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기·적성 교육과 함께 방학 중 무료급식 제공
특기·적성 교육과 함께 방학 중 무료급식 제공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9.02.2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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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자녀·일반아동 함께 참여해 수치심 느끼지 않도록 배려

 

서울특별시교육청(이하 교육청)이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보듬어주기 위해 방학 중 무료아동급식 지원에 직접 나섰다. 기존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방학급식은 저소득층 자녀만 따로 모아놓거나, 인근 식당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식권을 지급해 아이들의 수치심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때문에 교육청은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에 무료급식을 결합해 아이들이 수치심을느끼지 않도록 배려했다.

  지난 1월 초, 방학 중인데도 불구하고 돈암초등학교(이하 돈암초교) 급식실이 시끌벅적했다. 수십 명의 학생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며 맛있게 학교급식을 먹고 있었던 것. 아이들은 교육청이 마련한 ‘방과 후 학교창의력교실’(이하 방학교실)에 참여해 공부도 하고 무료급식도 먹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에서는 방학을 이용해 특기·적성 프로그램 중심의 방학 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보통 점심급식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맞벌이 가정의 자녀와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 등이 방학 때 점심을 해결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교육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겨울방학부터 학생들의 학력을 신장시키기 위한 교과학습, 체험학습, 특기·적성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학교실을 운영하고, 참여한 학생들이 희망할 경우 학교에서 급식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교육청이 마련한 이번 방학교실은 특히 저소득층 자녀와 일반 아동을 함께 참여시켜 무료급식지원 대상 여부가 드러나지 않게 했다. 민감한 아이들의 마음까지 고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육청은 저소득층 자녀의 교육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학교별 약 2,000만 원의 특별예산을 지원했다.

겨울방학 방학교실에는 30개교에 약 6,300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 신청을 했다. 교육청은 이 중 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 계층의 자녀는 물론 가정 형편이 어려워 점심을 거르는 어린이 2,500여 명에게 학교급식실을 이용해 무료급식을 제공했다. 또한 이 방학교실이 개설되지 못한 학교의 어린이들을 위해, 학교 상황에 따라 이웃학교 학생들까지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고 저소득층 자녀의 경우는 본교의 학생과 동일하게 모든 프로그램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방학 중 급식은 무료라고 해서 절대 허술하지 않다. 오히려 영양을 고려한 기본 4찬으로 늘렸다. 또한 손이 많이 가는 메뉴를 제공해 아이들의 입맛과 영양을 잡았다. 돈암초교의 학기 중 식수는 병설 유치원까지 포함해 약 2,100명이다. 워낙 식수가 많다 보니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엄두도 못 낸다.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무쌈말이’를 메뉴로 냈을 때, 아이들이 재료를 가져가 쌈을 싸 먹을 수 있도록 셀프 서비스로 제공했단다. 그러나 방학 중 급식은 130인분이라, 조리사들이 무쌈말이를 직접 말아줘 아이들이 더 잘 먹었다고 한다.

이승연 돈암초교 영양교사는 “방학 중 급식은 식수가 적어 손이 많이 가는 메뉴가 가능하고, 더욱 안전하고 영양이 풍부한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방학급식 메뉴로 치킨 토르티야, 손수제비, 수제탕수육을 제공해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일일이 부쳐야 해서 손이 많이 가는 해물파전, 오븐이 없어서 못했던 달걀찜도 시도했다고 한다. 이날 메뉴는 흑미밥, 감자수제비국, 자반고등어구이, 오이사과초무침, 김자반, 배추김치였다. 특히 감자수제비국은 일일이 손으로 뜬 손수제비였다.
 5학년 4반 김태구 군은 “방학 중 급식이 학기 급식보다 더 맛있고 메뉴도 다양하다”며 “특히 정성이 들어간 맛”라고 평가했다. 한편 방학급식은 식수가 적다는 점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돈암초교 방학급식의 식수는 약130명이지만 조리사는 2~3명이 필요하다. 적은 양을 조리해도 조리실은 다 활용되기 때문에 넓은 급식실을 청소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원이다. 이 영양교사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시도함으로써 인력의 효율화를 추구했다고 한다.
또한 방학 중에는 정부의 인건비 지원이 없어 조리사의 인건비가 급식비에 포함돼 급식비가 올라간다. 돈암초교는 병설 유치원의 기존 조리사 1명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인건비를 낮춰 한 끼당 3,000원으로 최소화했다. 시설적인 면에서도 2,000명분을 준비하던 조리시설을 130명분을 조리하는데 사용하니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영양교사는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서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더욱 확대돼야 하지만 세부적인 문제 발생은 각 학교의 특색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며, “이번에는 시범운영이라 적은 인원으로 운영됐지만 참여인원을 더 늘리거나 주변 학교와 묶어 방학급식을 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 전했다.

▲ 이승연 영양교사
“급식 먹고 즐거워하는 아이들 보면 보람돼요”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번에 시범적으로 운영된 ‘방학교실’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학교 영양교사의 입장에서는 방학기간 동안 쉬지 못하고 계속 근무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특히 방학기간은 연수를 통해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이승연 영양교사는 평소 방송교육에 관심이 많아, 이번 방학을 활용해 성북구에 위치한 ‘아리랑미디어센터’에서 ‘UCC동영상 콘텐츠 제작교육’ 연수를 받았다. 단순히 잔반을 남기지 말라고 말하는 것보다, 잔반 남기는 장면을 직접 촬영해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영상교육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 영양교사는 세련된 영상편집으로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해 ‘UCC 동영상 편집기술’을 배웠다고 한다. 그러나 이 교사는 연수기간이 ‘방학교실’과 겹쳐 고생이 많았다. 아침 검수를 끝내고 오전 10시까지 가서 수업을 들은 후, 점심시간에 다시 학교로 와서 배식 지도하는 방식으로 연수를 마쳤다. 차로 5분 거리라 가능했지만 사실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한다.
  이 영양교사는 “영양교사의 자기계발을 위해 한 학교에서 방학마다 방학교실을 실시하기는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다. 이 영양교사는 “하지만 급식을 먹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보람이 컸다”며 “아이들을 위해서 다른 학교에도 많이 보급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글_이제남 기자 ljn@fsnews.co.kr 사진_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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