체가 친환경적이다.유치원 마당에는 감, 모과, 대추, 살구나무 등 각종 유실수가 풍부하다. 지난해 가을에는 감을 두 상자나 수확해, 지역 주민들과 나누어 먹고 곶감까지 만들었다. 대추는 백설기를 만들 때 넣어 먹었다.꿀을 발라서 대추와 잣을 올려 꾸민 백설기는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고 한다.

또한 유치원의 작은 텃밭에서 신선한 채소를 길러 먹는다. 봄에는 고추, 토마토, 가지를심어 먹고, 가을에는 배추와 무를 심어김장을 한다. 일원동에 농장도 있어 고구마, 배추, 무, 콩, 단호박을 재배하며,사시사철 신선하고 깨끗한 재료를 먹는다.특히 쌀은 여주의 논에서 직접 유기농재배한다. 오리와 우렁이를 이용하여 재배한 유기농 쌀은 농약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7세반 어린이들은 자기 소유의 오리를 한 마리씩 직접 돌보기도 하고, 가을에 벼를 추수하는 체험학습도 한다.장태옥 원장의 급식에 대한 관심은 각별하다. 먹을거리를 더 잘 알고 아이들에게 좋은 급식을 제공하고 싶어 지난2003년 조리사 자격증까지 땄다고한다.천사유치원 급식에는 몇가지 원칙이 있다. 아이들의 산성화된 몸을 중화시키기위해 일주일에 한 번은 미역국을 제공한다. 장원장은 “미역은 중금속을 해독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몸의 독소를 배출한다”며 미역의 효능을 강조했다.된장국도 주 2회 제공한다.
아이들이 직접 수확해 만든 시래기 등 다양한 재료로 끓인 된장국은 아이들이 즐겨 먹는다. 찰기장밥, 현미찹쌀밥 등 잡곡밥을 주로 제공하고 산성식품인 축산물을 덜 제공한다. 혹시 부족해질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원생들에게 생선, 콩과 같은 대체식품을 많이 먹인다.간식도 제철과일, 견과류, 볶은 콩, 유기농 우유등 영양식으로 제공한다. 가을에는 은행을 주기도하는데, 아이들이 직접 주워서 볶아 만든 은행이라거부감 없이 잘 먹는단다. 기침, 가래에 좋은 은행을 먹은 천사유치원 아이들은 겨우내 감기 걱정 없이 지낸다고.

글_이제남 기자 ljn@fsnews.co.kr 사진_이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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