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사協 “직무 권한 침해” 법령개정 중단 촉구
영양사協 “직무 권한 침해” 법령개정 중단 촉구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8.11.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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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수렴 없는 합의서 인정 못해”…교과부선 연내 입법예고 추진

학교영양(교)사와 학교조리사의 직무규정 문제가 또다시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8월 국회 토론회 이후 잠시 소강상태에 머물렀다가, 최근 ‘직무규정 조정 합의’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가 벌어지게 되면서 학교영양사회 회장은 책임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영양사단체들은 “충분한 논의 과정 없이 벌어진 합의는 무효”라며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고 교육과학기술부의 법령개정 추진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협의회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 지난 8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학교급식 종사자의 역할 정립,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 교과부는 “직무 관련 연구용역결과는 법령개정을 전제로 추진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으나현재는 이를 근거로 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사진은 지난 8월 20일 열린 국회 토론회 모습.


지난 9월 19일 오후 4시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학생 건강안전과에서는 학교영양사회 대표 2명과 학교조리사회 대표 2명, 교과부 학교급식 담당 공무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직무 규정안에 관한 업무협의회가 있었다. 그동안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던 문제를 풀어보기 위한 의견수렴 및 논의 차원에서의 모임이었다. 그런데 교과부는 5시간30분이라는 마라톤 회의를 진행하며 ‘직무규정 조정 합의서’라는 서류에 서명을 받았다. 그러나 대한영양사협회(이하 영양사협회) 측은 이 과정이 절차상의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주장이다.

 

 

 

영양사협회에 따르면 협의회 공문을 받은 9월 17일 김경주 회장이 교과부 학생건강안전과 박희근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회의의 성격’에 대해 문의했다고 한다.

박 과장은 학교급식 현 장의 얘기를 듣는 토론의 자리라며 합의가 아닌 학교 현장 사람 들과 1차적으로 이야기하는 협의회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라 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박 과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전에 회의의 성격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해 상이한 입장 차를 보였다. 그러나 양 단체에 보낸 참석 요청 공문을 보면 제 목부터 ‘업무협의회 참석요청’이라고 돼 있다. 내용도 ‘학교급식 종사자에 대한 직무규정안 관련 의견수렴 및 논의를 위하여 업 무협의회를 개최한다’고 적혀 있다.
협의 차원에서의 모임으로 알고 있던 영양사협회측은 ‘뒤통 수를 맞은 격’이라고 격분하고 있다. 고명애 영양사협회 정책국 장은 “협의는 말 그대로 양측이 모여 서로 논의하는 자리인데 공문엔 협의회라고 하고 회원들의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그 자리에서 합의서를 만들었다는 것은 절차상의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과장은 “회의를 하다 보면 사안에 따라 절충하고 합의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논의할 것은 다했고 쌍방 대표들의 서명을 한 사안이니 만큼 더 이상 이야 기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협의회는 오후 4시부터 5시간30분 동안 마라톤 회의로 진행됐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전 학교영양사회 조희자 회장 은 “대화가 되지 않아 몇 번이고 회의를 중단하고 나오려 했으나 교과부에서 협의 결렬의 책임을 영양사회에 묻겠다는 말에 장시간 논의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당시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학교조리사회를 대표해 회의에 참석한 이인자 한국조리사회 중앙회 부회장은 “온몸이 땀으로 젖을 정도로 회의장은 긴장감이 돌았지만 열띤 토론을 펼쳐 마지막 합의 과정에서는 서로 잘 해보자며 악수까지 했다”고 말했다.

