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들의 행복 테이블 - 서울 베네딕도 유치원
병아리들의 행복 테이블 - 서울 베네딕도 유치원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9.04.08 2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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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으로 차린 ‘사랑과 나눔’의 밥상국산 식재료만 사용…농민사랑 급식사랑으로 이어져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이후 가톨릭과 가톨릭의 메시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예전부터 ‘사랑의 가르침’으로 정평이 나있는 가톨릭 재단의 교육기관들은 유기농 급식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서울 베네딕도 유치원은 영양사가 국내산 유기농 식재료로 급식을 만들어 부모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있다. 농민에 대한 사랑이 유기농 급식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진 유기농 급식 현장을 찾아가봤다.

푸른 하늘이 잘 보이는 교실이라는 의미가 담긴 ‘푸른하늘반’의 점심시간. 아이들이 각자 식판에 담겨진 음식을 놓고 감사 기도를 한 뒤, 맛있게 먹는다. 오늘의 메뉴는 잡곡밥, 해물수제비, 호두멸치볶음, 시금치나물, 김구이, 김치, 식혜다. 푸른하늘반의 김유진 양(6세)은 “멸치가 제일 좋고 맛있어요”라며 함박 웃음을 지으며 입안 한가득 밥을 먹는다.
호두를 골라내는 한 어린이에게 김은숙 주임 교사가 다가가 “호두를 먹으면 생각주머니가 커진다”며 부드럽게 권유한다. 친구들도 함께 “호두가 맛있다”며 동조하자, 아이의 굳어진 표정이 금세 풀어진다. 이렇게 함께 어울려 먹는 분위기 속에서 편식하던 아이들도 어느새 골고루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계절별 꽃을 고루 심어놓아 사계절 내내 꽃동산인 서울 베네딕도 유치원(이하 베네딕도 유치원)은 아름다운 정경만큼이나 아름다운 급식을 하고 있다. 농민과 생명을 살리는 유기농 식품으로 이루어진 건강한 급식이다.

◆ 영양소가 골고루 포함된 육·해·공 식단

베네딕도 유치원 급식은 국내산 유기농 식재료로 만든 전통식품 위주다. 특히 된장과 김치는 직접 담근다. 유기농 급식을 표방하지만, 채소에만 편중하지 않는다. 매일 고른 영양섭취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다양한 식재료로 구성한다. 베네딕도 유치원의 식단은‘육·해·공 식단’이다. 채소, 해산물, 육류가 매일 고루 들어간다.

문명섭 영양사는 “다양한 영양소가 잘 포함되는 것을 가장 신경 쓴다”며, “좋은 고기를 먹어야 아이들이 건강하기 때문에 한우만 사용한다”고 했다. 특별히 3월 둘째 주 식단에는 ‘김구이’가 매일 들어간다. 새로 입학한 아이들의 적응 기간이기 때문이다. 유기농 식단에 길들여져 있지 않은 아이들은 처음에는 급식 먹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아이들이 모두 잘 먹는 ‘김구이’로 급식에 대한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3~4월 동안 급식 적응 기간을 갖고, 5~6월부터 다양하게 메뉴를 짜 편식을 없앤다. 일부 어른들도 가리는 취나물이 나올 정도.

처음에는 취나물의 강한 향취 때문에 아이들이 조금 씹다 뱉어버렸다고 한다. 황미란 원장은 “씹다 뱉어도 혀에는 그 맛에 대한 기억이 남기 때문에 나중에는 그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장기전으로 아이들의 입맛을 조금씩 바꿔 놓는 전략인 것이다. 입학한 지 3년째가 되면 아이들은 남은 반찬에 밥을 비벼먹을 정도로 밥을 잘 먹게 된다고 한다. 푸른하늘반 김영운 군(6세)은 처음에는 밥을 먹기만 하면 뱉어내고 ‘왝왝’거렸다고 한다. 밥 때문에 유치원안 다닌다고까지 했었는데, 지금은 너무나 밥을 잘 먹고 있단다.

