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보다 좋은 식당’ 만드는 게 목표
‘청와대보다 좋은 식당’ 만드는 게 목표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9.04.21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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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들이 재배한 식재료로 가정식 메뉴 제공

국립한국농업대학 학생식당 안에는 작은 정원이 있다. 깊은 산속 계곡을 연상시키는 식당 입구 벽면 조경 때문에 줄을 서는 시간도 즐겁다.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한국농업대학 구내식당은 직영으로 운영되며, 졸업생들이 직접 생산한 식재료를 사용한다. 졸업생들이 키운 농산물을 먹으며 선후배간의 교감을 나누는 한농대 급식현장을 찾아가봤다.

지난달 24일 찾아간 한국농업대학(이하 한농대) 구내식당에는 갑작스레 찾아온 꽃샘추위와 상관없이 봄기운이 완연했다. 봄날 숲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학생식당 입구에 들어서면 기분이 상쾌해진다.김양식 학장은 평소 한농대 구내식당을 ‘청와대보다 좋은 식당’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그래서 식당 홀의 인테리어도 고급 레스토랑 못지않다. 은은한 갈색 커튼과 월넛 색상의 식탁은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각 식탁에는 한두 송이의 꽃이 꽂힌 꽃병이 놓여있다. 아름다운 꽃을 보자 봄향기가 물씬 느껴져 식욕이 돋았다. 웬 호사냐고 할 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화훼학과 7기 졸업생이 직접 재배한 꽃을 저렴하게 구입해 비치했기 때문이다. 졸업생의 영농활동을 장려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이곳의 식재료도 특별하다. 양념, 고춧가루, 천일염, 쌀, 육류 등 졸업생들이 직접 생산한 식재료를 사용한다. 누가 생산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식재료라 무엇보다 안전하다. 선배들의 땀방울이 깃든 농축산물은 후배들에게 감동으로 다가간다. 특히 쌀과 쇠고기는 졸업생들의 출자로 운영하는 영농조합법인 ‘농온’을 통해 공급받고 있다. 이외에도 학교 내 실습온실에서 직접 재배한 파프리카를 사용하는 등 모든 식재료가 안전하고 신선하다.
음식에 인공조미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새우, 다시마로 직접국물을 우려낸다. 가끔 인공조미료에 길들여진 학생들이 ‘밍밍하다’며 불평하지만, 점차 익숙해지면 오히려 더 좋아하게 된다고 한다. 2학년생은 국내외에서 10개월간 현장실습을 하고 오는데, 실습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학생들이 “식당 음식이 너무 그리웠다”고 할 정도다.
이날 메뉴는 잡곡밥, 모듬햄김치찌개, 고구마줄기갈치조림, 버섯시금치해물전, 깻잎겉절이, 김치였다. 특용작물학과 3학년 김지연 양은 “기숙사 학교라 하루 세 끼를 다 학교에서 먹지만, 맛이 있어서 질리지 않는다”며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 음식이 깔끔하고 국도 짜지 않아 맛있다”고 칭찬이 대단하다.

점심을 다 먹고 나니, 새로운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김현경영양사가 퇴식구를 지키며 학생들에게 잔반지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김 영양사가 잔반을 많이 남긴 학생에게 “음식쓰레기는 토양과 하천을 산성화합니다”고 하자, 다음부터 줄이겠다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자율배식을 하다 보니, 잔반량이 많아져 이렇게 영양사가 퇴식구에서 직접 지도하는 것이다. 일일이 지도하는 일이 귀찮기도 하겠지만 김 영양사는 환경이 살아야 사람이 살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든지도 모르고 일한단다.김 영양사는 “한농대는 매일 세 끼를 제공하는 기숙사 학교이기 때문에 가정식 위주로 메뉴를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방에서 온 학생들은 비교적 다양한 음식을 접하기 힘들기 때문에 새로운 메뉴를 낼 때는 각별히 신경을 쓴다. 김 영양사의 특화 메뉴는 ‘김치햄버거스테이크’다. 한창 식욕이 왕성한 학생들은 육식에 대한 욕구가 높다. 그러나 육류요리만 제공하면 학생들의 영양상태가 불균형질 수 있어 생각해낸 방법이 퓨전요리다. 직접 만든 김치소스를 뿌려 먹는 ‘김치햄버거스테이크’는 인기메뉴다.
이외에도 우리농산물을 많이 활용하기 위해 생감자를 직접 넣어 만든 ‘감자수프’, 특용작물과 학생들이 직접 재배한 버섯으로 만든 ‘버섯탕수육’ 등 다양한 요리를 제공한다. 학생 식비는 1,700원, 교직원은 2,000원으로 이용 금액도 파격적이다. 게다가 어머니 같은 조리사들은 학생들이 아프다고 하면 죽도 끓여주고, 미리 말하면 생일에 맞춰 미역국도 끓여준다고 한다. 한농대 학생식당은 들어가는 순간부터 나오는 순간까지 이용하는 사람들을 흐뭇하게 만드는 곳 임에 틀림없다.

글_이제남 기자 ljn@fsnews.co.kr 사진_ 이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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