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닮은 오정구청 어린이집
자연을 닮은 오정구청 어린이집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10.01.2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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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가꾼 텃밭과 노하우 담긴 텃밭일지가 성공 비결

“친환경급식으로 아토피 걱정 사라졌어요”
2004년 7월 개원한 오정구청 어린이집은 21명 정원의 작은 규모지만 내실있는 교육환경과 꾸준히 진행해 온 친환경급식으로 부천지역 내 인기어린이집으로 손꼽힌다. 특히 개원 이래 6년째 실시하고 있는 친환경급식 덕분인지 원아들의 아토피나편식 습관이 모두 사라졌다. 그 숨은 비결이 궁금해 직접 찾아가 보았다.

오정구청 어린이집은 공공기관 직장보육시설로 대부분의 직장보육시설이 그렇듯 맞벌이 부모들이 많아 아이들이 이른 아침 등원해 저녁 늦게까지 어린이집에서 생활한다. 이 때문에 어린이집 환경 및 식생활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소규모 어린이집의 경우 별도로 영양사를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식단에 대한 고민이 늘 뒤따른다.

초대원장으로 취임해 지금까지 오정구청 어린이집의 살림을 담당하고 있는 전경숙(40) 원장은 “내부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나 서울, 인천, 부천 등 인근 지역의 보육정보센터들을 활용, 영유아 건강에 중점을 둔 좋은 식단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전했다.

◆ 점심시간 통해 1:1 식생활 지도

전날 갑자기 내린 함박눈으로 영하권으로 뚝 떨어진 날씨와 학부모들의 연말휴가로 결석한 아이들이 많다. 평소에도 비교적 원아수가 적어 가족 같은 분위기였는데 오늘 점심시간은 유난히 더 가족 같다. 마치 친형제 자매처럼 둘러앉은 모습이 마냥 친근하게 느껴진다.오늘의 메뉴는 흑미밥, 쇠고기무국, 삼치강정, 감자조림, 김치다.
유한결(7)군은 삼치강정이 제일 맛있다며 금세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환하게 웃는다.아이들 인원이 작다보니 매 점심시간마다 담임교사들은 1:1 배식을 통해 식생활을 지도하고 있다.심재정(28) 교사는 “아이들에게 배식을 할 때 먼저 자유의사를 물어봄으로써 밥과 반찬, 국의 양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한다”며 “단 특정음식을 지나치게 기피하는 경우에는 식습관지도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서서히 개선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그래서일까? 식사를 마친 아이들의 식판을 보니 잔반량이 거의 제로에가깝다. 본인이 먹을 수 있다고 말한 양만큼은 책임지고 깨끗하게 먹는습관이 자연스레 자리 잡은 모습이다.

◆ 직접 가꾼 텃밭이 친환경급식 성공비결

한편 오정구청 어린이집이 친환경급식을 오랜 시간 성공적으로 이어올 수 있었던 데에는 구청 옆 작은 텃밭이 디딤돌 역할을 했다.구 청 건물 내에 어린이집이 존재하다보니 다른 어린이집처럼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실외놀이터가 따로 없었고 그것을 안타깝게 여긴 전 원장이 지역 어르신 소유의 텃밭을 임대, 아이들과 함께 계절별로 여러 농작물을 가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텃밭 옆에 흙산을 만들어 실외놀이터 역할을 겸하니 자연스레 흙놀이와 농사 둘 다 관심을 가지더라구요.”
그렇게 시작된 텃밭가꾸기가 올해로 벌써 5년차. 전 원장은 매일 손수 텃밭일지를 작성하며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텃밭일지를 보니 고생과 보람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도시에서 자라 본인 역시 한 번도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었기에 우선지역 어르신의 조언을 바탕으로 한약상에 찾아가 한약재 찌꺼기도 구해오고 참숯재도 가져다 뿌리면서 자연스럽게 병충해를 예방하고 지력을 높였다. 땅이 좋아지자 심는 농작물마다 수확하면 맛과 질이 좋아졌고 이를 이용해 만든 반찬들은 아이들의 입맛과 건강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덕분에 부식비도 절감하고 원아들의 아토피와 편식도 말끔히 사라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아이들이 직접 기른 배추를 수확해 지역복지관에 기증하기도 했으며 상추와 같은 야채들은 아이들 가정에도 자주 나눠준다.“아이들이 직접 기른 상추를 집에 들고 가면 부모님들이 뿌듯해 하시죠. 다음날이면 너무 잘 먹었다고 감사전화들이 오곤 합니다. 이런 나눔이 있어 텃밭가꾸기가 더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 전경숙 오정구청 어린이집 원장

“영유아 바른먹을거리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대책 절실”
전경숙 원장은 한국생태유아교육협회의 강의를 듣고 친환경급식의 중요성을 깨달았다.“영유아기는 아이들의 신체가 만들어지는 시기죠. 두뇌활동보다는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식을 교육하는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 이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게 올바른 교육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전 원장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친환경급식에 대한 인식변화라고 말했다. 정부와교사, 학부모 스스로가 생태먹을거리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친환경급식이 의미 있다는 것이다. 정부차원에서의 정책적 뒷받침 역시 절실하다고 전했다.
“각 지자체에서 친환경급식과 관련한 예산을 골고루 배분하여좀 더 많은 교육시설이 친환경급식의 수혜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초중고 학교도 중요하지만 영유아기가 식습관 형성에 가장 중요한 때이자 그 영향을 장기적으로 받기 때문에 학교이전 교육단계인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정책적 지원에서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이러한 생각을 학부모와 함께 공유하고 공감하기 위해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에 의뢰, 정기적으로 부모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학부모를 텃밭실습에도 초대, 동참기회를 더 늘리겠다는 목표다.

이지연 기자 ljy@fsnews.co.kr 사진_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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