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하는 요리는 ‘산교육’
아이들과 함께 하는 요리는 ‘산교육’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9.10.1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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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식품 ‘NO’ 수수팥떡·완두콩죽 등 건강식만 고집전통식 생일상 차리는 ‘부천근로복지공단어린이집’

부천근로복지공단어린이집은 매월 아이들이 생일상을 직접 차린다.수수팥떡, 부침개 등 전통식으로 차린 생일상은 아이들에게 훌륭한 식문화교육이 되고 있다. 또 완두콩 까기 등 요리활동과 연계해 영양사가 만든 건강한 급식은 아이들의 편식을 잡아준다. ‘요리는 최고의 교육’이라는 지론을 가진 박복매 원장이 운영하는 부천근로복지공단 어린이집에 가봤다.

지난 8월 20일 부천근로복지공단 어린이집(이하 부천어린이집)에서 푸짐한 생일잔치가 벌어졌다. 이곳은 매월 생일을 맞은 아이들에게 전통음식으로 차린 생일상으로 축하해 준다. 아이들이 음식을 직접 만들기 때문에 아침부터 잔칫날 분위기다. 만5세 달맞이꽃반에서 ‘치지직’ 부침개 부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만4세반은 과일꽂이, 만3세반은 과일샐러드, 만2세반은 샌드위치 등 반별로 생일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생일상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수수팥떡이다. 예부터 우리조상들은 무병장수하라는 의미로 10살이 될 때까지 생일마다 수수팥떡을 해 먹였다. 부천어린이집도 생일잔치 날, 아이들이 직접 수수팥떡을 만든다.

박성혜 영양사는 “아이들이 팥밥은잘 안 먹지만 팥떡은 잘 먹는다”며 “생일날 수수팥떡을 직접 만들어 먹어보면 나중에는 자연스레 팥밥까지 좋아하게 된다”고편식 교정 효과에 대해 전했다. 수수경단을 빚던 양지꽃반의 송유진 양은(6세) “우리 손 봐요. 가루가 묻어서 귀신 손이 됐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변지은 양(6세)은 “우리가 동글동글 굴려서 수수팥떡을 만들어요. 이렇게 떡에 예쁜 옷 입히면 돼요”라며 경단을 팥고물에 굴려 보였다. 점심때가 다 돼서 모든 요리준비가 끝났다. 각 반에서 준비한 음식 외에 조리사가 만든 잡채, 식혜, 미역국 등이 더해져 한상 가득 차려졌다. 이날 부천어린이집은 반별로 생일을 축하하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생일 음식은 오후 간식으로 제공됐다.

◆ 바르게 먹어야 바르게 자란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운영하는 부천근로복지공단 어린이집은공공직장보육시설이다. 주로 맞벌이 가정의 자녀를 대상으로 한다. 현재 169명의 원아들이 다니고 있다. 맞벌이 가정이 많아 대부분의 아이들이 아침을 못 먹고 온다. 때문에 오전 간식은 단호박죽, 완두콩죽, 흑임자죽 등 건강죽을 제공한다.
유기농 당근·오이 등 싱싱한 채소스틱도 함께 곁들인다. 자유간식도 있다. 씹는 기능을 발달시켜주고 뼈가 튼튼해지는 콩, 멸치, 땅콩을 수시로 먹는다. 만 1세 유아들도 잘 먹을 정도로 아이들이 좋아하고 학부모들이 직접 유기농으로 준비해준다고 한다. 간식을 먹을 때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교사들이 항상 지도한다.
부천어린이집은 인스턴트식품은 사용하지 않고 모든 음식을직접 조리한다. 오후 간식도 찐감자, 찐옥수수, 단호박찜 등 자연식이다. 점심 급식에는 매번 과일이 나온다.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강요하기보다 과일로 부족한 영양을 채우기 위해서란다.
박복매 원장은 “식성도 개성”이라며 “성장발달단계에있는 아이들에게 급식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일한 지 6년이 넘은 박성혜 영양사는 “어린아이들이라 할 수 있는 메뉴가 한정돼 있지만 고정적인 식단보다 다양하게 시도한다”며 “의외로 아이들은 청국장, 호박잎쌈, 양배추쌈 종류도 잘 먹는다”고 밝혔다.

편식 고쳐주는 요리활동

교육박복매 원장은 ‘요리는 최고의 교육’이라고 말한다. 샌드위치만들기도 수학, 언어, 과학이 들어있는 종합적 교육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부천어린이집에는 요리와 연계한 교육활동이 많다. 박 원장은 특히 세시풍속과 절기음식 등 자연 친화적인 프로그램을 중요시한다. 각 절기에 맞는 놀이와 음식을 즐기고제철 식재료로 요리활동을 한다. 이곳에 처음 부임해서 제일 먼저 바꾼 것도 생일상이었다.
이전에는 치킨, 케이크 등으로 생일잔치를 했는데, 박 원장이 오면서 수수팥떡 등 전통음식으로 바꿨다. 덕분에 아이들은 즐거운 요리활동과 함께 전통문화를 자연스레 알게 됐다고 한다. 여기에는 영양사의 역할도 컸다. 박성혜 영양사는 아이들과의 요리활동을 통해 수업을 한다. 다음날 식단이 완두콩밥인 경우, 전날 아이들과 ‘완두콩 까기’ 놀이 학습을 하는 식이다. 아이들은 완두콩 까는 것을 재미있어 하고, 다음날 밥 먹을 때 “우리가 어제 깐 거네”라며 잘 먹는다고 한다. 이렇게 놀이학습과 연계해 채소 섭취율을 높인다.
또 박 영양사는 “시금치를 갈아수제비를 만들면 아이들이 안 먹던 채소도 잘 먹는다”며 “아이들과 함께 수제비 반죽을 하면 더욱 잘 먹게 된다”고 비법을 살짝 일러줬다. 이곳에는 작은 텃밭도 있다. 수박, 참외, 감자, 고구마 등 다양한 작물이 자란다. 이를 수확하는 날에는 ‘감자데이’ 등 특별한 날을 만들어 아이들과 먹는다고 한다. 박복매 원장은 “해마다 작물을 바꿔 다양한 작물을 교육한다”며 “가을에는 목화를 키워 솜을 직접 따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부천어린이집 아이들은 다양한 형태의 자연친화적인 교육으로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글_ 이제남 기자 ljn@fsnews.co.kr 사진_ 이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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