협의회 후 영양사협회는 곧바로 이의를 제기했다. 영양사협 회는 ‘교과부의 학교급식법 시행령 졸속 개정 추진에 대한 공 동성명서’를 발표하며 개정안 추진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영양사협회는 성명서에서 “수십 년에 걸쳐 급식관리 전문인력 을 양성해온 전국대학(교) 식품영양(학)과의 존폐위기를 야기 하는 교과부의 학교급식법 시행령상 조리사 직무규정 신설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현행 학교급식법 시행령에 규정된 영양 교사의 고유 직무와 권한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법령 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인자 한국조리사회중앙회 부회장은 “이번 합의를 통해 조리사 측이 상당한 부분을 감수하면서 어렵게 합의한 사안인데 이를 번복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금까지 조리사가 해 오던 일을 법령에 규정하겠다는 게 왜 안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올해 안에 시행령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가 확고 하다. 박희근 과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직무규정 합의안을 만들 때 전제조건인 배경과 원칙을 바탕으로 초안을 작성했다”며 “쌍방이 합의를 해 이미 끝이 난 사안인 만큼 올해 안에 입법예고 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에서 이 법을 서둘러 처리하는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 렵다는 것이 영양사협회측의 주장이다.
지난 8월 토론회에서 박 과장은 “학교급식 종사자들의 역할에 대한 연구 용역 결과는 반 드시 법령 개정을 전제로 추진한 것이 아니다”라며 “사회적 합 의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다면 직무규정을 두는 것에 대해 검토 할 수 있다”고 공표한 바 있다. 그러나 돌연 입장을 바꿔 “충분히 논의했기 때문에 입법예고하겠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묻 자 박 과장은 “원산지표시제, 양벌규정등 올해 안에 입법예고할 법안들과 함께 이 내용(직무규정)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학교영양사대표는 “직무규정은 민생과 직접적인 관련 이 없고 시급을 다투는 것도 아닌데 충분한 협의 과정 없이 시 행령 개정할 때 끼워 넣기 식으로 처리하려는 모습은 중앙정 부의 책임 있는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교과부에서 학교급식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법 추진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지 취재결과 교과부 법무담당관이나 법제처 교육담당 법제관은 현재 추진 중인 개정안에 대해 ‘금시초문’이라고 답했다. 정의 방법제처 교육담당 법제관은 “법을 개정할 때 민원에 의해 좌 지우지되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양 단체가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쉽게 입법이 추진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에서는 “일단 입법예고를 통해 개정을 추진한 뒤 20 여일 동안 공개적으로 의견을 수렴해 내년 3월부터 적용될 수 있도록 처리하겠다”며 “이의 제기는 이 기간에 받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명애 정책국장은 “만약 시행령이 만들어져 현 장에 적용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대다수의 영양사와 조리사 와의 마찰은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직무규정 합의안 살펴보니… 조리작업 계획 해석 싸고 첨예 대립 지난 9월 19일 학교영양사회와 학교조리사회가 합의한 직무규정을 살펴보면 기존 학교급식법 시행령에 규정돼 있는 제8조 영양교사의 직무에 관한 부분 중 두번째 항목인 ‘작업관리’라는 부분이 빠져 있다. 이 부분이 신설되는 조리사의 직무 중 첫 번째 항목인 ‘식 단에 따른 조리작업 계획’이라는 내용으로 옮겨져 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조리사회는 “지금까지 조리사들이 하던 일을 직무에 넣는 건데 무슨 문제가 되나”라고 주장하고 영양사회는 “기존 시행령에 영양(교)사의 직무로 돼 있고, 또한 이와 관련해 업무를 보고 있는데 무엇 때문에 조리사의 직무에 넣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합의안을 낸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이 항목에 대해 “조리 작업 계획은 식단에 의한 맛내기 작업계획일 뿐”이라고 해석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그렇게 보고 있지 않다. 작업 계획은 식단을 작성할 때 이미 그 계획까지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별도로 조리사가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손정숙 대한영양사협회 사무총장은 “영양(교)사가 식단을 짤 때 조리를 포함한 급식에 대한 전반적인 면을 고려해 계획을 수립하는 것인데 이를 이원화시키면 현장에선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인자 학교조리사회 명예회장은 “집에서 음식을 할 때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계획을 짜는데 조리를 하는 조리사가 급식에 조리작업 계획을 하는 것이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서로의 주장들을 떠나 직무규정 합의서 항목에 대해 살펴보면 몇 가지 대두되는 문제점들이 있다. 먼저 막대한 교 육예산 소요가 불가피하다. 작업 계획을 하려면 독립된 사 무공간과 컴퓨터 등 사무집기가 필요하고 그에 따른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 학교의 모든 행정업무는 ‘교육행정정보 시스템(NEIS)’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조리사에 대한 직무가 규정될 경우 이에 대한 교육 예산도 요구된다.

조리사가 시행령에 명시돼 있는 직무 수행을 하기 위해선 급식 조리를 하지 못하게 되고 급식소 내 조리 인원에 대 한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현재 학교급식소에서 일하는 추가 조리원 인건비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학부모가 부담하고 있다.
조리원 충원시 인건비 지출로 인해 급식비 상승이 불가피해지며 이에 대한 경제적 부담은 고스란히 학 부모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또한 1만1,106개소나 되는 학 교급식소에 정규직 조리사는 3,502명으로 비정규직(5,596 명)보다 월등히 적다. 만약 직무 규정을 근거로 비정규직 조리사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한다면 이에 대한 막대한 예산은 정부에서 감당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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