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급식 내가 만들어 먹죠” - 구리시 덕현유치원
“친환경 급식 내가 만들어 먹죠” - 구리시 덕현유치원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9.05.07 11: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병아리들의 행복 테이블

정은경 영양사 겸 원장이 직접 친환경 유기농 급식을 하는 덕현유치원에서는 원생들이 직접 텃밭을 가꿔 계절에 맞는 농산물을 길러 먹는다.추운 겨울이 끝나고 텃밭 가꾸기가 시작되는 4월, 따뜻한 햇살 아래 아이들과 함께하는 감자심기 학습현장에 찾아가봤다.

“구멍 두개 당 한명 씩 앉으세요. 나눠준 감자는 재를 묻힌 면이 아래로 가게 해서 구멍당 한 개 씩 넣으세요. 자~ 감자를 다 넣었으면 흙으로 톡톡 이불을 덮어주세요.”추봉희 풀잎반 교사의 설명이 끝나자 6세 풀잎반 아이들이 양손에 감자를 집어 든다. 밭에 파인 구멍 안에 조심스레 감자를 넣고 흙을 덮는다. 흙을 두드리는 아이들의 손길이 흙장난하는 듯 마냥 즐겁다. 한쪽에서는 정은경 원장이 감자 심을 밭을 직접 고르고 있다. 이어 새로 갈은 밭이랑에 아이들이 구멍을 파고 감자를 심는다. 다 심은 후 물뿌리개로 물을 주면 감자심기가 끝난다.

◆ 텃밭 가꾸기로 체험학습

지난 4월 9일은 덕현유치원에서 텃밭 가꾸기를 시작하는 날이었다. 덕현유치원 원생들은 매주 텃밭에 가서 체험학습을 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일하고 먹는 교육프로그램이다. 5~6세 반과 7세 반으로 나눠 각각 주1회 텃밭을 가꾼다. 계절별로 배추, 무, 상추, 고추 등 각종 작물을 재배해 먹는다. 여름에는 직접 기른 상추에 돼지불고기를 싸 먹게 하면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고 한다. 봄에 제일 먼저 심는 것은 감자다. 씨감자는 아이들이 직접 만든 다 .아이 들은 감자의 반을 갈라 종이를 태워 만든 재를 묻힌다. ‘감자 씨는 묵은 감자를 칼로 썰어 심는다.

토막토막 자른 자리 재를 묻혀 심는다’라는 ‘씨감자’ 노래 가사에 맞춰 그대로 감자심기가 진행된다. 재를 묻히는 이유는 소독을 하기 위해서다. 감자의 자른 단면에 재를 묻히면 벌레들이 갉아먹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씨감자를 준비한 후,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텃밭에 심는다. 2주만 지나면 새싹이 나오고 두 달 뒤면 감자를 캘 수 있다. 캔 감자는 쪄 먹거나 샌드위치 등 간식으로 먹고, 일부는 원생들이 집에 가져간다. 작년에는 원생 1명당 30개씩 집에 가져갈 수 있을 정도로 수확량이 많았다고 한다. 원생수는 약 120명이다. 덕현유치원은 ‘잃어버린 자연과 아이다움, 놀이를 찾는 것’을 목표로 이렇게 자연체험학습을 한다.

◆ 땅·생산자·소비자 살리는 친환경급식

감자심기가 끝난 후 즐거운 점심시간이 시작됐다. 유기농산물로 만든 친환경급식이다. 정은경 원장은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의 초창기 멤버로 친환경급식에 관심이 많다. 정 원장은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가 되는 것이다”며 “항생제가 많이 들어간 식품을 먹으면 내 몸도 항생제 덩어리가 된다”라고 친환경급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래서 덕현유치원 원생들은 국내산 무항생제 축산물과 국내산 유기농 쌀을 먹는다. 유기농 쌀은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한 농가에서 공급받는다고 한다. 우렁이와 오리농법으로 키운 무농약 쌀이다.

식단은 생태유아공동체 표준식단을 참고해 영양사 자격증을 보유한 정 원장이 직접 짠다. 산성화된 몸을 중화시키기 위해 주1회 미역국을 꼭 넣는다. 매주 금요일은 오징어덮밥, 카레라이스 등 일품요리로 메뉴를 짠다. 처음에는 학부모들의 거부반응도 있었다고 한다. 주로 육류와 햄이 부족하다는 불만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려면 식단에 곡물과 채소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을 상담을 통해 이해시켰다.

지금은 학부모들이 친환경급식을 오히려 더 좋아한다고 한다. 풀잎반 정우혁 군(6)은 “저는 고비나물, 양파까지 다 잘 먹어서 우리 반에서 힘이 제일 세요”라며 싹싹 비운 식판을 보여줬다.이날 메뉴는 차조밥, 호박감자국, 유정란김말이, 고비나물, 깍두기였다.한 편 생일잔치는 백설기나 시루떡과 같은 전통 떡으로 간소하게 치른다. 수입 밀가루가 들어간 케이크는 절대 먹이지 않는다. 가끔 학부모들이 수수팥떡을 해오기도 한다.

이렇게 떡을 먹으면 아이들이 밀보다 쌀을 더 좋아하게 된다. 어쩌다 학부모들이 바나나, 오렌지 등을 사오는데 이는 원내 반입금지다. 수입 농산물을 절대 먹이지 않고 오로지 국내 농산물만 먹인다. 과자, 아이스크림 등의 가공식품도 마찬가지다.정 원장은 “친환경농산물 소비는 땅도 살리고 생산자도 살린다”며 친환경급식을 고집하고 있다.

◆ 지렁이 상자로 잔반 줄이기

덕현유치원 원생들은 좀처럼 밥을 남기지 않는다. 이날 급식현장에서도 반마다 깨끗이 비운 식판들을 볼 수 있었다. 이는 다양한 체험학습을 통해 음식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자연스레 길러졌기 때문이다 .매년 6월이면 덕현유치원 원생들은 쌀 생산지에 직접 가서 논에 우렁이와 오리를 넣어주는 체험학습을 한다. 가을 추수기에는 벼 베기도 직접하고 탈곡기로 탈곡도 해본다.

이렇게 쌀이 생산되는 과정을 직접 보고 체험하면 아이들이 음식에 대한애정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생산지에서 농부 아저씨가 땀 흘려 일하는 모습을 보면 밥을 잘 안 남기게 된다. 햇볕에 검게 그을린 농부 아저씨의 얼굴을 보면서 밥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자연스레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덕현유치원에는 잔반이 거의 없다.가끔 나오는 잔반은 지렁이 밥으로 준다. 각 반마다 지렁이가 담긴 ‘지렁이 상자’가 있다.

흙 속에 음식물쓰레기를 묻어두면 지렁이가 먹어 깨끗이 분해된다.또한 지렁이 분뇨로 기름져진 흙을 화단에 섞어주면 화초가 잘 자란다. 이러다 보니, 아이들이 지렁이와 같은 생명체도 친밀감을 느끼고 좋아한다. 심지어 7세 바다반 아이들은 손에 지렁이를 올려놓고 귀여워할 정도다. 아이들이 직접 가꾼 ‘지렁이상자’의 화초는 덕현유치원생들처럼 푸르고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글_이제남 기자 ljn@fsnews.co.kr 사진_이구희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