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먹을거리·농가소득 증대 ‘일석이조’
안전 먹을거리·농가소득 증대 ‘일석이조’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8.12.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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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 이동거리·유통마진 줄여 생산자 소비자 모두 ‘WIN-WIN’

저녁식사 준비를 위해 할인마트를 찾은 주부 박은혜(33) 씨. 아이들이 좋아하는 오징어볶음과 남편이 즐겨 먹는 임연수어 구이를 하기 위해 수산물 코너를 들렀다. 생물은 없고 칠레산 냉동 오징어뿐이다. 10마리가 한 묶음인 임연수어도 러시아산 뿐이다. 과일 코너의 오렌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산이고 바나나는 태국산이다.

“마트에서 사는 물건 대부분 수입산 아닌가요? 수입 식품에 문제가 많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사는거죠. 이젠 수입이 아닌 것을 찾기가 어려우니까요. 조금씩 위기감이 들긴 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2007년 한 해 농산물과 가공식 품의 수입량은 20만4,408건, 무게로는 1,138만2,037톤이나 된다. 우리나라의 식탁도 글로벌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글로벌화된 식품의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는 요즘 새로운 식문화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푸드마일리지(Food Mileage) 운동’이다. 식재료의 총 이동 거리를 나타내는 푸드마 일리지는 거리가 짧은 식품을 먹자는 소비자운동으로 일본에 서 처음 시작됐다.
‘푸드마일리지’가 긴 장거리 운송 식품의 문제는 운송과정에서 엄청난 화석연료의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데 있다. 예를 들 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재배된 오렌지를 워싱턴의 소비자에 게 판매하려면 5,000km를 운송해야 한다. 이 경우 우리 몸에 서 에너지로 바뀌는 것보다 36배나 더 많은 화석 에너지를 소 비해야 한다. 만약 이 오렌지를 한국으로 수출한다고 하면 100 배 이상의 화석연료를 소모해야 하는 비효율적 에너지 소비를 발생시킨다. 또한 식품의 장거리 운송은 소비자 건강 면에서도 부정적이다. 거리가 멀면 멀수록 식품의 변질을 우려해 방부제 와 농약처리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또한 냉장보관이나 기타 처리의 경우에도 비용 및 에너지를 추가적으로 소모해야 한다. 이같이 글로벌 식재료의 ‘푸드마일리지’를 줄이고 우리의 농업 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로컬푸드(Local Food) 운동’이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먹을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새로운 소비문화다.

 1990년대 이후 농업 시장이 개방되면서 주식인 쌀을 제외 하고 식량자급률이 5% 이하로 밑돌고 있는 요즘 ‘로컬푸드 운 동’이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에너지 낭비를 막고 환경오염을 줄이며, 가장 친환경적이고 싱싱한 농산물을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식품의 안전과 가족의 건강을 지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통업자와 기업들이 취했던 수익을 농민과 소비자에게 돌려줄 수 있다는점도 로컬푸드의 장점이다.
김종덕 로컬푸드연구회 회장(경남대 문과대학장)은 “로컬푸드는 지리적 개념외에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도 중요하다”며 “농산물이 가까운 곳에서 생산됐다 하더라도 생산자가 누군지 모른다면 이미 로컬푸드 정신에서 멀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신뢰하는 관계 속에서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이 로컬푸드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런 로컬푸드 바람이 이제 국내 ‘단체급식’에도 불기 시작했다. 학교급식을 통한 로컬푸드 운동은 지자체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전국 최초로 학교급식 시설을 완비하고 직영 급식을 시작한 제주특별자치도는 2003년 제주시 아라중학교에서 ‘친환경유 기농급식준비위원회’가 결성되어 전국 최초로 친환경급식을 하게 됐다. 제주도의 친환경급식은 어려운 제주의 농업에 새로운 희망을 안겨줬다. 판로가 없어 섣불리 친환경농업에 손을 대지 못하던 농민들에게 친환경급식은 새로운 시장이 되고 있다. 이한권 제주특별자치도 친환경농업과장은 “학교급식에 지역 농산물을 공급하는 것은 친환경 농업의 육성은 물론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고품질 농산물의 소비확대를 도모하고 농업인들의 소득증대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광역시도 로컬푸드를 이용한 친환경 농산물 학교급식 공급을 실현하고 있다. 2004년 3억5,000만 원으로 시작된 친환경 농산물 급식 지원예산은 2005년 약 23억원 규모로 확대 됐다. 인천에서는 총 463개 학교 중 78%인 359개 학교에서 친환경농산물 급식을 한다.
전라남도 나주시는 친환경 급식 지원규모가 전국 최고다. 초등학생 중식 한끼당 648원으로 전남의 타 시군보다 많다. 고등 학교는 740원이나 된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나주시가 소요 예산의 10%를 추가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지원으 로 농가들은 학교급식이라는 안정된 판로가 개척되고 아이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안전한 급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이밖 에도 나주시는 지자체의 쌀 지원을 통해 일선 초등학교는 지역에서 생산된 5만5,000원짜리 친환경 쌀 20㎏ 1포대를 2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강원도 원주시도 로컬푸드 운동의 확산을 위해 상지대학교를 비롯한 원주시·협동조합공동체·연구기관 등이 연합해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을 지역 내에서 소비하는 지역 농식품 직거래 시스템을 가동해 농가소득을 높이고 있다. 충청 남도 천안시는 지자체로는 최초로 일본의 지산지소 운동을 본 뜬 로컬푸드 운동을 추진 중이다.
로컬푸드를 학교급식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선 학교급 식법에 명시돼 있는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이 급선무다. 대부 분의 지자체가 이와 관련한 조례를 제·개정했고, 현재 건립에 들어간 곳도 있지만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성신상 농림수산식 품부 친환경농업팀 기술서기관은 “급식은 우리 농산물의 안정 적인 대량 소비처로 주목받고 있어 정부도 이에 대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며 “우수한 우리 농산물이 우선 학교급식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식재료 공급센터 설치와 함께 우수농산물 생 산·유통 정보제공 등 간접지원 방안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TIP 로컬푸드의 장점