◆ 우는 아이에게 유기농 요구르트 한 숟갈~

베네딕도 유치원은 간식에도 모두 국내산 유기농 식품을 쓴다. 미원, 다시다 등 인공 조미료를 넣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가공식품의 경우도 무첨가물 제품만 사용한다. 유통기한이 짧아 식재료는 일주일 단위로 주문한다. 황 원장과 함께 11년간 근무해온 김은숙 주임 교사는 유치원 교사를 하며,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 김 주임 교사는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유기농 식품을 먹어서 지금도 건강하다”며, “아이가 사탕이나 과자를 잘 안 먹고 돌 때부터 밥을 한 공기씩 먹을 정도로 밥을 잘 먹는다”고 했다.

이렇게 유기농 급식은 아이부터 교사까지 모두 건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간식도 유기농 요구르트, 식혜, 두부과자 등 건강한 먹을거리다. 특히 유기농으로 만든 ‘떠먹는 요구르트’는 아이들에게 아주 인기다. 처음 유치원에 와서 엄마만 찾으며 울던 아이도 이 요구르트를 한 숟갈 떠먹이면 울음을 뚝 그친다고 한다. 유기농이라 꽤 비싸지만, 황 원장의 유기농 급식에 대한 원칙은 변함이 없다.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은 학부모들이 자원 봉사를 오는 날이다.

이날 학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며, 내 아이가 무엇을 먹는지 확인할 수 있어 더욱 신뢰감을 쌓을 수 있다. 어떤 분은 매일 오고 싶다고 할 정도란다. 황 원장은 “밥을 먹으러 오는 사람은 언제든지 환영이라며, 한 솥 정도의 밥을 늘 넉넉히 준비해둔다”고 했다. 가톨릭의 베풂과 사랑의 정신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농민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된 유기농 급식 사랑

베네딕도 유치원은 설립 때부터 유기농 급식을 고수해왔다. 이렇게 가톨릭 재단의 교육기관에 유기농 급식이 시작된 것은 농민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한국천주교회가 중심이 되어 시작한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우루과이 라운드(UR) 협상타결로 어려움에 처한 농촌을 살리기 위한 실천적 대안운동이었다. 생명의 먹을거리 생산과 나눔으로 사람과 자연, 밥상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이러한 운동은 1996년 유기농산물 거래장터인 ‘우리농’을 결성해 더욱 빛을 발했다. 특히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부 유기농 급식이면 좋겠다’는 조대현 (사)천주교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 본부장의 생각으로 가톨릭 재단의 교육기관에도 퍼져나갔다. 황 원장의 말에 의하면 현재 가톨릭재단의 교육기관이 대부분 유기농 급식을 하고 있다고한다. 한국 천주교는 ‘농업은 인간과 자연이 협력해 하느님창조사업에 가장 친숙하게 동참하는 생명산업’이라며 유기농 급식에 앞장서고 있다.

인/터/뷰 황미란 원장(황 로즈마리 수녀)

“이곳 출신 아이들은 집중력도 강하고 대인관계도 좋은데, 어떻게 교육시킨 것인가.”서울 베네딕도 유치원은 늘 주변 학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 유명한 교육장소다.황 원장은 교육의 비법을 유기농 급식과 몬테소리 교육으로 꼽았다.

황 원장은 “유기농 급식을 먹은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집중력이 좋고, 대인관계가 좋아 다른 사람들과 평화롭게 지낸다”고 했다. 아이들이 안정된 심리상태에서 교육받을 경우 리더십이 잘 길러진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유기농 식품을 먹은 아이들은 인스턴트식품을 먹고 자란 아이들과 확실히 다르단다. 여기다 교구가 잘 갖춰진 몬테소리 교육으로 아이들의 창의력을 길러주니, 아이들이 ‘특별할’ 수밖에 없다.황 원장은 “어린 시절 무공해 신토불이 식품을 먹으며 자라서 지금의 강한 정신력과 건강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유기농식품으로 몸의 세포를 건강하게 단련시켜 놓으면 나이 들어서도 걱정이 없다”며, 영·유아 때부터 유기농 급식이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어릴 때 먹은 음식은 나이가 들어서 계속 찾게 되기 때문에 어린 시절의 바른 식습관 형성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글_이제남 기자 ljn@fsnews.co.kr 사진_허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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