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은 헌법상 의무교육의 실현”
“무상급식은 헌법상 의무교육의 실현”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9.05.1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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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nterview - 국내 첫 무상급식 실시 권정호 경남교육감

우리나라 16개 시도교육청 중 가장 먼저 무상급식을 실시한 곳은 경상남도교육청이다. 과천시나 성남시와 같이 지자체에서 개별적으로 예산을 지원해 무상급식을 실시한 곳도 있었지만 이렇게 도교육청 차원에서 진행한 경우는 처음이다. 그 중심에 권정호 경상남도교육감(사진)이 있다. 누구도 감히 성공을 예상하지 못할 만큼 어려운 사업이었지만 권 교육감의 과감한 추진력으로 사업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선거 공약 중 하나였던 의무교육기관 무상급식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 권 교육감을 만났다.

경남교육청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평소 학교급식에 대한 소신과 철학은 무엇인가?

학교급식을 단순히 배고픈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밥을 주는 개념에서 무상급식을 실시한 것은 아니다. 무상급식 추진은 헌법에 명시된 의무교육 실현을 주도하기 위한 공약이다. 동시에 학생의 건강을 위한 공약이다. 아토피질환, 소아비만 등이 급증하고 있어 학교급식에서나마 제대로 된 우리의 전통음식을 먹여 식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건강을 되찾아주고자 시작한 것이다.

학교 무상급식 사업은 어느 정도 진행됐나?

사업 초기인 지난해에는 초등학교 40%를 목표로 624억 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올해는 초등학교 100%, 중학교40%를 목표로 우리 교육청에서 852억 원, 지자체에서 286억 원을 지원해 추진하고 있다. 지원액이 총 1,138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배 가량 늘었다. 이는 2007년 대비 학부모가 부담하던 급식비가 초·중학교 평균 약 62% 경감된 액수다. 내년에는 초·중학교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무상급식에 대한 학부모나 학생들의 반응은?

초기엔 무상급식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어려움이 많았다.본질을 간과하고 무상급식 예산에만 초점을 맞춘 찬반여론에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고 싶어 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담아 추진한 결과, 지금은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상당히 좋아한다.

무상급식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재원 마련이다.재원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내부적으로 예산 규모를 분석하고 전시성 행정이나 교육의 본질과 다른 사업에 대해서는 예산을 과감하게 삭감 또는 축소했다. 그리고 지자체의 예산 확보는 지자체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장·군수를 찾아 다녔다. 학생들, 도민과 한 약속인데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놀라운 일은 초·중학교에만 무상급식을 한다고 했는데 합천군, 하동군, 남해군, 의령군의 군수들은 고등학교까지 급식비를 지원하고 있다.

재원 마련 이외 무상급식 사업에서 어려웠던 것은?

시행초기엔 내부에서조차 이해가 부족했다.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기 위해 가시적인 행사나 대회를 축소하고, 연구학교를 대폭 줄였다. 이를 두고 학교 현장에서는 무상급식을 위해 예산을 전용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다. 외부적으로는 급식재료비는 수요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법령해석과 WTO 규제, 무상급식으로 급식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그리고 무상급식에 대한 시각 차이 등으로 애로사항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내·외부적으로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 줄이기를 위해 어떤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나?

우리 학생들에게 ‘녹색 가꾸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음식의 소중함을 알도록 지도하고 음식물쓰레기 감량 우수학교 지정과 친환경 세제 사용, 쌀뜨물 재활용하기, 올바른 젓가락 사용하기 지도 등 밥상머리 실천교육을 중점사항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학교급식 표준식단 사업은 어떤 것인가?

표준식단은 단위 학교별로 운영되고 있는 식단의 편차를 줄이고, 생산자들의 수급조절을 위한 기초자료가 되어 학교급식에 좋은 식재료를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도교육청에서는 지난해부터 실력이 뛰어난 영양교사41명을 T/F팀으로 구성해 운영했고, 그 결과 표준식단 지침서가 나오게 되었다. 이것을 바로 일선학교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시범단계를 거쳐 학교별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학교 장독대 설치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현재 성인들의 머릿속에 구수한 음식으로 남아있는 된장이나 청국장이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인식되고 있나? 음식에서도 세대차이가 많이 난다고들 한다. 세대차이라고 포기해서 안 될 것이 우리 음식이고, 또 우리의 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학생들이 선조들의 정신이 담긴 우리 음식의 미덕을 알아야 한다. 장독대에서 학교급식에 사용될 전량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교육적 차원에서 필요한 학교에 설치비를 지원해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까지 56개 학교에 설치가 될 것이다. 합천지역에서는 참 잘하고 있다.작년에 요리연수회에 갔다가 학교에서 담은 것을 일일이 맛봤는데 참 맛있었다.

급식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학교급식이 변화해야 할 점은 어떤 것이 있나?

일본에서는 안정성이 확보된 좋은 품질의 식재료를 ‘학교급식회’나 ‘급식지원센터’가 공급해 급식 무사고 달성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학생들에게 ‘지산지소’ 정신을 심어주고 있다. 학교급식에 사용하는 제품은 엄격하게 관리되고, 여러 단계를 거쳐 엄선된다. 안전검사도 사전에 진행해 문제가 되는 부분을 차단한다. 우리나라도 곧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급식지원센터의 기능과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어려운 농민에게는 희망이 되고, 학생들에게는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우리가 사는 환경을 되살리는 1석3조의 길이 될 것이라 본다.

학교급식지원센터의 이상적 모델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각 지역의 실정에 맞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기존 유통센터가 물류 위주의 기능을 수행했다면 우리 도가추진하고 있는 급식지원센터는 일본과 같은 ‘학교급식회’ 정도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 공급, 저장,유통, 검사, 판매, 교육의 기능을 하는 시설을 의미한다. 설치, 운영에 관한 사항은 비영리법인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형태를 생각하고 있다.

권 교육감의 교육철학인 ‘학생이 행복한 교육’을 위해어떤 것들을 진행하는가?

우리 교육이 서양 교육사조의 시험대가 되면서 많이 흔들렸다. 바른 교육보다 흉내내기에 바빴던 것이다. 경남교육은 속도가 아니라 올바른 방향 추구에 노력하고 있다. 결국 사람됨이 바르면 공부나 생활지도 문제도 해결된다. 교사들이 본질적인 교육활동에 충실할 수 있도록 공문서나 전시성 행사, 대회 등을 대폭 축소했다. 또한 사표헌장을 제정해 교권을 바로 세우기 위한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 학교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하는 학생들을 공교육에서 껴안기 위한 공립 대안교육 특성화고등학교를 2010년 3월에 개교한다는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글_한상헌 기자 hsh@fsnews.co.kr 사진_경상남도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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