 ▶생산자(농가)
   •유통단계 줄어들어 농가소득 증대
   •소비량 예측 가능해 계약주문 등 생산 안정화
   •지속적인 판매로 저장비용 등 농가의 생산비 절감
▶소비자(단체급식소)
   •저렴한 가격에 안전한 먹을거리 섭취
   •생산지 견학 등을 통한 생산자와의 신뢰 회복
▶지역사회(지자체)
   •지역 농가의 소득 증대로 경제 활성화
   •지역 특성에 맞는 영농으로 농업의 발전

   •소비자의 욕구가 반영된 영농 가능

 가상으로 꾸며본 단체급식 ‘푸드마일리지’

단체급식의 푸드마일리지는 얼마나 될까요? 단체급식소에서는 급식 단가를 맞추기 위해 비교적 값이 저렴한 수입산 식재료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학교급식의 경우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거의 국내산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지만 수입산 식재료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어요. 음식에 사용되는 주재료뿐만 아니라 가공식품,소스류, 양념류 등 다양한 곳에 수입산 식재료가 사용되기때문이죠.가상으로 꾸며본 단체급식의 식판이지만 그림에서 알 수있듯 수입산 식재료들과 국내산 식재료의 푸드마일리지는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국내산 식재료가 비싸 보이지만 넓은 의미에서 보면 오히려 수입산 식재료보다 비용이 적게 듭니다. 예를 들어 국내산(로컬푸드)일 경우 푸드마일리지가 짧아 운송비와 농약사용비 등이 적게 들고 운송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적어 환경비용도 함께 줄어듭니다. 반면 수입산은 에너지 소모나 환경비용면에서 훨씬 많아지겠죠.

로컬푸드는 반경 400km 이내에서 생산된 것으로 1일 배송이 가능해야 합니다. 이러한 로컬푸드는 몇 천 km를 날아오는 수입산과 달리 운송 거리가 짧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현저히 적답니다.단지 로컬푸드를 먹는 것만으로도 지구온난화의 주범인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환경운동까지 가능한 것이지요.물론 우리나라는 400km라는 거리적인 의미에서 로컬푸드를 적용한다면 크게 문제될 게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농축산물의 유통구조를 살펴보면 로컬푸드의 적용은 좀 달리 해야 할 듯싶네요.

사진에 나와 있는 ‘시금치무침’을 예로 들어보죠. 시금치무침에 사용된 경남 남해산 시금치는 391km를 달려 서울가락동농산물시장으로 올라오면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시금치와 함께 경매에 붙여지게 됩니다. 값을 매기기 위해서죠. 그렇게 하루를 머문 뒤 다시 강원도 강릉으로 이동했다면 또다시 220km를 달려가야 합니다. 또 하루가 지나가는것이죠. 총 611km를 이동하게 됩니다. 때문에 우리나라의로컬푸드는 거리 의미보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식재료는 그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합니다.이런 의미를 이해하고 오늘 식판을 한번 확인해보세요.추적 가능한 식재료의 푸드마일리지를 계산하다 보면 급식을 먹는 이들에게 좀 더 안전하고 건강한 식단을 제공할 수있지 않을까요?

글_이제남 기자 2jenam@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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