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급식에 대한 단체급식 교관의 생각
군급식에 대한 단체급식 교관의 생각
  • 배상희 소령(육군종합군수학교 병참교육단)
  • 승인 2016.09.2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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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상희 소령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입교하는 조리병들로 종합군수학교 병참교육단의 단체급식 교관은 하루도 수업이 없는 날이 없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머리를 빡빡 깎은 (대부분)20대 초반의 조리병들이 똘망똘망한 얼굴로 호기심의 눈빛을 보낸다.

늘상 있는 특기병 수업이지만 항상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연명부를 본다. 연명부를 보니 대부분 1997년 1998년생. 그중에 1988, 1989년 등 30대가 눈에 간혹 띈다.

“왜 군대에 늦게 왔니?”라는 질문에 “저는 스위스에 있는 culinary school을 졸업하고 왔습니다”, “저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art culinary school을 졸업하고 왔습니다”

그 밖에도 호주, 일본, 태국, 필리핀 등 내놓으라는 세계 유명 조리학교를 졸업하느라 군 복무가 늦어진 경우가 많다. 이런 해외파뿐만 아니라 조리병들의 거의 대부분은 조리를 고등학교 때부터 특성화고에서 또는 학원을 다니면서 취미가 아닌 전문적으로 기초부터 배운 인원들이다.

이렇게 우수한 인원들로 모인 곳이다 보니 수업시간은 그야말로 고급 호텔 셰프들의 회의라고 봐도 과장이 아니다. 중식 맛내는 법, 지중해 음식 만드는 방법, 회 뜨는 방법, 피자빵 숙성법 등 그 분야는 넓고 기술 또한 남다르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군대 병영식당에서 필요한 것으로 대량 조리와 취사장 운영에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룬다.  

단체급식 교관으로 그들을 가르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이 있다. “이렇게 우수한 인재들이 군급식을 만들고 있는데 왜 아직도 군급식하면 맛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까?”

조리병들의 실력뿐 아니라 군에서 쓰는 식자재도 최상급으로만 계약을 하고 납품을 받는다.  어디 그뿐인가. 부식검수 시에는 여러 명이 분야별로 나눠 검수하고 설령 납품이 되어도 취사장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면 바로 교체하여 급식에 제공한다.

일반 음식점에서는 단가를 맞추기 위해 저가의 원료나 조미료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이는 군에서는 불가능한 시스템이 된지 오래이다.

그런데도 왜 군급식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일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군급식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선입견이 아닌가라는 결론을 조심스레 내려 본다.

국민이 바라보는 군급식은 옛날의 취사장을 생각하고 많이 낙후되었을 것이라는 의심을 할 수 있다. 또 방송매체를 통해서 보는 군급식을 생각한다면 그런 선입견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의 취사장은 HACCP을 적용한 위생은 기본, 부대별 환경개선을 통해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분위기로 조성되어 있다. 실제로 장병들의 하루 일과 중에 가장 즐거운 시간이 급식시간이다.

단체급식 교관으로 감히 말한다. 이제는 우리 조리병들의 능력과 우수한 식자재 도입 시스템을 잘 활용해 어떤 음식점보다 뛰어난 식탁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 각 취사장 별로 메뉴편성과 재료활용 방법 등에 대한 자율성을 주고 취사장을 운영하는 급양관계관들의 인센티브 부여를 제안해 본다. 

군의 조리병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최고의 쉐프들이다. 이들과 군급식 관련 담당자들의 인내와 수고 그리고 전문지식과 기술을 모두 녹여 만들어 내는 군급식은 앞으로도 우리나라 단체급식의 모범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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